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석 인천 함박마을 도시재생지원센터장
김선석 인천 함박마을 도시재생지원센터장

익히 알다시피 아인슈타인은 과학으로, 모차르트는 음악으로, 헤밍웨이는 문학으로 유명한 인물들입니다. 이들의 공통점은 남과 다른 타고난 재능을 살려 자신의 능력을 키웠다는 것입니다.

도시도 사람처럼 저마다의 특성이 있습니다. 이러한 지역 특성을 살리면 경쟁력을 가질 수 있습니다. 그것이 지리적이든 사회적이든 역사적이든 상관없습니다.

해외 사례로 일본 고베는 사회적인 특성을 살린 경우입니다. 1868년 개항과 함께 고베에 서양 문화가 들어왔습니다. 많은 외국인이 이주해 오면서 도시의 이미지는 이국적인 분위기로 변화하기 시작했습니다.

일자리 창출 등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고베시는 HAT(Happy Active Town) 계획을 수립합니다. 축제 등과 같은 행사를 계획하고, 즐기고 체험하고 배울 수 있는 시설을 건립했습니다. 지금의 고풍스러운 이미지와 활력 넘치는 고베시가 이러한 사업들을 통해 만들어졌습니다.

국내의 경우 주거지역인데도 상업활동이 활발한 지역이 있습니다. 바로 서울의 서촌, 연희동, 성수동, 연남동 등입니다. 

여기서 서촌은 경복궁 서쪽 마을을 부르는 별칭입니다. 서촌의 골목길을 걷다 보면 서울의 옛 모습이 자연스럽게 떠올려집니다. 넓은 차도에서 벗어나 정감이 살아있는 구불구불한 골목길은 사람들을 모이게 만드는 매력이 있습니다.

이처럼 오랜 역사를 품고 있는 거리의 특성이 지역의 경쟁력을 갖게 합니다. 대도시에도, 작은 마을에도 지역 특성은 있습니다. 특성이 있으면 살리고, 없으면 만드는 것입니다.

지금부터는 연수구 함박마을의 이야기를 전하고 싶습니다. 다가구주택으로 조성된 함박마을에는 경제적으로 취약한 주민이 많이 살고 있습니다. 고려인과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예멘 등 중앙아시아계 국적의 사람들은 갈수록 증가해 지금은 외국인이 내국인보다 많습니다. 

이렇게 모습도 다르고 문화도 다른 다국적 주민으로 이뤄진 마을은 여러 가지 도시문제가 발생합니다. 

그 중 가장 두드러지는 것이 의사소통입니다. 서로 말이 통하지 않으니 골목길에서는 눈에 띄는 쓰레기와 주차 문제, 학교에서는 수업 진행 등으로 어려움을 겪습니다. 

하지만 다른 측면에서 본다면 이색적인 특성을 통해 마을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습니다. 다양한 인적 특성과 문화적 특성 등을 배경으로 말입니다.

마을 상가에서는 다른 곳에서 보기 드문 거리의 모습을 만날 수 있습니다. 러시아어로 쓰인 이색적인 간판들, 사방에서 들려오는 낯선 언어, 다양한 모양의 빵(레뽀시카 등)을 통해 중앙아시아에 여행을 온 듯한 이국적 감성을 느낍니다.

여기에다 러시아음악과 한국인이 좋아하는 맛집까지 있다면 전국에서 찾아오는 마을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우선 해야 할 일이 있습니다. 바로 지금까지 심어진 마을의 이미지를 개선하는 것입니다. 내·외국인이 함께 안전하게 생활할 수 있는 여건을 갖추고, 고려인 등 다국적 이주민을 위한 정주 프로그램 개발과 거점시설 조성이 필요합니다. 이러한 공간의 다각적인 운영이 내국인과 소통하고 함께 성장하는 길입니다. 

도시는 사람들이 생활하며 만들어 가는 위대한 산물입니다. 도시경제학자 에드워드 글레이저 하버드대 교수는 "도시는 인류의 가장 위대한 발명품"이라고 했습니다. 나무가 햇빛을 생존의 동력으로 살아가듯 도시가 ‘더 살기 좋은 도시가 되는 것’은 지역 특성을 어떻게 살리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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