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직 인천재능대 세무회계과 교수
이상직 인천재능대 세무회계과 교수

중국의 유구한 역사에는 천하를 호령했던 수많은 영웅호걸들이 나타나고 사라졌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대표적인 인물이 바로 진시황이 아닐까 한다. 진시황은 중국을 최초로 통일해 황제라는 직위명을 세계 최초로 사용한 인물로, 스스로를 첫 번째 황제라는 뜻의 시황제로 자칭하며 진나라의 첫 황제라는 의미로 진시황(秦始皇)이라고 했다. 

그는 중국 시안(西安) 병마용에서 볼 수 있듯이 불로장생에 대한 열망이 컸으며, 대규모의 문화 탄압 사건인 분서갱유를 일으켜 중국 역사상 최대의 폭군 중 한 명이라는 비판을 받았지만, 도량형을 통일하고 전국시대 국가들의 장성을 이어 만리장성을 완성했다. 또한 분열된 중국을 최초로 통일하고 황제제도와 군현제를 실시해 이후 2천 년 중국 황조들의 기본틀을 구축, 오늘날에도 여전히 중국 역사에 자주 등장하는 대표적 인물이다. 

지난달 중국공산당은 나흘간 진행된 제19기 중앙위원회 6차 전체회의(6중전회)를 통해 40년 만에 ‘당의 100년 분투에 관한 중대한 성과와 역사적 경험에 관한 결의(이하 역사결의라고 함)’를 채택했다. 이러한 역사결의는 공산당 100년 역사에서 매우 중요한 역사적·정치적 전환기에서만 등장하는 일대 사건이다. 마오쩌둥(毛澤東)과 덩샤오핑(鄧小平) 시기에 이어 세 번밖에 채택된 적이 없기 때문이다. 

이번 역사결의는 공산당 100년사를 마오쩌둥이 이끈 ‘신민주주의혁명기’와 ‘사회주의 혁명 건설기’, 덩샤오핑이 문을 연 ‘개혁개방과 사회주의 현대화 건설의 새 시기’, 그리고 시 주석 집권 이후의 ‘중국 특색 사회주의 새 시대’와 같은 3대 시기로 구분하는 이른바 ‘3단론’을 펼치며 시진핑 국가주석 집권기를 ‘중국 특색 사회주의의 새 시대’로 규정하며 시진핑 국가주석을 마오쩌둥, 덩샤오핑과 같은 동급의 지도자 반열에 올린 것으로 볼 수 있다. 다시 말해 이 역사결의를 통해 시 주석은 향후 시황제로서 장기 집권 플랜을 완성한 것으로도 볼 수 대목이다. 

중국의 헌법에 따르면 시 주석의 임기는 집권 10년 차인 내년이면 종료된다. 하지만 2018년 주석 연임 제한 규정을 폐지해 시 주석의 장기 집권을 가능하게 했다. 그리고 이번 역사결의를 통해 중국공산당은 헌법에 명시된 ‘시진핑 신시대 중국 특색 사회주의 사상’을 시 주석 중심으로 사회주의 현대화 강국을 건설하자는 중국공산당의 지도 이념이자, 또한 중화 문화와 중국 정신의 정수라고 평가했는데, 이는 시 주석이 내년에 구성될 새로운 지도부에서도 여전히 핵심이 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시 주석의 장기 집권을 합리화할 명분을 제공하고 있다. 

내년 가을로 예정된 중국공산당 제20차 전국대표대회에서 시 주석의 3연임을 확정하면 시 주석은 27년간 종신 집권했던 마오쩌둥 사후 처음으로 15년 이상 집권하는 지도자가 된다. 중국의 모든 지폐에 마오쩌둥의 얼굴이 들어 있는 것만 봐도 그가 중국에서 성인(聖人) 반열에 올라 있다는 것을 단적으로 의미한다. 현재 중국은 초등학교부터 대학원까지 모든 교재에 ‘시진핑 사상’을 넣기로 하는 등 시 주석 우상화 작업도 벌이고 있다.

일부 중국 전문가들은 이번 역사결의를 채택한 6중전회가 중국공산당과 중국의 역사를 위한 이정표이자 중국의 위대한 부흥의 새로운 역사 여정을 공식 공개한 것으로, 중국이 왜 성공했는지에 대한 경험을 요약해 자신감을 높였다고 매우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하지만 "과거 두 번의 역사 결의는 전(前) 지도자의 과오를 지적해 ‘현재 권력’을 공고히 한다는 공통점을 지녔다. 이번 역사결의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시 주석은 세 번째 역사결의로 장기 집권의 길을 다지겠지만 그 역시 네 번째 역사결의를 통해 잘못을 지적받는 권력자가 될 수밖에 없다. 역사가 권력 강화의 도구로 전락해서는 안 된다"는 한 평론가의 지적이 의미심장하게 다가온다.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