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재학 인천세원고 교감
전재학 인천세원고 교감

2021년 7월 2일, 대한민국은 오천 년 역사의 한 페이지를 기적 같이 새롭게 장식했다. 유엔경제총회(UNTTAD)가 195개 회원국 만장일치로 대한민국을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으로 국가의 위상을 격상시킨 것이다. 이는 1964년 UNCTAD가 설립된 이래 가난한 국가에서 부유한 선진국으로 지위가 변경된 최초의 사례에 해당한다. 한국이 단 두 세대 만에 1인당 국민소득(GNI) 100달러 미만의 극빈 후진 농업국에서 3만 달러가 넘는 사회·경제 부국이자 동시에 과학기술 혁신 역량을 갖춘 선진 기술국이 된 것이다. 

더불어 세계에서 7번째로 명실공히 30-50클럽(인구 5천만 이상, 국민소득 3만 달러 이상 국가)에 진입했다. 이제는 80%의 노동력이 농업에 종사하고 인구의 70% 이상이 농촌에 살던 국가에서 노동력의 3% 정도가 농업에 종사하고 인구의 80% 이상이 도시에 사는 제조업과 서비스업 중심의 도시 문명국가가 대한민국이다. 국가의 경제는 산업체와 그 산업체들이 제대로 운영될 수 있도록 사회적 인프라와 경제 제도가 뒷받침돼야 한다. 여기엔 하부 구조에서 사회적 인프라와 경제시스템을 지지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교육제도와 학교의 역할이 중요한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지난 60년간 한국의 학교와 교육제도는 급격한 근대화와 산업화 과정을 뒷받침하는 일을 훌륭하게 수행했다. 이른바 한강의 기적을 이룬 1등 공신은 바로 교육이라 할 것이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우리의 학교와 교육제도는 ‘위에서 아래로’ 기본 방향과 틀이 짜여졌다. 학생들에게 주어진 상황에 맞춰 주어진 정답을 이해하고, 그것에 따라 반복해 습득하고 익혀 현장에서 그대로 따를 수 있는 인재를 길러내는 데 집중했던 것이다. 즉, 매뉴얼대로 정확하게 반복·숙달하는 평가체제만을 구축했다. 이렇게 하여 실현한 ‘성공의 함정’이 지금 우리의 학교와 교육제도가 안고 있는 딜레마 상황이다. 

서울대 이정동 교수는 저서 「축적의 길」에서 대한민국 산업 전반이 처한 문제를 "개념설계 역량의 부재"라 강조한다. 개념설계 역량이란 선진국들이 수백 년의 ‘축적의 시간’을 통해 달성한 기술 역량을 말한다. 우리는 그동안 개념설 계 역량과 대비되는 실행역량만을 키워 온 것이다. 이는 우리의 학교와 교육제도에서 학생들이 문제를 풀기에는 달인이지만 정작 문제를 출제할 역량은 부족한 것과 비유할 수 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혁신을 이루기 위해서는 산업계와 과학기술계에 가장 근본적으로 뒷받침돼야 할 과제로 학교와 교육제도가 우리의 과제를 해결해 나갈 청년세대를 제대로 양성하는 일이다. 한국은 근대학교 도입의 목표는 충분히 달성해 성공했지만 이제는 디지털 시대의 미래학교로 나아가야 한다. 이를 위해 우리의 학교와 교육제도는 근대적 학교 체제에서 탈피해 새로운 지식정보 시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적합한 디지털 네트워크 학교로 탈바꿈해 포노 사피엔스 학교로 대전환을 이뤄야 한다. 

그러려면 무엇이 필요한가. 첫째, 다양한 분야에서 시행착오를 거치며 각자의 영역에서 최고 수준의 고수들을 키우는 역할을 해야 한다. 여기엔 중고생, 대학생, 청년들에게 도전적 시도를 하고 현장 경험을 통해 스스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둘째, 학생들이 서로의 시행착오를 공유하고 협력하면서 함께 새로운 분야로 뻗어나가고 더 높은 경지로 향상되도록 개방적 네트워크를 형성해야 한다. 이로써 학생들이 시행착오의 충격과 위험을 공유하고 나누고 덜어주며 이를 장려하는 문화를 촉진하게 될 것이다.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