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진수 전 인천광역시교육감권한대행
권진수 전 인천광역시교육감권한대행

교육이 국가 발전의 원동력이라는 말에서 보듯 교육의 막중함은 누구나 아는 사실임에도 입법부나 교육행정기관이 교육정책을 입안하고 집행하는 실제적 과정이나 결과가 이에 부합하는지는 지극히 의문이다.

교육에 정치가 깊숙이 개입하면서 마땅히 있어야 할 교육의 본질적 측면에 대한 담론이 사라지고 그 자리에 선거에서의 표를 의식한 포퓰리즘이 범람하고 있어 학부모의 애를 태운다. 정치인들은 마치 예산만 있으면 교육이 잘 이뤄진다는 듯 선심성 예산을 확보하거나 집행하는 데에만 관심을 쏟는다. 심지어 대다수 교육감조차도 이에 무비판적으로 편승하고 부화뇌동하는 것처럼 보이는 우려스러운 현실이다.

물론 모든 일에서처럼 예산은 중요한 요소이지만 교육예산의 기능은 다른 분야의 그것과는 다른 성격이 존재함을 이해할 필요가 크다. 가령 더 우아하고 편리하며 안전한 집을 원하는 건축주는 시공자에게 더 높은 단가를 쳐주는 것으로 자신의 목적을 확실하게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자녀를 더 건강하고 슬기로우며 성숙한 인재로 키우고 싶은 학부모와 국가 그리고 지자체에도 이 논리가 그대로 적용될 수 있을 것인가? 결코 그렇지 않다. 안전한 시설이나 친환경 식자재 등의 경우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도 있을 테지만, 덕성 함양이나 성적 향상 혹은 협력 강화 등의 경우는 사실 보장이 없다고 할 것이다. 교과서의 지질을 두 배로 높인다거나 두 배짜리 컴퓨터를 지급한다고 성적이 두 배 높아질 수는 없지 않겠는가. 이러한 분야에서의 성공 요소는 예산이 아닌 다른 곳에 있다. 바로 교육의 전문성이다. 본질에 입각한 교육시책이고 이에 부합하는 교육 방식이며 이를 뒷받침하는 교육행정이다. 헌법이 정치적 중립을 보장하는 취지가 바로 이 지점에 있다.

10여 년 전 경기도에서 시작된 소위 혁신학교(인천에서는 행복배움학교로 지칭하고 있다)는 좋은 취지와 명칭에도 불구하고 부정적인 논란의 중심에 있다. 성공적이라는 보고도 있지만 그건 공급자의 일방적인 주장일 뿐 정작 수요자인 학생과 학부모의 만족도는 극히 낮다는 세평이다. 혁신학교로 지정받지 못해 재정 지원에서 불이익을 받는 일반 학교와 교사들의 상대적 박탈감도 감안해야 한다. 특히 예산 규모를 대입해 보면 문제점은 더 커진다. 혁신학교의 예산은 일반 학교의 1.8배이다(10년 전 기준). 낭비가 불가피하다. 예산은 두 배인데 만족도는 낮으며 뚜렷한 성과도 없다면 실패한 정책임이 분명하지 않은가. 예산이라는 파생적 주제에서 빠져나와 본질적 측면에 집중해야 할 증거로 사실 혁신학교만 한 것도 없다.

이처럼 교육의 본질적 측면을 간과하는 정치와 교육과 교육행정은 아이들의 장래를 위해서나 국가사회의 미래를 위해서나 시급히 종료돼야 한다. 지금의 아이들은 인공지능으로 장착된 로봇과 함께 또는 로봇을 부리며 미래를 살게 된다. 그러려면 로봇보다 더 똑똑해야 한다. 지금 당장 교육을 통해 의사소통·협력·창의력·비판적 사고 등 똑똑함을 길러 줘야 한다. 기초학력은 그런 측면에서 현대식 관념으로 재구성돼야 하고 동시에 여전히 중요하다.

우리가 지금처럼 틀에 박힌 타율적 교육을 하면 사랑하는 우리 아이들이 로봇을 부리기는커녕 노예로 전락할지도 모른다. 교육 본질을 회복하고 집중해야 할 절박한 이유이다.

내년에 교육감선거가 치러진다. 교육감직은 대통령만큼이나 중요한 직책이 아닐 수 없다. 교육감 후보 단일화를 화두로 하며 최근 인천미래교육연대가 출범했고, 같은 성격을 띤 올바른교육사랑실천본부는 이미 설립된 바 있다. 두 단체와 온 시민이 합심해 단일화라는 단기적 목표뿐만 아니라 원대하고 의미 있는 결과물을 내줬으면 좋겠다. 기존 인천교육의 한계와 불명예를 극복하고 똑똑하고 품격 있는 미래 인재를 육성할 수 있겠다는 믿음을 학생과 학부모께 드릴 수 있게 되기를 온 시민과 함께 간절히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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