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본사 백창현 기자
경기본사 백창현 기자

앓던 이가 계속 신경 쓰여서 혀로 몇 번 이리 저리 밀어보니 괜찮았다. 조금 깨지고 썩은 것 같긴 한데, 참기 힘들 정도로 아프지는 않은 데다 누가 보기에도 이상하지는 않으니 치료는 안 받아도 무방할 듯 했다.

 7년 후에 다른 이가 아파 찾아간 치과에서 의사가 한마디 던진다. "둘 다 뽑으셔야 겠네요."

 아뿔싸, 7년이나 버텼는데 생니 같은 놈을 뽑아 내라고? 도저히 믿기 힘들었다. 당장 아픈 이는 뽑아내고, 7년 버틴 놈은 조금만 시간을 두고 지켜보겠다고 하자, 의사 왈 "7년이라는 세월이 흐르는 동안 신경이 썩어서 아프지 않은 거예요. 실은 훨씬 심한 셈이죠."

 기자의 입 속에 있는 누런 치아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다. 용인시의 황당한 행정에 대한 이야기다. 7년 전 용인시는 지식산업센터, 흔히 알려진 아파트형 공장에 법적으로 운영이 불가능한 ‘예식장’ 영업을 사실상 묵인 또는 방치했다.

 예식장 입장에서는 신경이 전혀 쓰이지 않았다면 거짓말이겠으나, 당장 아프거나 뭐라 하는 사람이 없으니 아무런 제지도 받지 않고 휘파람을 불며 영업을 계속했다.

 심지어 용인시 공직자들이나 그들의 친인척도 이 예식장에서 결혼식을 올렸고, 공직자들이 해당 예식장에 하객 자격으로 들른 경우는 부지기수다.

 7년이 지난 현재, 다른 곳에 생긴 지식산업센터에 예식장이 들어오겠다고 하자 이제야 용인시는 ‘아프다’며 ‘이’들을 빼겠다고 한다. 

 황당한 점은 7년이나 방치해 둔 ‘이’는 좀 더 두고 보겠다는 용인시의 태도다.

 물론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다. 7년이나 한 자리에서 열심히 음식을 씹어왔던 ‘누런 녀석’을 어떻게 단번에 뽑아버리겠는가. ‘이’들에게는 잘못이 없다. 그저 해주는 대로, 들어오는 대로 열심히 자기 일을 해왔을 뿐이다.

 잘못이 있다면, ‘이들’을 방치한 주인에게 있다. 당연히 책임도 그가 져야 한다. 한데, 방치한 측이 진짜 사람이라면 자신의 머리에 꿀밤을 먹이는 행위로 스스로의 잘못이나 실수를 깨닫는 시늉이라도 하겠지만, 이를 방치한 용인시는 그것조차도 하지 못하겠다고 버틴다. 담당 공무원의 관리 소홀은 ‘단순 실수’여서 문제삼지 못하겠다는 입장을 공식화했다.

 이가 썩다 못해 신경세포까지 죽이는 바람에 아무런 통각조차 느끼지 못하는 상황은 아닌지. 이가 썩으면 주변까지 썩게 만든다고 한다. 분명 썩은 ‘이’는 하나였을텐데, 너무 오래 방치한 탓인지 입 안 전체에 악취가 풍긴다. 늦지 않게 치료하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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