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재학 인천세원고 교감
전재학 인천세원고 교감

장기간의 코로나19 사태로 학교 현장은 새로운 기준(New Normal)에 의한 탈바꿈을 모색하고 있다. 그동안 일부 교육기관에 의해 이뤄지던 온라인 교육이 보편화되고 있는 것이 그 한 가지 예다. 

온라인 교육은 수많은 장단점이 교차하지만 그 실질적 효과로 인해 이 시대 선택의 여지가 없는 수단이 됐다. 일찍이 원격교육을 실시해 온 사이버대학들은 코로나 위기상황에서 ‘군계일학’처럼 눈부신 교육모델로 재인식됐다. 그 중에서도 전 세계적으로 가히 독보적이라 할 만큼 우월감으로 존재감을 떨치는 ‘미네르바 스쿨’이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미국 아이비리그의 펜실베이니아 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벤 넬슨은 세계 최고 명문 대학이라는 기대를 품고 입학했다. 하지만 대학이 그에겐 준 건 고작 강의실에 갇힌 틀에 박힌 지식뿐이었다. 그는 실망감으로 대학교육 제도를 개혁하고 싶었지만 그 꿈을 잠시 접고 벤처사업가로 변신했다. ‘스냅피시’라는 기업을 키워 휴렛패커드에 3억 달러에 매각하고, 기업들의 후원을 받아 2010년 ‘미래의 학교’로 불리는 ‘미네르바 스쿨’을 설립했다. 이 대학은 캠퍼스가 없는 대신 샌프란시스코에 본부를 두고 세계 7곳에 기숙사를 운영한다. 운영 방식은 샌프란시스코에서 1년을 보내고 영국·아르헨티나·한국·인도·독일·싱가포르 7개국에서 몇 개월씩 생활하며 3년을 보낸다.

수업은 모두 온라인 플랫폼으로 진행된다. 등록금은 3만 달러 정도로 아이비리그 평균(5만6천 달러)보다 싸다. 그런데도 ‘하버드대보다 입학하기 어려운 대학’으로 불린다. 합격률이 하버드대(4.6%), MIT(6.7%)보다 낮은 1.9%다. 비대면이긴 하지만 알고리즘을 통해 꼼꼼한 수업이 이뤄진다. 교수의 컴퓨터 화면에 학생의 발언 빈도가 색깔로 표시된다. 발언이 부족한 학생을 콕 찍어 이해도를 묻는다. 공유 리포트를 통해 토론 등 능동적 참여를 이끈다. 머무르는 도시의 기업·단체와 협업 프로젝트도 진행한다. 벤 넬슨은 포브스와의 인터뷰에서 "1시간 30분 강의용 수업계획을 작성하는 데 100시간을 썼다"고 말할 정도였다.

이러한 설립의 목적과 존재의 부각으로 국내에서도 관심이 높고 탐구가 왕성했다. 이제 한국판 미네르바 스쿨이 생길 것 같다. 국내 1위 인테리어 업체인 한샘의 창업주 조창걸 명예회장이 사재 3천억 원을 들여 미네르바형 ‘태재대학’을 설립한다고 한다. 공간 제약을 받지 않는 메타버스 캠퍼스 형태로 2023년 개교 예정이다. 이는 재산의 대물림 없는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실행으로 국내 대학에 던지는 울림이 묵직하다고 아니할 수 없다.

요즘 대한민국은 학령인구 감소로 대학의 학생 모집에 비상이 걸렸다. 오죽하면 "봄에 벚꽃 피는 순서대로 대학이 문을 닫을 것"이라는 소문이 자자할까. 2024년 대학 진학 추산이 37만3천470명이다. 올해 입학정원이 48만 명이니 10만 명이나 모자란다. 그러다 보니 성적이 꼴찌인 학생도 대학에 입학하는 시대다. 대학의 구조조정이 필요한 이유다. 또한 부실한 온라인 수업으로 등록금 환불 요구가 끊임없다. 이제 대학은 정부 지원과 등록금 의존에서 벗어나야 한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캠퍼스로부터 학생들을 밀어낸 지금이 위기이자 기회다.

학원가의 한 유명 강사는 "대학이 밥벌이하는 시대는 지났다"며 "공부를 하는 이유도 나 자신이 행복해지기 위해서다. 나를 위해서 하는 공부 때문에 내 삶이 부정되는 건 정상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제 우리 대학은 공무원시험 합격자 비율로 명문대를 자랑하는 기준에서 저비용·고효율의 미네르바 스쿨처럼 ‘학생과 세상의 만남을 설계’해 지식과 삶의 경험이 병행해 각자가 행복한 미래의 삶을 위한 역량을 기르고, 나아가 나눔과 배려, 봉사를 실천하는 최고의 지성인 집단이 돼야 한다. 정치에 예속대 권력의 눈치나 보면서 학문의 권위와 진리 탐구의 상아탑으로서의 존재 의미를 상실하지 않고 보다 교육의 본질에 충실한 고등교육기관으로 발전해 나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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