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아한 루저의 나라

고혜련 / 정은문고 / 1만9천800원 

저자는 연구년을 독일 하이델베르크에서 보내면서 대한제국과 일제강점기를 다룬 독일 기사를 찾았다. 몇 년 동안 자료 발굴을 통해 당시 독일인이 관찰한 대한제국은 많은 부분 호도되고 저평가됐음을 알았다. 그래서 유럽에서 지금까지도 잘못 인식하고 있는 한국 역사를 바로잡기 위해 독일인의 방문기를 번역, 꼼꼼히 묻고 수정했다. 

하지만 오류만 있는 것은 아니다. 우아한 루저라는 말에는 찬란한 고대 문명을 가진 대한제국의 몰락과 영리하면서도 순박한 이 민족의 현실에 대한 안타까움도 들었다. 이 기록을 통해 우리는 열강의 패권 싸움 한가운데에서 중립을 선언한 대한제국의 실체를 좀 더 구체적으로 알게 된다.

대한제국은 1897년 10월 12일부터 1910년 8월 29일까지 조선의 국명이다. 그러나 제국이라는 이름을 가진 근대국가의 역사는 불행히도 너무 짧다. 그 시기 많은 유럽 제국이 동아시아와 무역을 하기 위해 현지 답사 차 일본과 중국 그리고 대한제국을 찾았다. 또 그 기록을 본국으로 돌아가 강연, 신문기사, 책을 통해 활발히 알렸다. 하지만 짧은 기간 동안의 방문으로 만들어진 기록에는 우리 역사에 대해 수많은 오류와 잘못된 인식이 수두룩하다.

조선 관리와 권세가들의 횡포로 농민 계층은 착취를 당하고, 권세가 집안에서 소작농이지만 노예처럼 일하는 농민과 양반사회의 병폐를 지적하며 양반이 조선사회 루저의 원형이 됐다는 역설적 정의가 흥미롭다. 권세가들에게 착취당한 농민들이 정처 없이 떠도는 유민과 강도로 변하고, 이들은 외세에 저항하기보다 먼저 해결해야 할 굶주림의 고통이 처절했다. 이들에게 애국심은 차후 문제였다.

이러한 농민들이 오히려 외세 침입을 현실적 구원자로 여겼다는 논리는 당시 국제 정세에 어두운 순박한 백성들의 무지몽매함을 지적하며 조선의 외세 침입에 대한 당위성으로 연결한다.

이 책은 1898년 당현(당고개) 금광을 조사하고 돌아간 크노헨하우어의 1901년 강연문, 1913년 조선을 경험한 예쎈의 여행기, 1933년 라우텐자흐 교수가 백두산 밀림에서 만난 이름 모를 독립군 이야기를 바탕으로 독일 신문, 독일 대학에서 소장하는 한국 관계 자료집을 참조해 구성했다. 대한제국을 답사한 3인의 독일인 기록을 통해 대한제국 역사를 바로 알리고자 엮었다. 

인공지능 아는 척하기

헨리 브라이튼 / 팬덤북스 / 1만2천150원

이 책은 인공지능의 정의는 물론 인공지능이 형성하는 역사적 과정에서 과학적으로 시도했던 것과 실패했던 것부터 인공지능의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에 대한 전망, 인공지능 시스템이 어떻게 작동하거나 구축되는지, 인공지능의 철학적 이론과 과학적 현실가능성에 대한 이론과 실제, 그리고 문제점까지 인공지능에 대한 모든 것을 시각적 예와 함께 알기 쉽게 풀어냈다.

지난 반세기 동안 인간은 인공지능에 대한 연구와 공학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이끌어 냈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것은 인공지능이 공학용 응용 프로그램 이상으로 확장되는 문제를 안고 있다는 점이다. 결국 인공지능을 단순히 공학적 기계론 관점으로만 파악할 것인가에 대한 회의론이 제기됐다.

인공지능은 거대한 프로젝트다. 인공지능 창시자 중 한 명인 마빈 민스키는 "인공지능의 문제는 지금까지 진행했던 가장 어려운 과학 중 하나"라고 주장했다. 약한 인공지능의 목표는 인간과 동물의 지능에 관한 이론을 개발하고, 컴퓨터 프로그램이나 로봇의 형태로 작동하는 모델을 만들어 이러한 이론을 시험하는 것이다. 한편, 강한 인공지능은 이런 기술적 기반을 넘어서 마음과 정신의 문제에 다다른다.

은근 몰랐던 일본 문화사

조재면 / 블랙피쉬 / 1만5천120원

이 책은 과거로부터 비롯된 편견과 선입견을 접고 최대한 객관적인 시선으로 일본의 정치·사회·경제·문화를 폭넓게 다루고자 했다. "일본 헌법엔 군대를 두지 않겠다는 ‘평화조항’이 있다?", "일본 국회엔 좀비도 있고 소도 있다고?", "80만 신의 나라 일본, 인구보다 신자가 더 많다?", "일본에 브라질인이 많은 이유" 등 호기심을 불러일으킬 질문과 사건을 중심으로 유튜브보다 더 흥미진진한 현대의 일본 이야기를 들려준다.

또 한국과 일본, 나아가 세계 속 두 나라를 연결 지어 생각해 보게 돕는다. 예컨대 일본의 버블경제 시기 이야기는 현재 우리나라의 부동산 호황의 위험을 떠올리게 하고, 고령화 문제에서도 한국과 일본은 닮은 구석이 많다. 지진 등의 자연재해로부터도 이제 한국은 안전하지 않다. 시간의 차이만 있을 뿐 세계는 결국 같은 고민 앞에 놓이고, 이것이 바로 우리가 일본을 알아야 하는 이유다. 세계의 다양성을 깨닫고 더 넓은 시야로 세상을 통찰하는 순간, 인류는 진보한다.

 이창호 기자 ych23@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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