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조달청 나라장터 캡쳐.
사진 = 조달청 나라장터 캡쳐.

조달청이 운영하는 나라장터 물품 입찰에 페이퍼컴퍼니 등이 참여해 낙찰을 받은 뒤 생산·전문업체에 하청을 주고 있어 품질 하락 등이 우려되고 있다.

2일 조달청 등에 따르면 물품을 생산하지 않거나 다른 사업이 주업이지만 세무서에 업종을 늘려 신고한 일종의 페이퍼컴퍼니 등이 나라장터 물품 계약에 입찰하고 있다.

최근 실시된 서구 백석동 일원 상수도 노후관 교체공사 관급자재 납품 입찰에는 팥빙수 프랜차이즈 업체와 팬시 전문업체가 참여했다. 낙찰은 식품업체가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렇게 낙찰받은 업체들은 상수도관을 제작하는 업체에 하청을 주고 일정 금액을 챙기는 것이다.

페이퍼컴퍼니로부터 하청을 받아 자재를 납품한 A업체는 대표자 이름을 딴 회사명에 송도의 아파트가 업체 주소지가 돼 있는 것을 보고 하청을 받아야 하는지 고민했었다. 결국 하청을 받긴 했지만 자신들이 직접 입찰했으면 더 좋은 자재를 납품하고도 이윤을 더 가져갔을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상수도, 조경 등 분야에서 주로 이런 일이 벌어진다.

자신의 집을 사업장으로 해 사업자만 내면 입찰에 참여할 수 있다 보니 최근에는 유튜브에 입찰하는 방법과 노하우까지 소개되고 있다.

이에 대해 A업체 관계자는 "해당 분야 제품에 대해 전혀 모르는 업체들이 낙찰받으면 품질이 낮은 관급자재가 납품될 수 있다"며 "전문업체 등이 입찰에 참여할 기회가 사라져 결국 시장에서 도태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달청 관계자는 "가격 위주로 낙찰자를 선정하던 기존 공급입찰에서 사전에 납품 예정인 물품을 제안해 평가하는 2단계 경쟁 낙찰자 결정 방식을 주요 품목에 도입하기로 했다"며 "필요한 경우 계약이행 능력평가 시 공급계획서를 제출하도록 하고 실적 제한을 활용한 제한경쟁을 확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제조물품 위주로 추진하던 다수공급자계약을 공급물품에도 확대해 계약업체의 자격 요건 확인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이창호 기자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