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홍옥 인천시북부교육지원청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 위원
안홍옥 인천시북부교육지원청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 위원

연초에 불거진 운동선수 등의 학창시절 학교폭력 피해자들의 미투 운동 영향으로 학교폭력이 대폭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던 바와 달리 오히려 더 늘었고, 특히 초등학교에서는 배 이상이 늘었다. 접수 건수 자체도 늘고 심의위원회 개최 건수, 심지어 행정심판 건수도 늘었다. 특히 언어폭력과 사이버폭력이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사이버폭력이란 SNS 상에서 일어난 언어폭력이니 결국 상대방에게 모욕적이거나 비방하는 말을 해 신고된 사안들이다. 

특히 초등학교 1∼2학년 저학년생 간 갈등을 학교 자체에서 교육적으로 해결하지 못하고 심의위원회나 행정심판을 제기하는 것은 당사자인 학생들의 의사와 관계없이 100% 부모 간 감정싸움과 영향력 행사다. 심의위원회에서는 어린 학생들이 학교에서 1차 조사할 때부터 심의위원회에 출두하기까지의 과정이 힘들 것으로 생각해 어떻게든 더 이상의 논란이 없도록 적정한 심의 결과를 도출하려고 노력하지만 어느 한쪽이 조금이라도 양보하지 않으면 절대로 양측을 다 만족시킬 정답이 나올 수는 없는 일이다. 다만 가급적 부모의 감정을 살펴 행정심판까지 가지 않을 적정선을 찾고자 노력한다. 학부모들은 어떤 답을 줘도 자기한테 조금이라도 불리하면 만족하지 않기 때문에 어린 학생들이 또다시 행정심판에 출두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운용의 묘를 기하는 것이다. 

초등 저학년 학생들 간 사소한 다툼으로 심의위원회가 개최된 일이 있었다. 너무 어린 학생들이기 때문에 어떤 조치를 내릴 것인가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다. 관련 학생들에게 앞으로 상대 학생들과 어떻게 지내고 싶은가? 라고 물었다. 부모들 간에는 이미 감정의 골이 깊어 있어 부모들에게 학생들의 관계 회복에 대해 질문하기보다 당사자인 학생들에게 물으면 대부분의 부모들이 생각하는 거 만큼 사이가 나쁘지 않다. 한 어린이의 "친구를 안아 주고 싶어요. 예쁜 그림을 그려 주고 싶어요"라는 맑고 순수한 답변을 듣고 심의위원들 모두 얼마나 감동했는지 모른다. 어린이는 어른의 선생님이라는 말이 실감되는 순간이었다. 

매일 같이 지내는 어린 초등학생들 간에는 쉽게 싸우기도 하지만 또 쉽게 화합하고 동화되는 유연함도 있다. 요즘 학부모들이 자녀가 하나이거나 많아야 둘이다 보니 부모 입장에서는 자기 자녀가 아주 작은 일이라도 상대 학생에 밀리는 것을 참지 못한다. 이처럼 부모의 과잉 사랑과 과잉 간섭이 문제인 쪽과 반대로 보호자의 손이 미치지 못하는 결손가정에서는 아동들에 대한 관심과 애착, 사랑이 모자라서 문제다. 성·아동·노인학대에서 볼 수 있는 소위 ‘피해의 학습화’로 장시간 반복된 피해가 있음에도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신고나 저항을 포기하는 사례가 있다.

요즘은 어린이들이 형제도 없고 친척도 줄어 가정에서 나와 다름을 인정할 줄 알고 더불어서 함께 살아가는 사회성과 소통 능력을 배양할 기회가 없다. 그런 기회와 능력을 기를 유일한 기회가 학교생활인데, 학부모들이 학생들 간 사소한 갈등에 지나치게 개입하고 아이들의 시각이 아닌 어른들의 시각과 수준으로 대하며 관계 형성의 기초를 망가트리는 소위 ‘unabler 엄마’들이 있어 안타깝다. 초등 시절의 친구 간 가벼운 갈등은 학교의 도움을 받되 혹시 내 자녀가 먼저 피해를 유발한 것은 없는지 한 번 생각해 보고, 어느 정도는 스스로 해결해 보도록 지켜봐 주고 상대를 존중하고 배려할 줄 아는 소통 능력을 배양하는 기회로 삼는 현명한 학부모들이 많아지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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