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천독립운동기념사업회가 최근 14명의 어린 학생들이 독립운동을 위해 결성한 ‘독수리소년단’을 기리기 위한 기념비를 세웠다.
 

23일 이천독립운동기념사업회에 따르면 ‘독수리소년단’은 1939년 이천 장호원제일심상소학교(현 장호원초등학교)에 다니는 14명의 어린 학생들이 장차 독립군이 되기 위해 결성했다.

이들은 매주 1~2회씩 한 곳에 모여 조선 역사와 위인 이야기를 학습하며 반일 감정과 민족의식을 키웠다.

또한 야밤에 공동묘지에서 병정놀이를 빙자한 담력 훈련 겸 체력단련을 했으며, 조직의 운영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밭을 개간하고 채소를 직접 경작하기도 했다.

단체 결성 3년째인 1942년 2월 하순 무렵 ‘일본은 패망하니 조선 민족은 그들에게 협조하지 말 것’과 ‘조선 민족 단결로 자주독립을 이루자’는 내용의 벽보를 장호원읍 시내의 전봇대와 시내버스 창틀에 붙였다.

또한 이 유인물을 전국 각지의 현직 군수들에게 우송, 버스에 붙인 항일격문은 장호원 지역을 벗어나 서울 등 대도시로 퍼져나갔다.

하지만 같은 마을 사람의 밀고로 1942년 3월 초 단원 14명이 전원 체포돼 모진 고문을 당하고 어린 단원들은 사흘 만에 풀려났으나 주범으로 간주된 단원들은 더욱 긴 기간 동안 취조를 받고 각각 형사처분을 받았다.

특히 박영순 단장은 경성지검으로 이송돼 형을 선고받고 긴 세월 옥살이와 혹독한 고문 후유증으로 단원 3명과 함께 일찍이 세상을 떠났다.

그러나 해방 후 76년이라는 오랜 시간이 지났음에도 이들의 애국행위는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채 잊혀져 가는 것을 안타깝게 여기던 이천독립운동기념사업회가 ‘독수리소년단’의 정신을 기리고자 지난 18일 장호원읍에 기념비를 세웠다.

최의광 회장은 "어린 14명의 소년들은 목숨을 담보로 항일 독립운동의 최선봉에 섰는데, 이제야 기념비를 세우게 된 것에 매우 송구하며, 한편으론 다행스럽다"며 "기념비를 세우기까지 애써주고, 후원해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린다"고 전했다.

이천=신용백 기자 syb@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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