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년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엔씨소프트 리니지는 온라인 RPG게임을 주름 잡았다. 10대부터 20대가 주를 이뤘고, 40∼50대까지 어울렸다. 뜻밖에도 리니지가 인기인 이유는 ‘공정사회’였다.

 통신장비가 지금처럼 발달하지 않아 리니지에 접속하기 위해 20∼30분 기다려야 했지만 기꺼이 시간을 투자한 이유는 현실과 달리 그곳에선 모두가 ‘흙수저’였기 때문이다. 

 리니지 속 ‘나’는 직업, 성별은 선택 가능했으나 손에 쥔 무기는 단검 한 자루, 가죽재킷 한 벌, 양초 2개가 전부였다. 현실 속 학연, 지연, 혈연에 밀렸으나 이곳에선 모두 같았다. 오로지 노력만이 살길이었다.

 ‘공정사회 리니지’가 깨진 이유는 게임머니인 ‘아데나’를 현실 속 화폐로 사고팔면서다. 이때부터 현금으로 리니지 속 나를 강하게 했고, 남들 위에 군림하는 일이 가능했다. 아데나를 벌기 위해 게임 내 마법(헤이스트 등)을 파는 회사를 차려 돈을 벌기도 했다. 이것들이 아예 ‘작업장’이라는 이름으로 자리잡으면서 리니지 속 공정사회는 사라졌다.

 우리 사회도 마찬가지다. "개천에서 용 난다"는 말은 괜히 나온 속담이 아니었다. 지금 더불어민주당 대선 주자인 이재명 후보도 그렇다. 가정 형편 때문에 검정고시로 고등학교를 마치고 대학에 입학해 사법시험에 합격한 사람이다. 이 후보 때문에 사법시험 부활론도 고개를 들었다. 이 후보 자신도 사법시험과 같은 장치가 필요하다며 불을 지폈다.

 초창기 사법시험은 공정했다. 그러나 서울대·연세대·고려대 등 주요 대학에서 대다수 합격자가 나오자 결국 이들은 법조 카르텔을 만들어 불공정을 낳았다. 이 법조 카르텔은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전반에 걸쳐 연결됐다. 

 이 불공정을 깨기 위해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착안한 방법이 바로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이다. 2천 명의 로스쿨 입학정원을 25개 대학으로 분산했다. 지방 발전도 꾀하고 카르텔도 깨기 위해서였다.

 여기서 다시 병폐가 생겼다. 서울 주요 대학 출신들이 타 지역 로스쿨에 진학했다 다시 서울로 가는 현상이 발생했다. 게다가 비싼 등록금에 허덕이는 학생들과 특히 시간이 없는 이들은 변호사시험조차 치를 도리가 없었다. 이를 보완하고자 방송통신대 로스쿨 얘기도 흘러 나온다. 

 만약 이 후보가 대통령이 된다면 어떤 해결책을 내놓을지 자못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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