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필수 대림대 교수
김필수 대림대 교수

전기차의 흐름이 심상치 않다. 워낙 빨리 보급되면서 산업적 패러다임 변화에 능동적인 조치가 미흡해지고 있다. 전기차의 단점이 하루가 다르게 개선되면서 모든 글로벌 제작사가 전기차 출시를 본격적으로 하기 시작했다. 그것도 단순한 전기차가 아니라 전기차 전용 플랫폼으로 무장한 완성도 높은 전기차라고 할 수 있다. 

지난해 코로나 팬데믹이 전 세계를 휩쓴 가운데에서도 글로벌 전기차 판매는 320만 대를 넘었으며, 올해는 충분히 500만 대를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기존 내연기관차 시대가 빠르게 교체되면서 산업적 충격에 대한 경착륙을 경계하기 시작했다. 전기차는 절반으로 줄어든 부품 수로 인한 생산인력 감소와 대변혁에 따른 일자리 영향 등이 가장 큰 문제점이다. 기존 엔진이나 변속기를 만들던 1만 개의 부품이 사라지면서 부품사의 변신은 필수 요소가 됐기 때문이다. 

특히 이러한 변화를 대처하기에는 극히 기간이 짧아 더욱 문제가 된다. 부품사는 물론 기존 자동차 애프터마켓 분야의 기업들이 준비할 수 있는 여유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일선에서 느끼는 공포는 가히 심각하고, 알면서도 준비를 하지 못하는 악순환이 시작됐다. 부품사, 대학, 일선 자동차 관련 기업들 모두가 준비에 매우 미흡한 상황이다. 

이 중 가장 문제가 되는 분야가 바로 자동차 정비이다. 전국적으로 중대형 정비업체인 검사정비업 분야는 4천100여 개 정도이고, 전문정비업은 전국적으로 약 4만4천 개 수준이다. 종사인원만 20만 명이 넘는 대형 분야이다. 일자리 유지와 창출은 물론 소비자가 항상 활용하고 느끼는 중요한 영역이다. 그러나 정비 분야는 이미 레드오션화될 정도로 열악해졌다. 요즘 내연기관차의 내구성이 좋아지고 무상서비스 기간이 느는 것은 물론 각종 소모품 무상 교환 등의 서비스가 늘어나면서 정비업체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없어졌기 때문이다. 

최근 이러한 위기상황에서 앞서 언급한 새로운 전기차 등이 본격 등장하면서 더욱 문제가 심각해졌다. 엔진이나 변속기가 빠지고 배터리와 모터가 가미되면서 시스템 전체가 크게 변해 정비가 불가능해진 것이다. 현재 전기차, 심지어 하이브리드차도 일선 정비업체에서 정비를 할 수 없을 정도로 일선 정비사들의 교육은 전혀 없다. 실제 전기차 등이 고장 나면 일선 정비업체는 전혀 정비가 불가능하고 제작사 지정 정비업체 극히 일부만이 가능한 실정이다. 그 심각성이 커지면서 정비업체는 물론 소비자들도 피해자로 전락할 가능성이 점차 커지고 있다. 

정비 관련 단체는 일선 정비사들이 전기차 등에 대한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 달라고 정부에 요구하고 있으나 정부는 인식조차 못하고 있다. 특히 교육을 받으려고 해도 전기차 등을 교육시킬 수 있는 교육기관조차 없는 것이 더욱 문제다. 최근 한국전기차협회와 한국자동차튜닝산업협회가 공동으로 전기차 기초 안전교육을 위한 미래차 인재개발원 1호를 수도권에 오픈하면서 본격적인 구축을 시작해 전국적으로 거점망을 넓힌다는 계획을 진행하고 있다. 

정비사 교육을 먼저 진행해야 한다. 수년 이내에 약 10만~20만 명의 정비사 교육을 위해 우선적으로 수백억 원의 예산편성과 교육시스템 구축이 요구된다. 정비 분야 실태조사를 위한 정책용역을 약 3개월 기한으로 진행해 본격적인 준비가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예산이 뒤따르면서 인스트럭터 교육과 교재 준비, 교·보재 마련 등을 통해 본격적인 가동이 필요할 것이다. 

미래차 먹거리 확보와 일자리 창출은 철저히 준비해야 가능하고, 현재가 가장 중요한 시점이다. 특히 새로운 일자리 창출도 중요하고, 없어지는 일자리를 위한 업종 전환과 전환 교육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기존 일자리 유지가 가장 핵심이다. 이는 바로 정비 분야의 일자리 유지를 위한 미래차 교육이다.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