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원영 인하대학교 프런티어학부 겸임교수
최원영 인하대학교 프런티어학부 겸임교수

종교에 심취한 청년이 위대한 수행자를 찾아가 대화를 나눈 내용이 「지혜, 함께 가자」(문형동 저)에 실려 있습니다. 청년이 신을 사랑하고 싶다며 그 비결을 묻자 수행자는 대답 대신 이런 질문을 던집니다. "그대는 누군가를 사랑해 본 적이 있는가?" 청년이 "이 세상 일에는 관심이 없습니다"라고 답하자 "그렇다면 이웃이나 형제도 사랑하지 않는가?"라고 다시 수행자가 물었습니다. 청년은 단호하게 "저는 종교적인 사람입니다. 그런 일은 세속적인 일이 아닌가요? 저는 어떻게 해서든 신의 뜻만 따르면 됩니다"라고 했습니다.

사람을 사랑하지 못하는 자가 과연 신을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신의 가르침은 살아있는 동안 생명이 있는 모든 존재, 특히 사람을 사랑하라는 것은 아닐까요? 사이비 종교는 사람을 멀리하고 신만을 추종하게 만듭니다. 

사람을 얼마나 많이, 그리고 어떻게 사랑하는지에 따라 그 사람의 인격의 높이가 결정됩니다. 물론 사람뿐만이 아니라 모든 생명체나 무생물까지도 귀하게 여기는 사람이 높은 인격을 갖춘 사람이겠지요. 이 세상 어느 것 하나 귀하지 않은 게 없으니까요. 그러므로 사랑은 인격을 통해 자신의 사랑의 깊이를 드러냅니다. 이때 인간관계 능력은 이전보다 더 향상됩니다.

미국 컬럼비아대학에서 수백 명의 성공한 CEO들을 대상으로 성공 비결을 물어봤습니다. 그들은 두 가지를 꼽았습니다. 하나는 ‘업무 능력’이고, 다른 하나는 ‘인간관계 능력’이었습니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그 두 능력의 비율입니다. 업무 능력은 고작 15%였지만 인간관계 능력은 무려 85%나 됐으니까요. 

카네기공과대학에서는 1만 명의 실패한 사람들을 조사했습니다. 그들을 실패하게 만든 원인 중 85%는 바로 원만하지 못한 인간관계인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참으로 놀랍습니다. 서로 다른 사람들을 대상으로 연구한 것이지만 85%라는 비율은 거의 똑같으니까요. 이렇게 중요한 지표인 인간관계 능력은 곧 그 사람의 인격의 높이를 말합니다. 

완벽한 사람은 없습니다. 누구나 남에게 상처를 주는 가시를 달고 살아갑니다. 그러므로 잘 갖춰진 인격이란 자기 몸에 숨어 있는 가시를 스스로 찾아서 제거해야 갖춰집니다. 달리 말하면, 주머니 속에 꽁꽁 감춰 둔 흉기를 없애는 겁니다. 그러나 이것을 없애는 게 그리 쉽지만은 않습니다. 왜냐하면 ‘나’ 스스로는 내게 붙어 있는 가시를 볼 수 없기 때문입니다. 가시는 자신의 자존심을 지켜주는 방어수단이므로 그 가시 때문에 남들이 상처를 받는다는 사실을 잊기가 쉽습니다.

그러므로 인격의 수준을 높이려면 타인의 관점에서 나를 들여다봐야 합니다. 그래야 내 가시의 실체를 볼 수 있을 테니까요. 이런 노력을 지속할 때 남들에게 상처를 주지 않고 사랑스러운 인간관계를 형성하며 행복한 삶, 성공한 삶을 이어갈 수 있을 겁니다. 

인격은 사랑하는 태도에서 발아합니다. 사랑하면 그 대상을 귀하게 여기게 되고, 그런 사랑을 받는 사람의 마음속에는 어김없이 사랑을 주는 사람에 대한 깊은 신뢰와 존경심이 우러나옵니다. 이것이 인간관계 능력입니다.

누구나 사랑받고 싶어합니다. 우나무노는 「카인아, 네 형제는 어디에 있는가?」에서 "사랑받지 못하는 것은 슬프다. 그러나 사랑할 수 없는 것은 훨씬 더 슬프다"라고 했습니다. 그만큼 모두가 사랑에 목말라 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높은 인격자란 상대방을 사랑하고 인정해 주는 태도로 살아가는 사람들을 말합니다.

한 사람의 인격은 그 사람의 사랑의 깊이와 넓이를 말해 줍니다. 이것이 어쩌면 신이 우리에게 가르쳐 주는 행복의 비밀인지도 모릅니다. W. 스코트가 "진실한 사랑은 오로지 사람에게만 신이 준 선물이다"라고 말한 내용을 읽으면서 사람을 사랑하는 것에 무관심한 청년을 넌지시 바라보는 수행자의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얼마나 안타까웠을까요. 신을 사랑하는 것이 곧 사람을 사랑하는 것인데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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