장정구 인천광역시 환경특별시추진단장
장정구 인천광역시 환경특별시추진단장

기록적인 폭염과 폭우, 살인적인 한파가 전 지구촌을 휩쓸고 있다. 이상기후 등 기후변화는 이제 기후위기로 인간의 재산뿐 아니라 생존마저 위협하고 있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패널 IPCC는 올해 보고서에서 1.5℃ 상승 도달 시점을 3년 전보다 10년 이상 빠른 2040년께로 예측했다. 지구는 점점 빨리 뜨거워지고 해수면 상승도 심각해졌다. 기후변화는 인간의 활동에 의한 것임이 명확하고, 긴급 적신호라고 전문가들은 경고한다.

인천은 근대 개항 이후 임해공업도시로 성장했다. 수출공단을 비롯해 국가산업단지와 일반산업단지들이 입지했고 지금도 가동 중이다. 영흥화력발전소를 비롯한 발전시설들, 내항과 남항·북항 등 항만시설들이 해안가를 따라 빼곡하게 늘어서 있다. 제1경인, 제2경인, 제3경인, 공항고속도로, 수도권제1·제2순환고속도로를 이용해 대형 트럭을 비롯한 수많은 차량들이 항만과 산업시설을 드나들고 있다. 이로 인해 소음과 악취, 매연과 분진 등의 환경피해가 발생하며 분쟁도 끊이지 않는다. 기후위기시대, 환경민원과 분쟁을 단순한 님비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

인천에는 30년 동안 서울과 경기도 쓰레기까지 매립하고 있는 수도권매립지까지 들어서 있다. 같은 농도의 미세먼지라도 산업도시에서 그 위해성이 높음은 과학적인 사실이다. 분진과 쇳가루 등으로 환경부가 주거부적합 판정을 내린 사월마을만의 문제가 아니다. 매립지 주변 지역의 환경 개선을 위해 특별기금을 조성했지만 환경 관리가 어려운 영세한 또는 무허가 공장들이 난립했다. 노력을 기울이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오염도시, 쓰레기도시의 이미지를 벗기 위해서는 아직 갈 길이 멀다.

인천항의 연안아파트와 항운아파트 주민들은 수십 년째 소음과 악취, 미세먼지와 분진에 시달리고 있다. 아파트가 들어선 1980년대 이후로도 생활환경은 나아지지 않고, 오히려 물류단지가 확대되면서 더 열악해졌다. 2001년 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회가 피해배상을 결정해 송도로의 이주가 추진됐지만 아직이다. 지지부진한 것이 토지 가격, 투기 의혹 제기 등 여러 이유가 있겠으나 이해관계가 얽히면서 해결이 쉽지 않아 보인다. 인천시민들은 상대적으로 열악한 환경에 더 많이 노출돼 있는 것은 분명하다. 환경특별시 인천에 걸맞은 도시계획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이유다.

언제부턴가 교차로 횡단보도 옆에 그늘막이 생겼다. 여름철 폭염을 대비한 시설이다. 그늘막이나 에어컨보다 더 시급하고 근본적인 해결책은 숲이고 물이다. 그늘막으로는 콘크리트와 아스팔트의 복사열을 막을 수 없고, 선풍기와 에어컨은 더 많은 에너지 소비로 지구를 더욱 가열시킬 뿐이다. 지구온난화, 도시의 온도를 낮춰야 한다. 탄소흡수원과 열흡수원을 확대해야 한다. 산과 하천, 갯벌 등 자연환경을 보호하며 바다를 잇고, 덮인 물길을 열고, 숲과 녹지를 확충해야 한다.

"모든 국민은 건강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생활할 권리를 가진다." 대한민국 헌법 제35조. 환경권은 이미 헌법적 가치이다. 자연은 인간에게 많은 혜택을 준다. 생태계 서비스다. 바다는 물고기 등 여러 수산물을, 산에서 목재 등 임산물을 인간에게 공급한다. 서식처, 생물다양성과 물질 순환 등 지원서비스를, 또 탄소흡수원이며 오염 정화와 침식 방지 등 조절서비스를 제공한다. 교육과 관광 등 문화서비스도 있다. 인천에는 공장과 아파트만 있는 것이 아니다. 인천은 바다이며 섬이며 갯벌이고 하천이며 산이다. 이제 환경권리침해 구제에서 환경복지, 생태복지로 나아가야 한다. 보편적 복지로 생태계 서비스를 모든 시민들, 나아가 미래 세대와 이웃 생명들이 함께 누려야 한다. 그게 기후위기시대의 생존전략이다.

기후위기나 환경피해는 사회적 약자와 생물학적인 약자들에게 더 치명적으로 다가오기 때문에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대비해야 한다. 오염지역, 환경피해 발생 가능 지역 등에는 제도적으로 택지 입지를 기피하고 피해 저감을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한다. 저감대책으로 해결될 수 없는 경우에는 이전이나 입지 배제를 적극적으로 반영해야 한다. 관련 시설들에 대한 관리·감독 강화는 기본이다. 모든 시민들의 환경복지, 생태계 서비스로 나아가야 한다. 이제 도시의 설계와 계획에는 기후위기 대응이 기본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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