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 뉴욕 다이어리

101분 / 드라마 / 12세 이상 관람가

이 영화는 언뜻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2006)’를 떠올리게 한다. 20대 여성이 나이 든 여자 상사와 함께 일하면서 꿈과 자아를 찾아간다는 스토리가 비슷하다.

미국 버클리에 살던 20대 작가 지망생 조애나(마거릿 퀄리 분)는 뉴욕에서 머물다가 마거릿(시고니 위버)이 사장으로 있는 작가 에이전시에 취직한다. 그의 업무는 마거릿의 업무 보조. 「호밀밭의 파수꾼」을 쓴 제롬 데이비드 샐린저에게 온 팬레터를 파쇄하고 팬들에게 편지를 받지 않는다고 답장하는 일을 주로 한다.

팬레터를 하나하나 읽는 조애나는 편지에 대응하지 못하는 현실이 답답하기만 하다. 감정 표현에 솔직하고 글쓰기를 좋아하는 그가 매번 똑같은 답장만 보내야만 한다는 사실은 작가로서의 창의성을 거세당하는 일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그러다 샐린저가 30년 만에 출간하는 책과 관련된 일을 맡는다. 처음엔 조애나를 ‘수잔나’라 부르던 샐린저는 유선으로의 소통이 계속되며 조애나와 가까워진다. 그는 조애나에게 꾸준히 글쓰기를 독려한다. 영화의 결말은 정해져 있다. 영화 원작이 미국 작가 조애나 라코프의 회고록 「마이 샐린저 이어(My Salinger Year)」이기 때문이다. 조애나 라코프의 사회초년생 시절을 영화를 통해 만나게 된다.

제70회 베를린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첫선을 보인 ‘마이 뉴욕 다이어리’는 시고니 위버와 마거릿 퀄리가 만나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영화 ‘내 사랑’,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의 제작진과 아카데미에 노미네이트된 필리프 팔라도 감독의 조합으로 신뢰감을 더한다. 특히 1955년 뉴욕의 문학세계를 그린 이 영화는 20세기 향수에 젖게 하는 다채로운 볼거리를 선사한다. 

타자기 같은 빈티지한 소품부터 미드 센추리 모던 인테리어까지 오리지널 뉴욕 감성을 오롯이 담아내 더욱 기대감을 모으는 ‘마이 뉴욕 다이어리’는 스크린을 가득 채운 이국적인 풍경으로 예비 관객들의 여행 갈증을 해소시켜 줄 힐링 영화로 주목된다. 9일 개봉. 

이창호 기자 ych23@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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