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원영 인하대학교 프런티어학부 겸임교수
최원영 인하대학교 프런티어학부 겸임교수

정직하게 산다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것 같습니다. 크고 작은 거짓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해대는 저를 보면 고개가 절로 떨구어집니다. 「마음을 가꾸어 주는 작은 이야기」(이도환 저)에 어느 부자의 대화가 나옵니다. 

"아빠, 다가오는 아버지날이 기다려져요. 작년 아버지날에 아빠에게 선물을 드리지 못했잖아요. 이번엔 준비할게요. 기대하세요."

"얘야, 아빠는 지금도 작년 그날을 잊을 수 없어. 넌 그 무엇보다 소중한 선물을 내게 주었으니까. 아버지날 바로 전날이었지. 나는 오후에 우연히 가게 근처를 지나다가 가게 안에서 서성이는 너를 보았단다. 너는 밖에서 내가 보는 줄 모르고 있었지만 말이야. 그때 너는 내게 줄 선물을 고르는 듯 이것저것 만지다가 그 중 하나를 슬쩍 주머니에 넣었었지. 그날 너는 돈이 없었던 모양이었어. 그래서 그걸 훔치고 있다고 나는 생각했지. 아빠는 너무 가슴이 아팠어. 그런데 말이다, 너는 가게를 나오려다가 다시 주춤거리더니 주머니에서 그것을 꺼내 다시 제자리에 놓고 나오더구나. 그리고 가게를 나오는 네 얼굴은 내게 줄 선물을 구하지 못한 아쉬움이 많이 남아 있었지. 그러나 얘야, 아빠는 너무 기뻤단다. 네가 그걸 제자리에 갖다 놨을 때, 아빠는 그 어떤 선물보다 가장 소중한 아버지날 선물을 받은 거란다."

참으로 착한 아들과 아빠의 모습입니다. 이 세상에서 가장 귀한 선물은 바로 ‘너’ 자체입니다. 그것을 깨닫고 계신 아버지나 안타깝지만 남의 것에 손을 대지 않는 어린 아들의 태도가 오늘날 세상을 시끄럽게 달구고 있는 힘 있는 분들의 마음에 울림으로 다가갔으면 좋겠습니다.

"산은 산이고 물은 물"이란 화두로도 널리 알려진 고(故) 성철스님의 유언이 떠오릅니다. "일생 동안 사람들을 속인 죄 / 하늘에 가득하고 수미산을 지나칠 만큼 높다 / 산 채로 지옥에 빠졌으니 그 한이 또한 수만 갈래 / 다만 태양이 붉은빛을 뿜으며 푸른 산에 걸렸구나."

평생을 수행하며 사신 그분이 수미산보다 더 많은 거짓을 일삼았다는 고백을 접하고 처음에는 매우 놀랐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그 고백에는 더 큰 가르침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선문답」(장웅연 저)에서 저자는 스님의 고백을 이렇게 풀어내고 있습니다.

"실은 자기가 부처임을 누누이 강조했건만, 외려 ‘성철’이라는 남의 부처에 현혹되고 만 세인들에 대한 푸념과 자책의 목소리다. 자기가 살아 있다는 것은 이 세상 그 어떤 것으로도 대신할 수 없는 절대적인 사실이다. 세상은 결코 나를 중심으로 돌아가지 않는다. 그렇다고 내가 세상을 중심으로 돌아갈 의무는 없다. 오직 나만이 나다운 나로서 살 수 있다."

스님의 가르침은 ‘왜 헛것을 진짜라고 착각하고 너다운 삶을 살지 못하느냐’라고 꾸짖고 계신 겁니다. 정직한 삶은 나다운 나로 살아간다는 것을 뜻합니다. 살다 보면 잘못하는 일도 있고 잘한 일도 있겠지요. 잘못한 게 있으면 용서를 구하면 됩니다. 그런데 이게 쉽지 않다는 것이지요.

가까운 친구는 석양이 붉게 타오르는 일몰을 늘 기다리곤 합니다. 그때 바라본 온 세상은 신비로울 정도로 아름답다고 말입니다. 그것을 놓치고 싶지 않다며 사진기를 들고 적당한 장소를 찾아 나섭니다. 맞습니다. 아름답습니다. 석양에 비친 작은 들꽃도 아름답고, 쪼그리고 앉아 졸고 있는 강아지도 아름답습니다. 만물이 아름답다고 느끼는 그 순간만큼은 누구나 선한 사람이 됩니다.

그러나 아름답게 바라본 그것들은 굳이 일몰 때가 아니어도 아름다운 존재라는 사실을 깨닫는 것도 중요합니다. 살아 있는 모든 존재는 충분히 아름다울 수 있다는 것을 깨닫는 것, 그래서 깨달은 대로 그 존재를 사랑하고 사는 것이 행복에 더 가까이 다가간 것임을 자각하는 것이 정직하게 살아가는 것이라고 성철스님이 전하고 계신 것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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