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필수 대림대 교수 
김필수 대림대 교수 

글로벌 자동차산업의 패러다임이 급격히 변하고 있다. 워낙 전기차 등의 보급이 촉진되면서 내연기관차의 퇴출 속도가 그만큼 빠르게 진전되고 있다는 뜻이다. 지난 연초 현대차는 전기차 전용 플랫폼으로 무장한 신형 전기차 아이오닉5를 출시하면서 기존 울산공장에 있던 내연기관차 라인의 생산인력을 약 30% 줄여 노사 간 갈등이 잠시 발생하기도 했다. 

국내는 기업하기 힘든 구조로 바뀌고 있다는 부분이 가장 큰 우려 사항이라 할 수 있다. 쌍용차의 경우 법정관리 중이고, 앞으로도 인수를 진행해도 결국 수명 연장을 벗어날 수 있는 부분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지엠과 르노삼성의 경우도 국내 점유율이 최악으로 가는 상황이어서 다음 정권에서 국내 유지를 위해 공을 들여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특히 강성노조의 이미지가 강하고, 수시로 부분 파업을 하는 상황이어서 해외 본사 차원에서는 국내 상황을 그리 좋지 않게 보는 시각이 크다.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앞서 언급한 노사관계다. 우리는 매년 임단협 문제와 부분 파업하기 좋은 구조여서 정상적인 업무를 보기 힘든 게 가장 나쁜 이미지다. 여기에 주 52시간 근무 구조와 최저임금 인상 등 기업주 입장에서는 어려운 여건으로 판단하고 있을 정도이다. 특히 자동차산업의 경우 전기차 등으로의 전환이 급격히 이뤄지고 있는 부분이 가장 최악의 환경으로 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준비가 전혀 돼 있지 않은 상황에서 전기차 등 무공해 자동차로의 급격한 변신은 산업생태계의 충격으로 오고 있기 때문이다. 

몇 개월 전 본격적 생산에 들어간 광주글로벌모터스(GGM) 위탁생산 공장의 경우도 자동차 공장으로 23년 만에 새롭게 건설한 부분일 만큼 국내 여건은 어렵다. 이미 전기차로의 전환이 빨라지면서 노조 측은 미국 등 해외에 전기차 생산라인을 설치하지 말고 국내에 설치하는 것을 보증하라고 요구하고 있을 정도다. 미국 바이든 대통령의 바이 아메리칸 선언 등 자국 우선주의가 팽배해지면서 앞으로는 미국에서 배터리를 제조하고 완성차를 미국에서 제작하라고 공공연히 요구하고 있는 정도로 악조건으로 가고 있다. 미국 현대차 공장에서의 전기차 생산은 미국에서 요구하는 필연적인 부분으로 전개되고 있다. 중국 등 강대국 중심으로 자국 우선주의가 확대되고 있는 부분도 우리의 여건을 나쁘게 만드는 요소다. 

현대차그룹은 동시에 국내 생산공장은 인력 조절을 위해 신입 생산직 직원 채용을 지양하고 정년퇴직하는 자연적 감소를 지향하고 있어 결국 국내 생산직은 점차 고갈될 것으로 판단된다. 물론 최근 현대차그룹에서 미래 모빌리티 성장 동력으로 수소연료전지 시스템, 도심형 항공모빌리티(UAM)는 물론 자율주행 등 미래 먹거리를 확보하기 위한 전문인력을 5년 동안 4만 명 이상 채용하겠다는 선언은 중요한 디딤돌 역할을 한다. 최근 미국 GM 본사가 앞으로 10여 종의 전기차를 본격 생산하겠다고 선언하면서 이 중 단 한 차종도 국내(한국지엠)에서 생산하지 않는 부분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국산 배터리와 모터 등 핵심적인 부품을 우리 기업에서 조달하는 경우가 많은 상황에서 단 한 차종도 국내 생산이 없다는 부분은 앞으로 적극적으로 설득해야 하는 부분이다. 

앞서 언급한 기본 문제의 해결도 핵심이지만 규제 일변도의 포지티브 정책으로 스타트업의 성공이 불가능할 정도로 규제가 많다. 국내 생산 현장이 고부가가치를 지향하는 노사가 균형 잡힌 새로운 생태계로 다시 자리잡기를 바란다. 제대로 된 개선으로 국내 산업 공동화가 발생하지 않는 결과가 나타나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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