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재학 인천세원고 교감
전재학 인천세원고 교감

최근 방송 매체는 2022 대선 후보자들의 토론으로 국민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네티즌이든 토론 전문가이든 "여든 야든 우리나라 정치인들의 토론 수준은 정말 한심하다"가 돌아오는 반응이다.

왜 정치인들은 후한 평가보다는 낙제점이나 그에 가까운 평가를 받는 것일까? 그것은 우리의 토론교육 부재와 부실이 가져다준 ‘자업자득’, ‘인과응보’, ‘사필귀정’ 등 당연한 결과인지도 모른다.

필자는 군복무 시절 주한미군 소속 한국군 증원군, 소위 카투사(KATUSA)라 불리는 군조직에서 26개월을 근무했다. 대학에서 영어교육을 전공하고 학사의 학력과 응시 시험(국사·국민윤리·영어) 당시 수십대 일의 경쟁률을 뚫고 성적 순으로 1983년도 1기로 입대를 하기까지 국내에서는 자타가 인정하는 엘리트교육 수혜자였다. 이에 비해 주한미군 병사들의 교육 수준은 상대적으로 빈약하기 짝이 없었다. 

하지만 입대 후 자대에서 소대·중대·대대 단위의 팀 미팅(Team Meeting)과 주특기 교육(On the Job Training)에서 미군 병사들의 토론 수준은 필자의 교육적 배경과 역량에도 불구하고 심히 충격적이었다. 미군 병사들이 쏟아내는 자유로운 그리고 상대방의 의견을 존중하며 전개하는 토론은 그 분위기와 수준에서 미국이 어째서 강대국이고 선진국인가 하는 사실을 증명하기에 충분했다.

최근 중앙Sunday에 따르면 토론전문가로 손꼽히는 윤석호 디베이트코리아 대표는 대선 후보들의 토론을 보고 "주로 말꼬리 잡기, 자극적 비유와 멘트, 특정 프레임을 통해 상대를 깎아내리는 전략과 장면만 자주 보인다"고 평가했다. 또 "특히 리스닝(듣기) 태도가 전반적으로 좋지 않고, 답변을 회피하거나 동문서답을 하는 등의 모습도 자주 보여 아쉬울 때가 많다"고 덧붙였다. 소위 국가 지도자가 되겠다는 사람들의 토론 수준이 이 모양이니 일반 사람들은 말해 무엇하랴. 

이런 결과에 대해 박정하 성균관대(의사소통영역) 교수는 "한국인의 태생적 능력 부족이라기보다 그동안 교육 훈련이 부족했던 것"이라며 "일부 대학에서 토론 과목을 필수로 지정하는 등 기회를 확대하고 있지만 여전히 미흡하다"며 "승자를 가리고 점수를 매기는 토론에만 집중하고 주어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탐구형 토론이 별로 없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여기서 우리는 교육시스템을 돌아보지 않을 수 없다. 각 고교나 대학에 토론교육과 훈련을 전담하는 코치와 교수를 지정해 교내 토론팀과 동아리를 체계적으로 지원하는 미국 내 프로그램과 전국 규모의 활성화된 디베이트 대회가 곧 학생 개인의 주요 스펙이 되는 미국의 교육체계를 주목해야 한다. 나아가 취업과 진학 과정, 입시 등에서 토론 능력이 큰 장점으로 반영되는 것에서도 시사점을 얻어야 한다. 그래서 학교교육에서부터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나?"라는 질문에 근거해 토론하는 교육과정의 활성화 및 수업 시스템을 도모해야 한다. 

현재 대선 후보들의 토론에서 나타나는 문제점들, 소리치며 화내고 삿대질하기, 상대의 발언을 자르거나 감정적·고압적 표현과 태도, 주어진 시간이나 논점에서 벗어나기, 주어진 절차와 규칙을 준수하지 않는 태도, 상대방의 타당한 주장을 인정하지 않는 태도 등등을 학교 토론교육의 개선점으로 삼아야 한다. 이는 선택적 사항이 아니라 이 시대 선진국으로 격상한 국가의 위상만큼 우리 교육이 안고 있는 글로벌 인재교육의 필수 과제다. 

우리는 언제까지 수많은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하는 등 인류 발전에 기여하는 유대인의 하부르타 교육 방식을 부러워만 할 것인가? 이제는 K-디베이트로 새로운 선진 교육을 구현하는 대한민국이 되길 강력히 제안하는 바이다.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