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프로배구 IBK기업은행이 감독과 단장을 동시에 경질했다.

IBK기업은행은 21일 공식 입장문을 내고 "서남원 감독에 대해 팀 내 불화, 성적 부진 등 최근 사태의 책임을 묻고, 구단은 팀 쇄신 차원에서 감독뿐만 아니라 윤재섭 배구단 단장까지 동시 경질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최근 세터 조송화와 김사니 코치 이탈 등 여러 문제로 어수선한 탓에 7연패를 당했다는 분위기지만, 실제로는 IBK기업은행의 부진은 예견된 일이라는 주장도 있다.

배구계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기업은행의 문제는 신인 선수 육성 부족 등의 문제로, 성적을 위해 신인 선수를 육성하는 대신 즉시 전력감 투입을 원했다. 그 당시 성적은 올릴 수 있었을지는 모르지만 베테랑 선수들과 신인 선수들의 세대교체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해 언젠가는 부진으로 이어질 일이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의 말처럼 IBK기업은행의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는 장기적 육성 선수 플랜의 부족이다.

이는 이정철 전 감독 때부터 부족했던 것으로, 2011년부터 2019년까지 IBK기업은행을 이끌었던 그는 8시즌 동안 우승 3번, 준우승 3번, 4위 2번을 기록했으나 신인 하위지명 문제는 해결하지 못했다.

물론 성적이 좋아 신인 드래프트 우선 지명권을 얻지 못했던 것도 있지만, 일찍 실업팀으로 간 신인 선수들도 많았고 괜찮은 신인 선수도 육성보단 트레이드 카드로 활용됐다.

결국 김우재 전 감독이 사령탑에 오르자마자 쌓여있던 문제가 터졌다.

부임 첫해인 2019~2020시즌 개막 전 FA이적으로 인한 보상 선수 문제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세터와 리베로가 부족한 문제를 겪었다.

GS에서 표승주 보상 선수로 세터 엄혜선을 요구해 세터가 부족하기도 했었고, 리베로가 부족해 팀을 이탈한 한지현 복귀를 추진하다가 반발을 사기도 했다.

물론 김 전 감독의 판단 미스도 있었지만, 사실 신인 선수 육성을 전부터 했다면 이적 문제가 일어나도 대응을 쉽게 했을 수 있었다.

결국 신인 선수를 육성하기 위해  2019~2020시즌 신인드래프트에서 최가은과 육서영, 전하리, 이진 등 많은 선수를 뽑았고, 이듬해에도 최정민과 김수빈을 선택했다.

다행히 3년 동안 뽑은 신인 선수들은 최가은(현 페퍼저축은행)과 전하리(현 현대건설)를 제외하고는 트레이드 카드로 활용되지 않고, 자주 경기에 투입돼 실력을 늘렸다. 

하지만 신인 선수의 육성은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었다. 

다만 지난시즌에는 외인 안나 라자레바의 맹활약이 있었고, 국내 선수들의 뒷받침으로 정규시즌을 3위로 마감해 봄 배구에 진출했다. 

하지만 올해는 외인 라셈이 기대치에 미치지 못한다는 점과 기존 선수들이 부진했을 때 뒤를 받쳐줄 백업선수가 없어 결국 창단 이래 첫 7연패를 당했다. 

만약 신인 선수 육성이 훨씬 전부터 이뤄졌고, 백업 선수 기용을 생각했다면 사태가 이렇게 커지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김재우 기자 kjw@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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