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정구 인천광역시 환경특별시추진단장
장정구 인천광역시 환경특별시추진단장

한남정맥은 인천을 관통하는 산줄기로 핵심 녹지축이다. 우리 선조들은 산자분수(山自分水)에 따라 한반도를 크게 백두대간과 13개 정맥으로 나눴다. 산자분수는 산은 스스로 물을 나눈다, 즉 산은 물이 나뉘는 경계라는 뜻이다. 한남정맥은 한강이남을 담당하는 산줄기인 것이다.

백두대간은 백두산에서 시작해 금강산과 설악산, 태백산과 속리산을 지나 지리산까지 이어진다. 정맥은 백두대간에서 갈라진 2차 산줄기로 한남정맥은 속리산에서부터 한강하구에 위치한 김포의 문수산까지 이어진다. 

한남정맥의 주요한 산으로는 안성의 칠현산을 시작으로 용인의 석성산과 할미성, 수원의 광교산과 백운산, 군포와 안산의 수리산을 지나 인천의 한복판을 지난다. 성주산, 만월산, 원적산, 천마산, 계양산, 가현산으로 이어지는 한남정맥의 인천구간은 비록 해발 400m가 채 되지 않지만 인천의 핵심 녹지이다.

수도권 서남부지역이 많이 도시화됐지만 한남정맥은 여전히 핵심 녹지이며 생태공간이다. 과거 한남정맥이 인천을 인천과 부평 서로 다른 생활권으로 나눴다면 지금은 모든 인천시민들이 사랑하는 공원이고 녹지로 시민들은 한남정맥에서 만나 함께 힐링한다. 또 한남정맥은 맑고 찬 공기를 생산하는 인천의 허파이다. 

그런 한남정맥은 도시개발로 옆구리까지 파헤쳐졌고 수많은 도로로 단절됐다. 제법 오래전부터 한남정맥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녹지축 보전 노력과 함께 끊어진 축을 잇기 위한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원적산, 계양산 등에 야생동물을 위한 이동통로들이 만들어졌다.

철길이 숲길로 바뀌었다. 경인선 철도의 주안역과 수인선 철도의 남인천역을 연결했던 주인선(朱仁線) 철길이 2005년 숲길이 됐다. 폭은 10m 남짓이지만 1.4㎞의 긴 주인공원에는 아름드리 느티나무들과 잣나무들이 빼곡해 주민들의 중요한 산책코스이자 휴식공간이다. 2021년 올해는 수인선 철길이 바람숲길이 됐다. 

이제는 고속도로다. 제1경인고속도로로 우리나라 최초의 고속도로였던 10.45㎞ 인천대로가 공원이냐 도로냐의 갈림길에 놓여 있다. 소음과 분진, 단절의 대명사였던 찻길이 쉼과 힐링, 이음의 공원으로, 녹지로 다시 태어나기를 희망한다.

인천에서 중요한 또 하나의 공간은 해안이다. 옥상녹화와 가로녹지 확대뿐 아니라 해안을 주목해야 한다. 수많은 철새들이 찾는 안암호에서 아라뱃길 정서진, 청라에서 북항으로, 화수부두와 북성포구, 월미도와 내항으로, 연안부두에서 골든하버, 송도호수변공원과 솔찬공원, 갯벌습지보호지역, 해오름공원과 소래포구, 수도권 대표 소래습지생태공원까지. 해안을 따라 항만과 발전·산업시설이 입지해 있고, 여전히 철책과 높은 제방이 있지만 인천해안은 이제 수도권 2천500만 시민들의 해안친수공간으로 탈바꿈할 수밖에 없다.

2040 인천공원녹지기본계획이 준비 중이다. 이제는 한남정맥을 잇는 것에 머무르지 않고 섬과 바다를 공원녹지로 이해하고 해양친수공간을 공원으로 이해하기 시작했다. 

늦었지만 다행이다. 이제 섬과 바다에서 공원과 녹지, 녹색문화를 이야기한다. 육지에, 산에 머물렀던 공원과 녹지를 바다로, 또 섬으로 잇는다. 혈구산과 마니산, 별립산과 진강산, 화개산과 수정산, 백운산과 호룡곡산, 구봉산과 국사봉, 부아산과 송이산, 비조봉과 국수봉, 선갑산, 덕물산과 연평산, 대청도 삼각산까지. 섬은 곧 산이다.

한강, 임진강, 예성강이 인천앞바다, 즉 인천경기만으로 흘러든다. 이는 곧 한남정맥뿐 아니라 한북정맥, 임진북예성남정맥까지 인천경기만으로 뻗어 있음을 의미한다. 

탄소흡수원으로 숲과 나무, 공원녹지만이 아닌, 항만과 발전, 산업단지와 주거지 사이의 완충녹지로만이 아닌 공원녹지복지의 관점에서, 생태서비스 관점에서 계획해야 한다. 

기후위기시대, 재난을 대비한 공원과 녹지 공간을 계획해야 한다. 그리고 그 범위는 육지만이 아닌 해안과 갯벌, 섬과 바다로 확장돼야 한다. 인천만이 가능한, 환경특별시 인천이 나아가야 할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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