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정규 문학평론가
한정규 문학평론가

20세기 후반까지만 해도 지구 중위도지역에 위치한 한국은 일 년이 3개월씩 사계절이 두드러졌다. 그런 날씨가 크게 변하고 있다. 인간이 경제활동을 하면서 대기로 배출한 온실가스에 의한 지구온난화로 겨울과 봄·가을이 짧아지고 반면 여름이 길어지고 있다. 여름이 길어지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폭염일수가 늘어나고 있다. 그래서 2020년과 2021년 여름은 유난히 더웠다. 문제는 앞으로 여름이 예전 같지 않고 푹푹 찌는 그런 날이 적지 않을 거라 한다. 평소 겨울이면 영하 40℃에서 50℃를 오르내리는 혹한지역인 시베리아도 2020년 여름 기온이 40℃에 육박했다. 야쿠타아공화국 베르호안스크 마을에선 2020년 6월 27일 최고기온이 38℃를 기록했다. 지구온난화로 기온은 그렇게 변하고 있다. 

지구 역사를 보면 빙하기, 간빙기, 온난기를 교차하며 변해 왔다. 눈으로 뒤덮인 그린란드도 한때는 경작할 수 있을 정도로 푸른 초원이었던 때가 있었던 적이 없지 않았었지만 정상적인 것은 아니었다. 최근 날씨 변화가 그때로 되돌아가는 것 같다. 문제는 시베리아의 이상고온과 몽골지역 대기 정체로 2020년 한반도에 폭염이 불가피했던 점이다. 

또한 40∼50여 년 전 여름에 비해 폭염일수가 길어졌다. 그땐 빗물이 오염되지 않아 주룩주룩 내리는 소낙비를 맞아도 괜찮았다. 그래서 여름이 좋았다. 여름이 좋은 것은 그뿐만 아니었다. 짙은 녹음 속에서 지저귀는 산새들의 아름다운 소리가 울려 퍼지고, 졸졸 흐르는 계곡 맑은 물 그 속에 쩍 벌어진 가슴 내밀며 누구든지 덤빌 테면 덤벼 보라는 듯이 앞발을 바짝 세워 위엄을 뽐내는 가재가 어슬렁거리고, 뱁새들이 숲 사이를 들락날락 노래하고, 파란 하늘 푸른 숲이며 이글거리는 태양이 좋았다. 

여름을 맞은 시골 하천은 대중목욕탕이었다. 아이들은 아이들 대로, 어른들은 어른들 대로 밤이나 낮이나 물이 고여 있는 하천은 벌거벗은 사람들로 웅성거렸다. 논두렁 밭두렁을 따라 소를 몰고 풀을 뜯는 사람들도 흔히 보였다. 여름은 농작물이 열매를 맺기 위해, 동물들은 추운 겨울 월동을 위해, 사람들은 겨울 준비를 위해 바쁘게 움직이는 계절이었다. 그래저래 낭만이 적잖았다. 

그런 계절의 풍경이 바뀌고 있다. 오염으로 얼룩진 하천은 악취와 일렁이는 오물 덩어리로 목욕은커녕 손발을 씻기에도 겁이 난다. 혹여 피부병이라도 옮길까 봐 하천 물가를 피해야 한다. 푹푹 찌는 무더위에 숨이 막혔다. 때로는 가뭄 때문에 식물도 동물도 목이 타 기진맥진했다. 그런가 하면 또 다른 한쪽에서는 폭풍우 장마로 농토가 유실되고 가옥이나 도로가 침수돼 허둥댔다. 태풍이 몰아쳐 나무를 넘어뜨리고 낙과는 물론 비닐하우스를 날려 보냈다. 그 같이 여름은 무더위, 폭염뿐만 아니라 폭우와 태풍, 그런가 하면 가뭄까지도 번갈아 오고가며 만물을 괴롭히는 계절로 변했다. 

지구온난화는 더 많은 나날을 더 무덥고 더 강한 폭풍우, 더 많은 태풍을 몰고 오고 때로는 더 극심한 가뭄을 가져다주는 계절로 변화시키고 있다. 이제 여름이 사계 중 인간이 생활하기에 가장 만만치 않은 힘든 계절로, 불안과 초조가 가시지 않는 긴장 속에 살아야 하는 계절로 치닫고 있다. 그렇게 변화하는 삶의 풍경이며 기후를 막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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