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인천시 중구 월미공원에 인천상륙작전 당시 유엔군 소속 미군 폭격으로 희생된 월미도 원주민들의 넋을 기리는 위령비가 건립돼 박남춘 시장 등 관계자들이 제막식 후 박수를 치고 있다.  <인천시 제공>
2일 인천시 중구 월미공원에 인천상륙작전 당시 유엔군 소속 미군 폭격으로 희생된 월미도 원주민들의 넋을 기리는 위령비가 건립돼 박남춘 시장 등 관계자들이 제막식 후 박수를 치고 있다. <인천시 제공>

한국전쟁 당시 무고하게 희생된 월미도 민간인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는 자리가 사건 발생 71년 만에 마련됐다.

인천시는 2일 월미공원에서 ‘월미도 원주민 희생자 위령비 제막식’을 개최했다. 이는 1기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원회)가 권고한 위령사업이 일부 실천됐다는 데 의미가 있다.

한국전쟁 시기인 1950년 9월 10일, 인천시 월미도에는 미군 항공모함에서 이륙한 해병항공기들에 의한 ‘네이팜탄’ 집중 폭격이 가해졌다. 당시 인천상륙작전을 앞두고 월미도를 무력화시키려는 작전의 일환이었다. 이로 인해 월미도는 민간인 거주지까지 완전히 파괴됐고, 민간인이 실종·사망하거나 고향을 잃는 희생을 치렀다. 남은 가족이 타지로 이동해 신원을 확인할 수 없는 희생자까지 포함하면 그 수는 100여 명까지 추산된다.

1기 진실화해위원회는 2008년 월미도 미군 폭격 사건을 진실로 규명했다. 진실화해위원회는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한미 공동 조사 및 피해 책임 조치를 위한 미국과의 협상 ▶위령비 등 위령사업 지원 ▶월미도 원주민의 귀향 지원 ▶진실 규명 사실을 공식 기록에 등재 ▶외교적 노력 및 군인 대상 교육 등을 국가에 권고했다.

이러한 권고사항을 반영해 시는 위령사업의 일환으로 월미도 원주민 희생자 위령비 건립을 추진했고, 권고 13년 만에 제막식을 열었다. 이번 행사는 ‘월미도 원주민 귀향대책위원회’ 주관으로 마련됐으며 유족 회원 및 박남춘 인천시장, 정근식 진실화해위원회 위원장, 신은호 인천시의회 의장, 홍인성 중구청장 등이 참석했다.

앞으로 시는 이 위령비를 인천상륙작전 당시 무고하게 희생된 월미도 원주민 희생자의 넋을 기리는 한편, 전쟁의 참상을 기억하기 위한 교육의 장으로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휴전 후에도 월미도가 미군기지 및 한국 해군기지 등으로 사용돼 고향으로 돌아오지 못한 원주민들의 귀향 대책 등은 해결해야 할 과제다.

박남춘 시장은 "이 자리에 세워진 위령비를 통해 다시 한 번 월미도 원주민 희생자의 영령을 추모한다"며 "남겨진 유족들의 아픔을 치유하고 회복시킬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희연 기자 khy@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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