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포시는 위기 청소년을 보호·지원할 제도적 기반을 구축하는 중이다. 지난해 여성가족부 주관 ‘청소년 안전망 시범사업 지자체’에 선정돼 위기 청소년 보호체계 공공성 강화를 위한 선도사업을 펼친다.

 청소년 안전망 선도사업의 핵심은 위기 청소년 보호·지원체계를 기존 시설에서 지자체 중심으로 재편하는 일이다. 시가 주축이 돼야 유관기관과 유기적 연계망 구성이 용이하고 맞춤형 서비스 제공이 수월하기 때문이다. 

 시는 지난 1년간 전담공무원 배치와 위기 청소년 실태조사, 운영포럼 등을 통해 위기 청소년 지원 기반을 마련했다. 다양한 지역 자원을 활용해 위기 청소년 발굴·지원·사례관리 등 긴급 대응체계를 구축하고, 위기 청소년 통합관리를 위한 청소년 안전망을 강화했다.

 가출, 비행, 폭력 등 고위기 청소년을 위한 군포시 청소년 안전망 선도사업을 살펴봤다.

군포시 민·관·학 협력 프로젝트인 청소년 상담 ‘멘토스’에 참가한 학생과 상담사가 나노블록을 만들며 교감하고 있다.
군포시 민·관·학 협력 프로젝트인 청소년 상담 ‘멘토스’에 참가한 학생과 상담사가 나노블록을 만들며 교감하고 있다.

# 지역사회 연계 통합 복지서비스 지원

지적장애를 앓는 부모의 실제적 보호가 이뤄지지 않아 방임된 지적장애 형제들. 깊은 우울증과 정신질환으로 자살을 시도한 엄마를 목격하고 고아가 된 후 같은 우울증을 앓으며 자해를 시도하는 중학생 A양. 이혼가정의 아버지가 지방으로 일하러 간 사이 동생을 돌보며 살림살이를 꾸려 가지만 극심한 분노조절 장애로 동생을 상습적으로 폭행하는 B군.

군포시가 지난해 여성가족부 지자체 청소년 안전망 선도사업 공모에 선정돼 지자체를 중심으로 한 청소년 통합지원 체계를 구축한 뒤 발굴된 고위기 청소년 위기 사례는 90건에 이른다.

그동안 청소년의 문제를 개인에 맞춰 상담과 기관 중심으로 해결해 왔던 단일화된 문제 해결 방법에서 벗어나 지자체 내에 전담 조직을 갖추고 복합적 위기와 욕구를 지닌 고위기 청소년에게 일어나는 여러 문제를 지역사회의 다양한 자원 연계를 통해 포괄적·체계적으로 통합 지원하는 성과를 얻었다.

지금까지 사각지대에 놓였던 고위기 청소년들이 학교와 경찰서 등 관계 기관을 통해 적극 발굴·지원되기 시작했다.

중학교에 진학한 이후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항상 혼자 지내던 A양은 고위험군으로 판명났다. A양은 어릴 때부터 양육이나 돌봄을 받지 못하고 방치되다시피 하다가 엄마의 자살 시도 장면을 목격하는 등 정서적 학대를 경험했다.

청소년 안전망에서는 초기 상담을 통해 A양의 정신건강에 빨간불이 들어왔다고 보고 위기 청소년 정신건강지원사업으로 마련한 ‘심(心)심(心)풀이 사업’을 통해 전문기관의 심리검사 및 심리치료를 연계했다. 심리검사를 통해 가족에게 버려지는 두려움이 크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엄마와 관계를 개선하도록 가족상담을 병행했다. 

처음에는 무엇이 좋고 무엇이 싫은지조차도 눈치를 보며 대답하지 않았던 A양은 심리치료를 통해 속마음을 조금씩 표현하기 시작했고, 친구들과 관계를 맺어 가는 방법을 배우면서 조금씩 웃음을 찾았다. 함께 상담을 받은 엄마도 살아갈 목표를 세우고 아이를 가슴에 품는 연습을 차근차근 해 나가면서 서로의 상처를 보듬어 가고 있다. 

군포시가 유관기관과 위기 청소년 발굴·지원을 위한 통합사례 회의를 열고 있다.
군포시가 유관기관과 위기 청소년 발굴·지원을 위한 통합사례 회의를 열고 있다.

# 통합사례 관리로 촘촘한 안전망 확보

이처럼 학교 및 가정 내에서 빈번히 일어나지만 밖으로 드러나지 않았던 다양한 학대 문제, 부모의 이혼과 가출 등으로 인해 혼자 살아가는 청소년, 우울증 등 정신건강 문제로 자해·자살 시도를 반복하는 위기 청소년들이 청소년 안전망 통합사례 관리를 통해 새로운 미래를 꿈꾸고, 가족과 스스로의 치유 속에 다시 단단한 뿌리를 내렸다.

청소년 안전망 통합사례 관리는 청소년전화 1388, 학교, 경찰서, 청소년 관계 기관 등을 통해 위기 청소년을 발굴·의뢰받은 뒤 전문 청소년 통합사례 관리사의 초기 상담과 척도검사를 통해 사례 관리가 필요한 고위기 청소년을 선정한다. 이후 학교 등 청소년을 중심으로 관계 기관들이 모두 모여 통합사례 회의를 통해 위기 문제를 논의하고 해결을 위한 목표를 설정, 개입 과정을 계획한다. 정기적으로 회의를 개최해 진행 과정을 점검하고 위기 문제 해결 시 종결과 사후 모니터링까지 일련의 과정을 함께한다.

현재까지 고위기 청소년의 통합사례 관리는 총 90건이 진행 중이다. 사례관리 과정에서 제공된 맞춤형 서비스 지원 및 지역사회 서비스 연계는 시설 입소, 경제 지원, 교육, 자활, 의료, 정신건강 지원 등 총 3천166건이다.

# 청소년 안전망 운영 1년

"고위기 청소년은 관계 형성도 너무 어렵고, 한순간 감정 변화가 심해 개입이 매우 어렵습니다. 개인 문제보다 가족 전체의 구조적인 문제가 큰데다, 가족의 방임으로 보호자의 관심과 도움이 없는 경우가 많아 일일이 아이들을 다독여 가며 관리합니다."

청소년 안전망 담당 공무원의 1년간 운영 소감이다. 백지에 하나씩 그려 가는 선도사업인지라 쉬운 일은 없었다.

사업 초기 위기 청소년을 발굴하고자 일일이 현장을 뛰며 사업을 소개하고 기관들과 협력체계를 구성했다. 지금은 많은 위기 청소년들이 상황에 맞는 맞춤형 지원을 받으며 하나씩 문제를 해결한다.

군포만의 특화된 사업도 성공적으로 운영 중이다. 지역사회 특성을 고려해 개발된 사업인 만큼 관계 기관의 관심과 열정도 높다. 시행 1년밖에 되지 않았지만 위기 청소년 문제 개선 효과가 기대 이상으로 나타나자 시는 내년도에 사업을 확대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민·관·학 협력 프로젝트 ‘멘토스’는 시가 자랑하는 특화사업 중 하나다. 학교 내 인식 전환과 위기 청소년을 발굴·지원하고자 만든 사업이다.

지난 5월부터 계속 진행 중인 이 사업은 중학교 재학 중인 고위기 청소년 5명을 대상으로 소년 상담 관련 전공자로 멘토를 구성해 집중 지원했다. 학교와 일상생활 전반을 밀착 지원하고, 통합사례 관리를 통해 일대일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고, 개인·가구별 서비스와 연계한다. 

올해 주몽복지관, 금정중학교와 함께 시범사업 추진을 시작으로 내년 4개 학교로 확대 운영할 계획이다.

눈에 띄는 또 다른 특화사업은 혼자 사는 청소년 통합지원이다.

주민등록상에는 1인가구로 드러나지 않지만 보호자의 이혼, 사망, 장애 등 다양한 부재 사유로 의식주 전반을 혼자서 해결해 나가는 청소년이 사례 관리를 통해 많이 발견됐다.

이에 청소년의 기초생활에 필요한 영양관리, 안전 모니터링과 더불어 주거환경 개선사업에 나섰다. 비위생적인 환경에 처한 경우 대청소와 방역을 하고 정리수납 교육 기회도 제공했다. 특히 혼자 생활하며 우려되는 성폭력 등의 위험과 경제관리, 위생관리 등의 문제에 대비해 전문기관과 협약을 통해 별도 교육과정을 마련하고 일대일 맞춤식 교육을 제공했다. 

군포시가 지난 5월 시청 회의실에서 청소년안전망 1388청소년지원단 위촉식을 갖고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군포시가 지난 5월 시청 회의실에서 청소년안전망 1388청소년지원단 위촉식을 갖고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 청소년 안전망 확대와 지역사회 안착

시 청소년 안전망 사업은 운영한 지 1년이 지났다. 지역 관계 기관과 민간단체의 적극적인 협조로 시행 이후 얼마 되지 않아 청소년 위기관리 체계가 완성됐고 가시적인 성과도 냈다.

2022년 청소년 안전망은 그동안 구축된 사업 운영 모형을 토대로 위기 청소년 맞춤형 통합서비스를 위한 분야별 영역을 구성하고, 영역별 특화사업을 개발해 사업을 넓혀 나갈 계획이다.

새롭게 구성되는 분야별 맞춤형 통합서비스는 정서·행동 분야, 학교연계지원 분야, 복지 분야, 지역특화 분야로 세분화된다.

정서·행동치료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청소년 정신건강 지원 시 가족상담과 부모교육을 의무적으로 병행한다.

학교 부적응의 다양한 위기를 학교와 함께 대응해 나가겠다는 목표로 멘토스 사업을 4개 교로 확대 운영해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는 위기 청소년을 발굴·지원할 계획이다. 

혼자 사는 청소년 통합지원을 위해 보호자의 다양한 부재 사유로 의식주 전반을 혼자 해결해 나가야 하는 청소년을 학교와 동 주민센터 등과의 협력을 통해 적극 발굴·지원한다.

쉽게 마음을 열지 않는 위기 청소년과의 친밀한 관계 형성과 일상생활을 함께 모니터링해 주고 위기 해결을 위해 청소년을 독려하고 이끌어 줄 위기 청소년 전담 멘토를 양성하는 지역특화사업 ‘군포시 청소년 멘토 스쿨’도 계획 단계다.

시의 청소년 안전망 시범사업은 성공적으로 자리매김하는 분위기다. 전국 시범사업 추진 지자체 중 청소년 인구수 대비 가장 많은 사례를 발굴하고 지역사회 협력 범위도 확대됐다.

잘 만들어진 사업도 연속성이 없으면 추진력과 효과가 반감되기 마련이다. 시는 사업의 연속성 확보를 위해 현재 기간제 근로자로 근무 중인 통합사례 관리사를 내년부터 정규직인 임기제 공무원으로 전환한다. 사업의 안정성을 확보했다는 측면도 큰 성과로 꼽힌다.

그러나 지금도 일선 학교와 청소년 복지 현장에서 위기 청소년을 발견하고도 어떤 방법으로 접근해야 할지 몰라 위기가 반복되거나, 청소년의 문제를 밖으로 드러내지 않고 가정과 학교 등의 기관 안에서 스스로 해결하려는 보수적인 인식도 엄연히 존재한다. 향후 청소년 안전망 사업을 추진하려면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시는 위기 청소년 본인이나 가족은 물론 이웃 누구에게나 편안하게 위기상황을 알리고 도움의 손길을 내밀도록 청소년 안전망을 지역사회에 견고히 안착시키는 데 전력을 쏟을 계획이다.

군포=임영근 기자 iyk@kihoilbo.co.kr

사진=<군포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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