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정 인천성모병원 심장혈관내과  교수
김미정 인천성모병원 심장혈관내과 교수

평균수명이 길어지고 주거환경이 현대화되면서 감염성 질환의 비중이 감소하는 대신 고혈압 등 만성질환과 그로 인한 심혈관질환의 비중이 크게 늘고 있다. 

심장질환의 종착역으로 불리며 발병 후 5년 이내에 10명 중 6~7명이 사망하는 무서운 질병이 바로 ‘심장기능상실’이다. 심장이 완전하지 않은 상태, 즉 심장 기능에 이상이 생겨 몸 구석구석으로 산소와 영양분이 포함된 혈액을 충분히 공급하지 못하는 상태를 의미한다. 

# 관상동맥질환·고혈압·심방잔떨림 등 원인 다양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해 심장기능상실로 병원을 찾은 환자는 22만7천322명으로 2016년 22만2천69명 대비 2.4%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심장기능상실은 다양한 질환에 의한 일종의 합병증이다. 심장에 혈액을 공급하는 관상동맥이 자동차 연료공급장치가 손상되거나 막힌 것처럼 이상이 생기는 관상동맥질환에 의한 원인이 절반을 차지하고 고혈압, 심근 및 판막질환, 심방잔떨림 등도 주요 원인으로 알려졌다. 

당뇨병, 신장병, 항암치료 등 심장 이외의 원인도 관여한다. 특별한 질환 없이 고령의 나이만으로도 심장기능상실 위험이 증가해 60~70세는 5.5%, 80세 이상에서는 12%가 진단을 받는다.

# 호흡곤란·부종·소화불량·잦은맥박 등 나타나면 의심

심장기능상실이 발생하면 폐에 혈액이 고이는 폐부종이 나타나기 때문에 호흡곤란을 가장 흔하게 겪는다. 처음에는 움직일 때만 숨이 차지만, 심해지면 가만히 쉴 때나 잠을 잘 때도 숨이 차는 증상이 나타난다. 또 발목과 종아리가 붓고 심하면 복수가 찬다. 일부 환자들은 소화가 안 된다고 호소하기도 하는데, 심장의 펌프 기능이 떨어져 위장에 혈액이 충분히 공급되지 않고 부종이 동반돼 나타나는 증상이다. 

교감신경이 자극돼 심장이 빨리 뛰는 잦은맥박 증상이 나타나고, 노인은 경미한 인지장애가 악화하기도 한다. 이런 증상은 쇠약한 노인에서 흔히 나타나 나이가 들어 그렇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 4단계 말기 심장기능상실, 암보다 사망률 높아

심장기능상실도 중증도에 따른 병기 구분이 있다. 증상이 거의 없는 초기 단계부터 심장이식이 필요한 말기까지 총 4단계로 나뉜다. 1단계는 무증상 고위험군으로 고혈압, 당뇨병, 이상지질혈증, 음주, 흡연 같은 각 위험인자를 교정하는 치료를 한다. 2단계는 현재 증상은 없지만 심장의 구조나 기능 이상이 발생한 상태다. 심장수축력 감소, 심근비후, 판막 이상 등의 질환을 가진 환자가 해당된다. 약물치료와 함께 해당 원인을 교정하는 치료를 해야 완연한 심장기능상실로 진행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3단계부터는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숨이 차서 잠을 편하게 자지 못하고 부기 때문에 이뇨제 등 증상 조절 약물과 함께 생존율 향상을 위한 약물치료가 필요하다. 경우에 따라 시술이나 수술을 하기도 한다. 4단계는 말기 상태로 사망률이 암보다 높다. 심하면 약물로 효과를 보기 어렵고, 심장이식이나 심장보조장치 삽입술이 필요한 경우도 있다.

<인천성모병원 심장혈관내과 김미정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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