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정구 인천광역시 환경특별시추진단장
장정구 인천광역시 환경특별시추진단장

울산광역시에 온산공업단지가 있다. 온산병이라는 공해병으로 1980년대 중반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곳이다. 인근 주민 1천여 명에게서 전신마비 증상이 발생했고 손해배상 소송에서 공해병을 인정받았다. 1만여 명이 집단이주했다. 김포시에서도 환경오염과 건강피해의 인과관계가 확인돼 주민들이 의료비와 요양생활수당 등 환경오염피해규제급여를 받고 있다.

2021년 11월 8일, 인천광역시 환경보건 조례가 시행됐다. 조례의 주요 내용은 지역환경보건계획 수립 및 시행, 지역환경보건위원회 설치와 운영, 건강영향조사의 청원 및 조사 결과에 대한 조치, 지역건강영향조사반 운영에 관한 사항 등이다. 꼭 필요한 제도로 많이 늦었지만 이제라도 추진되고 있어 다행이다. 

‘환경보건법’ 개정으로 지자체의 환경보건 책임과 역할이 강화됐다. 대기, 수질, 토양, 해양, 소음·진동 등 환경오염은 인체나 재산상 피해를 발생시킨다. 환경보건은 이런 환경오염이나 유해화학물질이 사람의 건강과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평가하고 이를 예방·관리하는 개념이다.

인천에는 영흥화력발전소를 비롯해 해안가를 따라 발전소들이 늘어서 있다. 곳곳에 국가산업단지와 지방산업단지가 있고, 항만시설 또한 중요한 환경오염 유발시설들이다. 도시가 확장되면서 산업단지와 발전소, 항만시설 인근까지 주거지가 들어섰다. 오염물질배출 관리가 많이 강화됐지만 시민들은 여전히 환경유해물질에 노출되고 있다. ‘살고 싶은 인천, 환경특별시 인천’을 위해서는 주민 건강을 위한 환경보건정책 강화는 당연하다. 이를 위해서는 정확하고 과학적인 조사가 병행돼야 한다.

인천시 통계연보를 살펴보면 대기, 수질, 소음·진동 등 오염물질배출시설들이 늘고 있다. 화학물질 배출량과 이동량 또한 증가 추세다. 산업단지 주변 지역에 대한 환경영향평가 결과 발암물질을 비롯한 건강유해물질들의 농도가 높게 나타난다. 

미세먼지는 호흡기질환뿐 아니라 심혈관질환에도 영향을 미친다. 미세먼지 농도가 증가하면 심장질환자 사망률, 심부정맥혈전증, 폐암 위험도 등이 증가한다. 같은 농도의 미세먼지라도 산업단지 주변 지역에서 더 유해하다는 연구 결과까지 있는 상황이다. 인천에서 환경 관련 질환들과 환경유해인자로 인한 주민 건강피해를 더욱 체계적으로 관리해야 하는 이유다.

미나마타병, 이따이이따이병, 온산병 등 공해병이 옛날이야기만은 아니다. 수도권매립지 인근의 사월마을은 환경부로부터 주거부적합판정을 받았다. 유해환경 원인을 특정하기 어려울 정도로 다양하다. 과거에 비하면 환경이 많이 좋아졌지만 아직도 환경오염물질들은 수질과 토양을 오염시킬 뿐 아니라 시민들의 건강피해 우려가 있는 곳이 지금도 분명 존재한다. 무수하게 많은 새로운 화학물질들이 만들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꼼꼼하고 정기적인 조사·연구는 선택이 아닌 필수이다.

곧 수도권미세먼지연구센터가 인천에 문을 연다. 권역형 환경보건센터도 뒤를 이을 예정이다. 인천지역 특성을 고려한 환경보건 분야의 사회적 이슈에 대응하고 환경보건 거버넌스 운영을 과학적으로 기술적으로 지원할 것이다. 인체 환경 노출 수준을 파악하고 연관성을 밝히며 자료 분석 등 사전 예방 대응체계 구축과 함께 새로운 환경이슈물질에 대해서도 선제적인 대응이 가능할 것이다.

환경특별시 인천, 기본에 충실하고 튼튼한 기초 위에 골격을 설계해야 한다. 정확한 자료가 있어야 올바른 정책의 방향을 설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환경오염피해는 어린이나 노인 등 생물학적·사회적 약자들에게 더욱 악영향을 미친다. 인천지역의 환경보건계획은 환경유해인자에 더 민감한 취약계층을 우선하는 대책이어야 한다. 또한 산업단지, 교통밀집 지역주민에 대한 특별관리대책 등이 포함돼야 한다. 환경유해인자로 인한 주민의 건강피해 예방·관리를 위한 행·재정적 지원책도 당연히 포함될 것이다. 사회적 약자, 생물학적인 약자들이 안전한 도시가 진정으로 살고 싶은 환경특별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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