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재학 인천세원고 교감
전재학 인천세원고 교감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트위터 본사 사무실 벽에는 ‘내일은 더 나은 실수를 하자(Let’s make better mistakes tomorrow)’라는 표어가 붙어 있다고 한다. 더 기발한 것은, 이 문구를 넣은 액자가 거꾸로 걸려 있다는 점이다. 이것이 시사하는 바는 무엇일까? 바로 ‘뒤집어 생각하기’, ‘거꾸로 생각하고 궁리해 보기’를 강조한 것이다. 결국 의도적인 실수를 가장해 범접하기 어려운 깊은 뜻을 내포하고 있다. 

영국의 다이슨이라는 가전제품 회사는 ‘날개 없는 선풍기’로 이름을 떨쳤다. 이는 선풍기에는 날개가 있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깨부순 것이다. 이 회사를 세운 제임스 다이슨은 늘 입버릇처럼 "성공은 실패로 이뤄진다. 실수하면서 일을 하면 빨리 배운다"고 말한다. 그는 사원들에게 실패를 장려하기로 유명하다. 왜냐면 그래야 새롭고 더 나은 방법을 찾을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우리는 실패를 그저 잘못으로 보지 않고 성공의 과정으로, 또는 성공의 디딤돌로 보는 그의 발상의 전환에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가? 청소년 교육 현장인 학교를 비교해 보자. 교사들은 학생들의 실수나 실패를 어떻게 바라볼까? 전통적으로 교육상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는 교과서적인 말을 하지만 실제는 실패하지 않도록 가르치고 있지는 않은지 음미해 볼 일이다. 사실 진정한 교육은 수업시간에 실패를 통해 더 많은 것을 깨우치도록 가르쳐야 할 책무성이 있다.

지금도 우리는 학생들에게 해결 과제를 제시하기 전에 그 문제를 푸는 방법을 자세하게 설명해 준다. 그런 후 학생들이 그 문제를 거뜬히 해결하기를 기대한다. 그것은 실패나 실수를 통해 스스로 깨달아 가도록 이끄는 방식이 아니다. 이제 20분 설명할 내용을 5분으로 줄이고 나머지 시간은 학생들이 실패하고 실수하도록 수업을 설계해 보면 어떨까? 아이들은 그런 과정을 통해 자신이 무엇을 모르고 어느 지점에서 막히는가를 알게 될 것이다. 즉, 메타인지 능력을 키우는 것이다. 

그런 다음 이어지는 교사의 가르침은 마치 목마른 사람에게 냉수를 주는 것과 같아서 금세 흡수될 것이다. 흔히 "말을 물가로 끌고 갈 수 있어도 억지로 물을 먹일 수 없다"고 말한다. 그런데 이제는 역발상을 해 보자. 

즉, 말을 물가로 끌고 가려 하지 말자. 대신 말을 목마르게 만들어 보자. 그러면 제 발로 스스로 물가에 가지 않을까?

또한 학교 수업에서 교사의 발문에 학생들이 어떤 대답을 했을 때 교사의 반응은 정말 중요하다. 실제로 "말도 안 되는 소리네!"라고 말하지 않아도 교사의 표정은 딱 그런 셈이다. 그 뿐이랴. "자, 다른 사람 말해 볼까"라며 아무런 반응 없이 다른 학생에게로 시선을 돌린다. 그럴 때 자기 생각을 발표한 학생은 어떨까. 다시는 입을 열지 않겠다는 결심을 하게 될 것이다.

이처럼 교사의 지도에서는 당장의 성과보다는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의욕과 용기를 기르는 교육이 더 중요하다. 실수를 용납하지 않으면 도전의식에 찬물을 끼얹는 형국이 되고 만다. 실수를 수용하지 않으면 안일하게 살라고 가르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실패할 위험성을 감수하고 도전하도록 용기를 주는 것, 이것이야말로 참된 인성교육이며 동시에 공부가 즐거워지도록 이끄는 학습의 원동력이다.

부디 성장하는 청소년들에게 교사가 무심코 내뱉는 한마디가, 또는 교수 방법이 학생들의 창의성과 도전의식에 찬물을 끼얹지 않기를 바란다. 다시금 상기해 본다. "Let’s make better mistakes tomorrow." 학생 지도에 임하는 모든 교사가 이 구호를 외쳐 보자.

더불어 청소년들에게 실수와 실패 경험을 축적해 자신감을 얻고 창의적인 삶을 살도록 기회를 제공하자. 자고로 "경험은 최고의 스승이다(Experience is the best teacher)"라고 말하지 않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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