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연재 인하대학교 프런티어학부대학 교수
정연재 인하대학교 프런티어학부대학 교수

사회 각 분야가 ‘위드 코로나’ 준비에 한창이다. 회복(Recovery), 복구(Restoring), 재개(Resumption), 재출발(Restart) 등 접두사 ‘RE’는 위드 코로나 시대를 상징하는 키워드로 자리잡을 전망이다. 

그러나 우리는 접두사 ‘RE’를 ‘반복’, ‘회귀’의 의미보다 ‘새로움’의 의미로 받아들여야 하는 긴박한 시대에 살고 있다. 대학교육은 더더욱 그렇다. 오랫동안 찻잔의 태풍에 그쳤던 교육에서의 실험적 시도는 에듀테크 발전에 힘입어 새로운 정상(正常)으로서 뉴 노멀을 형성하기에 이르렀다. 정해진 시간표, 순차적 커리큘럼에 따라 특정 공간에서 이뤄지는 교육은 대학교육의 일상화된 모습이었으나, 팬데믹이 촉발시킨 비대면 교육환경은 한순간에 가장 익숙하고 일상적인 모습을 가장 낯선 풍경으로 바꾸어 냈다. 많은 전문가가 예견하듯이 평범한 일상의 모습으로 돌아가는 것은 불가능하다. 한마디로 ‘다른 대학’을 맞이할 준비가 필요한 것이다. 

우선 교육현장에서 오프라인의 ‘간절함’과 온라인의 ‘편리함’ 간 균형을 어떻게 확보할지 진지한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친구, 선후배와 오프라인 공간에서 함께 공부하고 싶다는 ‘간절함’과 비대면 원격교육에 길들여진 ‘편리함’은 본격적인 위드 코로나 상황을 맞이하면서 각축을 벌일 것이다. 무엇보다 학생들은 수업에 대한 새로운 평가와 요구를 할 것이 분명하다. 시간과 비용을 들여 오프라인 공간에서 수업을 듣는 자신의 수고와 노력에 대해 확실한 증명을 요구할 것이다. 기존의 수업 방식과 내용을 가지고 안일하게 준비했다가는 낭패를 볼 것이 뻔하다. 비대면 교육의 편리함에 익숙해진 학생들을 다시 오프라인 공간으로 끌어오기 위한 각고의 노력이 필요한 것은 이 때문이다. 비대면 교육에서의 ‘가상의 스킨십’의 한계를 극복하고 대면교육에서 학생들의 잠재적 능력을 최대한 이끌어 내려는 ‘현장의 스킨십’을 구현해야 한다.

다음으로는 교육 내용과 방식에 대한 변화 양상을 제대로 읽어 내는 것이 필요하다. 메타버스(metaverse)로 촉발된 확장현실 교육은 전통적인 오프라인 대면교육과 온라인 비대면교육에서 구현 불가능한 새로운 교육 경험을 예고하고 있다. 또한 시공간의 한계를 넘어서는 다양한 교육 콘텐츠들은 지금까지 확고하게 구축한 선형적·순차적 교육과정의 원리를 무너뜨리고 있다. 일례로 알고리즘(algorithm)으로 무장한 유튜브상의 수많은 공유지식들이 지금까지 대학이 누려 왔던 지식의 독점성을 파괴하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교육 방식과 내용에 있어서 이러한 변화 양상을 제대로 읽어 내지 못하고 전통적인 수업을 고집하는 것은 마치 유튜브, 메타버스에 익숙한 MZ세대에게 공중파 TV 프로그램을 본방 사수하라고 강요하는 것과 마찬가지일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교수자의 변화는 불가피해 보인다. 기술적 적응보다 학생들의 미래가 더 중요하다고 볼 때 교수자는 학생들의 경험세계와 동떨어진 교육관행을 극복하고, 성장세대의 세계 경험을 반영한 새로운 방식의 교육을 고민해야 한다.

지금이야말로 대학의 생존과 미래 대학의 가능성을 가늠하는 일종의 골든타임으로 작동할 전망이다. 결국 이 변화의 흐름을 주도하면서 적응하는 대학들과 변화의 격량 속에서 사라지는 대학으로 구분되는 것은 자명하다. 배우고 가르치는 행위의 본질적 요소만이 남은 채 동시적이고 확장된 시공간에서 새로운 커리큘럼 아래 혁신적 방식으로 가르치고 배우는 대학, 일종의 플랫폼 대학(platform university)이 예상보다 우리 앞에 가까이 와 있다. 단일한 형태와 가치관으로 묶인 평면적 차원의 지식공동체인 유니버시티(university)가 입체적이고 메타적인 차원의 지식공동체, 즉 메타버시티(metaversity)로 전환될 시점이 도래한 것이다.

학생 없는 캠퍼스를 1년 반 이상 경험하면서 너무나 많은 것들이 흔들렸다. 기대와 희망은 무너졌고, 삶의 공허함만이 우리의 삶을 압도했다. 그 어떤 시련과 역경에도 흔들리지 않는 것, 보다 근본적인 것이 우리에게 절실하다. 안전한 미래를 맞이할 수 있는 희망, 오직 교육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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