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원영 인하대학교 프런티어학부 겸임교수
최원영 인하대학교 프런티어학부 겸임교수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가 쓴 「인생 수업」은 죽음을 앞둔 수백 명의 환자를 인터뷰한 결과, 우리가 인생에서 꼭 깨달아야 할 것들을 정리한 책입니다. 죽음을 눈앞에 둔 사람들의 말은 아마도 무척 정직했을 겁니다.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면서 가장 후회스러웠던 일들, 다시 태어난다면 반드시 하고 싶은 일들을 말했을 테니까요. 이 책의 프롤로그에 있는 문장이 제 가슴에 담겼습니다.

"우리는 배우기 위해 산다. 배워야 할 과목들은 ‘사랑’, ‘관계’, ‘상실’, ‘두려움’, ‘인내’, ‘받아들임’, ‘용서’, ‘행복’ 등이다. 나아가 이 과목들은 궁극적으로 나 자신이 진정 누구인가를 깨닫게 해 준다. 비극은 인생이 짧다는 것이 아니라 단지 정말 중요한 것이 무엇인가를 너무 늦게서야 깨닫는다는 것이다. 죽음은 삶의 가장 큰 상실이 아니다. 가장 큰 상실은 우리가 살아 있는 동안 우리 안에서 어떤 것이 죽어버리는 것이다. 삶은 하나의 기회이며 아름다움이고, 놀이다. 그것을 붙잡고 감상하고 누리는 것은 자신에게 달렸다."

인생이라는 학교에서 우리가 배워야 할 과목 중 저는 어떤 과목을 잘할 수 있을까를 생각해 봤습니다. 부끄럽게도 답할 수가 없습니다. 모든 과목에 자신이 없으니까요. 그러니 지금부터라도 배울 수밖에요.

책을 읽으면서 죽음을 앞둔 사람들이 가장 크게 후회하고 있는 것은 ‘가짜’를 ‘진짜’라고 믿고 그 가짜를 위해 평생을 살아왔다는 점을 알 수 있었습니다. 왜 가짜를 진짜로 믿는 것일까? 가짜와 진짜를 구분하는 법은 없을까? 많은 생각과 질문이 떠올랐습니다.

가짜가 남들이 원하는 삶을 사는 것이라면 진짜는 나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삶을 살아가는 것이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습니다. 가짜의 삶은 남들만큼 또는 그들보다 더 많은 것을 손에 쥐지 못하면 실패한 인생이라고 단정하겠지만, 진짜의 삶은 스스로가 만족하면 그만이니까 실패가 없는 삶입니다. 그러나 가짜의 삶은 언제나 남과 비교하면서 자책과 원망 그리고 분노에 휩싸인 채 살기가 쉽습니다.

죽음을 앞둔 사람들이 후회하는 이유는 자신이 가짜 삶을 살았고, 그런 삶이 잘못됐음을 깨달았을 때는 안타깝게도 생명의 시간이 얼마 남지 않기 때문일 겁니다. 그래서 저자는 책을 썼을 겁니다. 사람들이 건강할 때 ‘진짜’ 삶을 살아가기를 바랐을 테니까요.

저자는 말합니다. "사람들이 살아가는 데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하나는 기적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며 사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모든 것이 기적이라고 생각하며 사는 것이다"라고요. 전자는 가짜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생각일 것이고, 후자는 진짜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태도입니다. 후자의 삶은 지금 이 순간을 기적처럼 살아가는 삶입니다. 저자가 말한 것처럼 삶이 우리에게 사랑하고, 일하고, 놀이하고, 별과 꽃들을 바라볼 기회를 주었으니까요. 그저 우리는 그 기회를 누리며 만족해하며 살면 되니까요.

우리가 이 세상에 존재하는 이유에 대해 저자는 명쾌하게 답을 내립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아름다운 사람들이란 실패를 겪고 고통을 겪고 상실을 경험하고 깊은 구덩이에 빠져 길을 찾아 헤맨 사람들이다. 그런데도 그들은 동정심과 따뜻함, 사랑과 배려로 가득한 사람들이고, 삶에 대한 이해와 감수성과 감사의 마음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다. 아름다운 사람들은 우연히 있는 게 아니다. 그러니 살고 사랑하고 웃으라. 그리고 배우라. 이것이 우리가 이곳에 존재하는 이유이다." 

이제야 명쾌해집니다. 지금까지 제가 그토록 분노했고 짜증을 낸 이유가 가짜 삶을 살았기 때문이었음을 이제라도 깨닫게 된 것이 참으로 다행스럽습니다. 그동안 자신을 열등하다고 여긴 것은 남들의 성취와 비교해서 그랬던 것입니다. 인생 학교가 우리 모두에게 던지는 ‘나 자신은 진정 누구인가?’라는 궁극적인 질문에 답을 찾기 위해 이제부터라도 ‘진짜’ 삶을 살아야겠다고 다짐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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