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트폭력 논란 속에 코트에 복귀한 남자프로배구 대한항공의 에이스 정지석(26)이 두 경기 연속 활약하며 소속팀의 선두 질주에 일등공신이 됐으나 그를 바라보는 여론은 아직 싸늘하다.

지난 4일 우리카드와의 홈경기를 통해 2021-2022시즌 V리그 첫 경기를 치른 정지석은 16득점, 공격성공률 61.11%를 기록하며 대한항공 승리(세트스코어 3-0)의 주역이 됐다. 8일 삼성화재와 원정경기에서도 20득점, 공격성공률 62.50%를 일궈 내며 팀의 풀세트 접전 끝 승리를 이끌었다.

인천을 연고로 하는 대한항공은 정지석이 복귀한 두 경기를 연속 따내며 8승6패(승점 24)를 찍고 단독 선두에 올랐다.

대한항공을 지휘하는 핀란드 출신 토미 틸라카이넨 감독은 "정지석이 코트로 돌아와 기쁘다"며 전천후 공격수로 활약하는 그의 공헌도를 반겼다. 배구 관계자들은 정지석이 돌아오면서 대한항공 외국인 선수 링컨 윌리엄스에 집중되는 견제까지 분산되는 효과를 낸다고 평가했다.

다만, 배구 팬들이 그의 코트 복귀에 여전히 강한 반대를 나타내는 상황이어서 이를 어떻게 헤쳐 나가는가는 정지석과 대한항공 모두에 변수다.

정지석은 지난 시즌 정규리그 MVP와 챔피언결정전 MVP를 동반 석권하면서 대한항공 통합우승의 주역으로 우뚝 섰다. 그러나 지난 9월 전 여자친구의 고소로 데이트폭력 및 재물손괴 혐의 조사를 받으면서 수렁에 빠졌다. 10월 29일 고소인이 합의서와 고소취하서를 제출함에 따라 검찰은 정지석의 폭행 혐의에 기소유예 처분을 결정했고, KOVO는 그에게 제재금 500만 원을 부과했다. 대한항공은 정지석의 2021-2022시즌 1∼2라운드 출전 정지 자체 징계를 내렸다.

하지만 일부 팬들이 트럭을 동원해 한국배구연맹(KOVO)과 대한항공 본사 앞에서 정지석 복귀 반대 시위를 하는 등 그를 향한 따가운 시선을 거두지 않는 중이다.

일단 정지석은 사죄와 함께 배구장에서의 플레이로 인정받겠다는 자세다. 복귀전 뒤 "(내가)책임지고 감당해야 할 부분"이라며 "구단 이미지와 팬들에게 최대한 피해가 가지 않도록 하고, 다신 이런 일이 없도록 반성하겠다"며 엎드렸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대한항공 배구단 SNS 등 여러 채널에선 팬들의 질타가 아직까지 꾸준하다. 지난 시즌 MVP의 데이트폭력 논란은 정지석 본인과 대한항공은 물론 KOVO에도 큰 고민이 될 전망이다.

김현기 기자 vic@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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