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5분 / SF / 12세 이상 관람가

이 영화는 미래인 10191년에서 시작한다. 희귀 자원을 서로 차지하기 위해 권력자들이 맞붙는다. 자원 생산지는 식민지가 되고 원주민들은 ‘2등 시민’으로 전락한다. 그나마 많은 사람의 신망을 받는 이는 누군가의 질투심 때문에 제거된다.

역사의 일부거나 현재 진행형일 수 있는 이야기는 드니 빌뇌브 감독의 신작 ‘듄’에 나오는 상황이다. 빌뇌브는 디스토피아 세계관을 전 우주로 확장해 8천 년 후 우주 사회로 변한 미래를 ‘듄’에 담았다.

스토리와 등장인물은 현대인들이 기시감을 느끼기 충분하다. 1965년 프랭크 허버트가 출간한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이 영화는 황제와 대(大)가문, 귀족 연합, 우주 개발 회사 등이 긴밀히 연결된 미래사회를 그렸다.

희귀 물질 ‘스파이스’를 차지하려는 세력들로 인해 스파이스가 생산되는 유일한 행성 ‘아라키스’는 전쟁터로 변하고, 원주민 ‘프레멘’들은 멸시의 대상이 된다. 유력 가문인 아트레이데스의 후계자 폴(티모시 샬라메 분)은 프레멘 소녀 챠니(젠데이아 콜먼)를 만나는 예지몽을 꾼 뒤 아라키스로 향한다.

영화는 폴이 미래를 예견하는 능력을 깨닫고 점차 성장해 나가는 여정을 쫓아간다. 기분이 내키지 않는다며 검법 연습을 피하던 폴은 황제에게 배신당하고 목숨을 잃은 아버지를 대신해 어머니를 지키는 강한 남자로 거듭난다.

폴은 가문의 수장뿐만 아니라 사람들을 구원하는 메시아의 운명까지 타고났다. 그러나 운명을 받아들이려면 두려움을 정복해야 한다. 자신에게 칼끝을 겨눈 황제와 ‘하코넨’ 가문, 심지어 집채만 한 모래 벌레까지. 빌뇌브 감독은 서스펜스의 마술사답게 폴이 맞닥뜨리는 두려움을 쉴 새 없이 체험하게 한다. 시종 어두운 화면 구성과 차갑게 배열한 미장센은 몰입감을 높인다.

아날로그와 디지털이 적절히 조합된 결투 신도 또 다른 볼거리다. SF 영화 단골인 로봇 등 기계의 도움을 거의 받지 않고 재래식 칼을 들고 싸우는 한편, 홀로그램 형태로 된 방어막을 사용해 상처를 최소화해 색다른 재미를 준다. SF 특성상 새로운 세계관이 만들어 내는 낯선 용어가 등장하고 인물도 많다. 

자신의 미래를 알게 된 폴이 정해진 운명마저 극복하고 더 나은 세상을 창조하는 구원자가 될 수 있을까. 이 영화는 20일 개봉한다.

이창호 기자 ych23@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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