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필수 대림대 교수
김필수 대림대 교수

지난해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각국의 자동차 판매는 반 토막이 난 경우가 많았다. 유럽이나 미국 등 도시 봉쇄가 발생하면서 아예 시민들의 이동이 불가능해지며 자동차 활용도가 떨어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한민국은 도시 봉쇄 같은 심각한 규제는 탈피하면서 경제 활성화에 노력해 가장 영향을 덜 받은 국가의 하나가 됐다. 이러한 분야 중 자동차 판매가 줄지 않았다는 것은 그만큼 바람직한 결과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현대차그룹을 중심으로 더욱 다양한 국산 신차가 쏟아져 나오면서 소비자의 선택 폭이 넓었다는 이유도 있고, 나만의 안전한 이동수단을 추구하면서 초보운전자나 고령자 모두가 차량을 가지고 나 홀로 차량을 원했던 이유이기도 했다. 그러나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정부의 개별소비세 인하 정책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내수 진작을 위해 지난해 3월부터 시행한 자동차 개별소비세 인하 정책이 올해 말 사라진다. 지난해 코로나 발생 이후 개별소비세의 70% 인하를 결정한 정부는 자동차업계의 요청에 따라 지난해 7월부터 30%로 축소했지만 6개월을 더 연장했고, 결국 올해 말 끝난다. 차종에 따라 현금 100여만 원의 혜택은 적지 않은 금액인 만큼 소비자가 느끼는 정도는 매우 크다. 실제로 정부는 경제 활성화를 위해 상황에 따라 자동차 개별소비세 인하 정책을 종종 활용해 왔다. 전가의 보도로 활용하면서 소비자 활성화 진작으로 활용했다는 뜻이다. 이때마다 적지 않은 효과를 봐 온 만큼 이번같이 심각한 코로나 사태의 경우는 더욱 필요한 정책이라 할 수 있다. 다른 산업 활성화도 당연히 중요하지만 자동차 분야는 부대 효과나 연관 산업이 더욱 광범위한 만큼 경제 활성화에 크게 기여하기 때문이다. 

정부가 개별소비세 인하 연장을 해야 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다. 우선 지난해부터 발생한 자동차용 반도체 대란으로 일부 인기 모델의 출고가 늦어지면서 개별소비세 인하 혜택을 받지 못하게 되는 소비자들이 즐비하다는 것이다. 자동차용 반도체 부족 현상은 내년에도 이어질 가능성이 큰 유동성을 고려해 자동차 출시를 촉진할 수 있는 역량이 크게 요구된다. 인기 차종은 지금 신청해도 내년 이맘때에나 받을 수 있는 만큼 소비자 활성화를 위해서도, 사기 진작을 위해서도 정부의 개별소비세 인하가 꼭 필요하다. 올해 말 종료된다면 자동차 출시를 위한 활성화 정책에 찬물을 끼얹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두 번째로 이미 글로벌 시장에서 차량용 원자재 가격이 크게 올라가고 있다는 것이다. 철강은 물론 차량용 반도체 등 모든 원자재 가격이 크게 올라가면서 신차 가격도 올라가야 하는 시점이다. 자동차 제작사 입장에서는 신차의 가격을 올린다면 코로나 시대의 경기 활성화에 영향을 주는 것은 물론 신뢰도 측면에서 고민이 많은 만큼 올리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 경우 개별소비세 인하 정책을 연장해 준다면 소비자가 직접 부담하는 비용에 대한 일부라도 삭감하는 상대적 효과가 큰 만큼 개별소비세 인하는 지속적으로 연장해야 한다. 

세 번째로 개별소비세 자체의 의미도 되살려야 한다. 자동차는 원래 사치품의 하나로 간주돼 지속적으로 각종 세금의 원천이 돼 왔다. 그러나 지금의 자동차는 사치품이 아닌 생활필수품이 된 지 오래다. 세금 끌어 모으기로 모은 국민의 혈세를 사회지도자층은 국민들에게 뿌리면서 포퓰리즘이 만연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느끼고 있다. 자동차 개별소비세에 대한 국민적 인식도 이러한 판단을 하고 있는 만큼 정부는 더욱 고민해야 한다. 진정으로 자동차 판매 활성화를 통해 경제 활성화를 기한다면 개별소비세 인하 연장으로 얻는 이점이 수배 이상 높기 때문이다.

최소한 자동차 개별소비세 인하 연장은 1년 이상을 진행했으면 한다. 지금 신청하는 신차는 바로 개별소비세 인하 혜택을 받아야 당장 활성화에 기여한다고 할 수 있다. 나무를 보는 시각이 아닌 산을 보는 시각으로 큰 그림을 그리기 바란다. 정부의 결단을 촉구한다.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