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기 인천대 외래교수
김준기 인천대 외래교수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은 산업혁명 시기에 형성된 사회구조의 연장선상에 있다. 생산 관계가 산업혁명 이전 시기와 완전히 달라지면서 새로운 사회 형태를 구현하게 된 것이다. 이에 따라 지금 잘사는 국가들은 이미 그때에도 선진국이었다.

19세기가 네덜란드를 영국이 따라잡은 시대였다면 20세기는 그 영국을 미국이 앞지르는 시기였다. 하지만 그 미국을 21세기 들어서 과연 중국이 추월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지배적이다.

19세기 초반 세계는 산업혁명으로 인한 대분기의 영향으로 영국을 비롯한 서유럽 국가들과 아시아·아프리카의 대부분 국가들 사이에서 본격적인 빈부 격차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후진국이 선진국이 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듯이 그 격차는 여전히 진행중이다.

그런데 이 같은 세계사적인 흐름에 예외적인 나라가 등장했는데 바로 일본과 타이완, 한국이다. 특히 한국은 19세기 초반부터 현재까지 1인당 GDP가 무려 35배나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이처럼 역사적으로 유례가 없는 경제 기적을 일으킨 대한민국은 빈국들에게는 선망과 희망의 대상이 되고 있다. 그런 대한민국에 5차 산업혁명 시대 진입을 목전에 두고 다시 대선의 계절이 돌아왔다. 선진국에 완전히 진입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가 대선과 함께 우리 앞에 놓여진 것이다.

조선이 주자학으로 무장한 사림 세력과 어설픈 군주가 만나 망했듯이 지난 5년간 대한민국은 특정 이념으로 무장한 586 건달 세력과 자화자찬 지도자가 만나 국민들을 부동산 벼락거지로 만들고 국가를 빚더미에 올려놓았다.

임진왜란을 겪은 조선은 병자호란까지 30년 이상의 시간적 여유가 있었다. 이 기간 위기를 초래한 원인을 찾아 개선하고 국가의 역량을 강화할 대대적인 혁신에 나섰다면 또 다른 비극을 막을 수도 있었다. 그러나 서인 사림 세력과 결탁한 더 무능한 정권의 집권으로 권력 불균형과 정책적 혼란이 더욱 가중되며 개혁에 실패하고, 상대 붕당과 싸우고 명나라만 바라보다가 국가와 백성을 전쟁의 나락으로 밀어넣었다.

국민들의 열망으로 탄생한 촛불정권은 5년 내내 경제를 비롯해 정치, 외교, 안보, 국방, 교육, 인사, 부동산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분야에서 탄핵정권보다 더 참담한 국정 운영 능력을 확인시켜 줬다. 게다가 적폐 아닌 적폐와 싸우고 북한만 바라보다가 국민들은 마스크에 이어 요소 든 물도 배급을 받아야 하는 지경에 이르고 말았다.

조선 사대부들에게 가난과 고통에 시달리는 백성들은 구호(救護)의 대상이 아니라 지배와 수탈의 대상이었듯이 이 정권에게 잘못된 정책으로 절망과 좌절에 빠진 국민들은 구제의 대상이 아니라 매표의 대상에 불과할 뿐이었다.

주지하다시피 조선이 가난했던 이유는 농업에 힘쓰고 상업을 억제하는 무본억말정책 때문이었다. 백성들을 수탈의 대상으로 여겼던 사림들의 이러한 경제관은 지금 기업 운영을 잠재적 범죄처럼 여기는 집권세력이 기업을 바라보는 태도와 크게 다르지 않다. 노동력과 임금을 착취한다고 보는 것이다. 이런 과거 민주정부보다 더 악의적인 반기업적 인식과 서툰 경제 운용 실력으로 대한민국을 선진국으로 이끌 수는 없어 보인다.

이번 대선은 지난 5년간 망가질대로 망가진 국가 시스템을 회복하고 국가 운영 체계를 전면적으로 개조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 강한 국가는 강한 국민이 만든다. 세금으로 보호받는 국민이 아니라 세금을 많이 낼 수 있는 국민이 많아져야 강한 국가가 된다. 국가가 국민들의 삶을 책임진다는 사탕발림이 아니라 국민이 국가를 책임질 수 있을 때 강한 국가도 되고 선진국도 될 수 있다.

국가 조직의 확대와 기능 강화는 시장의 자율성을 훼손하고 생산성의 약화를 초래한다. 온전한 선진국은 국가의 집요한 간섭이 아니라 국민들의 자율적인 능력 발휘에 의해 가능하며, 세금으로 만드는 가짜 일자리가 아니라 기업이 만드는 양질의 일자리에서 비롯된다.

이번 대선이 그저 돈만 잘 버는 나라가 아니라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고 재난 관리, 공정거래 질서, 조세 징수, 갈등 해결 등 국가의 핵심 역량이 정상화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이중적인 포퓰리즘 정권에서 벗어나는 것만으로도 다행인지 모르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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