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우 인하대 사범대학 영어교육과 교수
이현우 인하대 사범대학 영어교육과 교수

감사원이 2021년 8월 13일 내놓은 저출산 및 고령화 대책 감사 결과 보고서는 한국의 인구가 저출산으로 지속적으로 감소해 2067년에는 3천689만 명, 2117년에는 1천510만 명에 불과할 것으로 예상했다. 또한 2018년 전국 합계출산율 0.98명과 중위 수준의 기대수명과 국내 이동을 가정할 때 2047년 이후 17개 광역시도 중 13개 광역시도에서 최대 23%의 인구가 감소하고, 229개 시군구 중 157개(69%) 시군구가 초고령화에 이르게 돼 대부분의 공동체를 구성하는 청년층 인구 기반이 소멸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경제연구원이 2021년 10월 20일에 내놓은 청년실업과 성장잠재력 간 관계에 관한 연구는 2010~2020년 평균으로 볼 때 한국의 전체 실업률과 청년실업률이 각각 3.6%와 10.1%로 이탈리아(10.6%, 34.4%), 룩셈부르크(5.7%, 17.6%), 스웨덴(7.5%, 21.5%), 폴란드(7.0%, 19.3%)보다 낮다. 하지만 38개 OECD 국가 중에서 한국은 2010~2020년 청년실업률 연평균 상승률에서 0.76%로 코스타리카(6.88%), 룩셈부르크(5.00%), 캐나다(3.23%), 칠레(2.66%), 호주(2.12%) 등에 이어 10위였고, 전체 실업률 대비 청년실업률 배율이 OECD 평균 2.08배보다 높은 2.82배로 이탈리아(3.24배), 룩셈부르크(3.11배), 스웨덴(2.85배), 폴란드(2.84배)에 이어 5위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은 1990~2019년 사이의 연간 자료 실증 분석을 통해 청년실업률이 1%p 높아지면 잠재성장률은 0.21%p 떨어지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하면서 높은 청년실업률이 경제성장률 저하, 신규 일자리 창출 여력 부족, 규제로 인한 기업 활력 둔화에 더해 노동시장 경직성에 기인했고, 청년들이 업무를 통해 새로운 기술과 지식을 습득할 기회, 즉 ‘업무에 의한 학습’ 기회를 감소시켜 인적 자본의 축적을 훼손하고 전공과 적성에 따른 노동인력의 효율적 배치를 어렵게 하는 결과를 낳는다고 주장했다.

 이상 살펴봤듯이, 인구 감소와 실업(특히 청년실업)에 관한 논의는 암울한 한국 사회의 미래상을 보여 주는 듯싶다. 하지만 이런 논의는 인공지능의 발전과 인공지능에 의한 자동화가 불러올 사회적 변화와 사고의 전환을 고려하지 않으면 의미가 반감될 수밖에 없다. 일례로 현재의 청년실업률이 향후 30년간 변함이 없고 현재의 합계출생률이 0.98명이 아니고 1987년의 합계출생률인 1.52이고 이 출생률이 향후 2050년까지 변함이 없다면 금세기 후반의 청년실업은 어떠한 양상으로 펼쳐질 것인가 생각해 보라. 아마도 21세기 후반의 청년과 그런 청년을 자식으로 둔 부모는 현재보다도 훨씬 더 극심한 스트레스와 고통에 직면할 것으로 생각된다.

 어쩌면 전 세계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인구 감소 현상은 인공지능에 의한 자동화가 불러올 일자리 부족을 대비한 호모사피엔스의 본능적 방어기제가 발동한 결과인지도 모른다. 살기 좋은 건전한 사회를 지속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사회구성원의 배를 채워 줄 수 있는 일정한 재화를 생산하는 일정한 수의 일자리와 그 일자리에 종사하는 일정한 수의 사람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인공지능 시대의 도래는 종래의 일정한 수의 일자리와 일정한 수의 노동 종사자를 보장하지 않고 변화를 초래했고, 그 변화는 더욱더 급격하게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LG경제연구원이 2018년 5월 15일 인공지능에 의한 일자리 위험을 진단한 연구보고서를 내놓았다. 이 보고서는 우리나라 전체 일자리의 43%가 인공지능으로 대체될 가능성이 크며, 고위험 일자리가 특정 직업과 산업에 편중됐다는 것을 밝혔다. 직업별로는 사무직, 판매직, 기계조작 종사자가 전체 고위험 일자리의 약 70%를 차지하고 산업별로는 도소매업, 음식·숙박업, 제조업이 고위험 일자리의 약 60%에 집중됐다. 학력별 및 소득별로는 중위층의 일자리에서 고위험 비중이 높게 나타나 중산층의 충격이 클 것으로 전망하면서 인공지능에 의한 자동화가 빠르게 현실화하고 있음을 주장했다.

 인공지능에 의한 자동화가 현재의 속도 또는 둔화된 속도로 이뤄지고 현재의 인구 감소 추세가 2051년까지 이어진다면 인구 감소가 청년실업과 맞물려 재화의 생산과 소비 양면에 끼치는 부정적인 영향은 재앙 수준이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인공지능에 의한 자동화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빠른 속도로,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광범위하게 진행된다면 현재의 인구 감소 추세는 종의 보존을 위한 수준을 유지하는 한, 일하면서 자신의 가치를 깨닫고 사는 인구의 비율이 높아짐으로써 화를 위장한 축복(blessing in disguise)이 될지도 모른다. 

 인간과 인공지능이 공존하는 시대에는 가족, 학교, 도시, 행복 등 삶의 기본 요소에 관한 종래의 전통적인 개념이 모두 바뀔 것 같다. 이렇게 바뀐 세상에서도 현재의 개념인 도시 소멸이 과연 무엇을 의미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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