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현우 보건학 박사
한현우 보건학 박사

인간이 건강한 삶을 유지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것은 공기와 물, 식품이다. 그 중 물은 하루에 2~3L를 마셔야 건강을 유지할 수 있으며 일주일만 마시지 않아도 죽게 된다. 마시는 물은 수돗물, 생수, 약수, 광천수 등이 있다. 유럽을 여행하다 보면 스위스 알프스나 몽블랑의 개천을 따라 흐르는 물을 만나게 되는데, 석회수이기 때문에 온통 회색빛이다. 우리나라는 산 좋고 물 맑은 금수강산이어서 어디를 가나 깨끗한 물이 넘쳐나고 있다. 그런데도 2021년도 환경부 조사 결과에 따르면 3명 중 1명(36%)은 ‘수돗물을 그대로 먹거나 끓여서’ 먹는다고 응답했다. 이것은 2명은 수돗물이 아닌 다른 물을 먹는다는 의미이다. 

우리나라의 먹는 물 시설(상수도)은 490개소이며 생수 시판 업체는 61개소가 있다. 제주도는 물 부족을 우려한 박정희 대통령의 지시로 정수장이 설치된 이래 17개소로 확장됐다. 최남단 섬인 마라도는 빗물을 저장해 식수로 사용하고 있으며, 우도는 빗물 사용과 해수 사용 등 여러 가지를 시도하다가 실패하고 결국 본섬에서 파이프로 우도까지 송수하는 사업을 수행한 결과 식수 문제는 완전 해결됐다. 특이하게도 울릉도는 화산섬인데도 불구하고 지하에서 솟아오르는 용천수를 이용해 식수를 공급하고 있다. 다만, 독도는 빗물을 저장해 식수로 사용하고 있다. 최북단 섬인 백령도는 정수장을 설치해 수돗물을 공급하고 있다. 

먹는 물 수질 기준은 WHO의 경우 121개 항목을 검사 기준으로 권장하고 있으며 우리나라는 67개 항목을 정했다. 먹는 물 수질 기준은 검출가능성이 높은 유해물질에 대해 약 70년 동안 매일 2~3L의 물을 섭취한 때 병에 결릴 확률이 10만 명 중 1명의 수준으로 최대 허용량을 결정한 것이다. 그런데 1990년 7월께 정수장에서 염소를 과다 투입한 결과 발암성 물질인 트리할로메탄(THMs)이 WHO 기준치인 0.1㎎/L을 크게 초과해 발견됐다. 1991년 3월에는 구미산단에서 배출한 페놀원액이 낙동강 수원지에 흘러들어 페놀 오염 사고가 발생했다. 이후에도 인간이나 동물의 배설물에서 유래된 바이러스가 수돗물에서 검출돼 문제가 되기도 했다. 

예전에는 물을 사 먹는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고, 물이 안 좋은 유럽에서나 사 먹는 걸로 알고 있었다. 서울시는 상수도사업본부가 제공하는 아리수가 있고, 제주도는 삼다수(제주개발공사), 한진제주퓨어워터(한국공항공사), 제주용암수(오리온) 등 3개소의 생수 제조 업체가 있다. 울릉도는 LG생활건강이 2022년 ‘울릉생물’이라는 상호로 시판할 예정이다. 

우리나라의 생수 개발은 1975년 9월부터 시작됐지만 공식적으로 생수를 판매한 것은 88 서울 올림픽 때였다. 당시 정부는 올림픽 기간 중 선수들이 국내 수돗물의 안전을 우려한다는 이유로 생수 판매를 허용한 후 올림픽이 종료된 뒤 근거 법률을 폐지했다. 또한 부자는 생수를 사 먹고 가난한 자는 수돗물을 마셔 국민들 사이에 위화감을 조성함은 물론 지하수 고갈 등의 이유로 생수 판매를 허용하지 않았다. 생수업자들이 생수 판매 허용을 요구하며 소송을 제기한 결과, 생수 판매 금지는 깨끗한 물을 마실 권리(행복추구권)를 침해한다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으로 1994년 3월 16일 시판을 허용한다고 발표했다. 

제주도는 화산섬으로 아름답고 깨끗하고 따뜻해 노인들이 살기 좋은 섬이다. 최근 인구를 보면 2011년도 57만6천 명에 비해 10만 명이 증가한 67만6천 명이다. 인구가 증가함에 따라 물 사용량도 증가하고 있다. 제주도의 경우 지하에 지하수 구배가 타원형으로 형성돼 있는데, 지하수를 계속해 퍼올릴 경우 언젠가는 지하수 구배가 일직선으로 돼 결국 바닷물이 육지로 올라올 수 있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짠물 탓에 제주도는 생물체가 살 수 없는 환경이 된다. 싱가포르는 말레이시아 조호지역의 강에서 매일 2억5천만t의 물을 공급받아 정수한 후 2%에 해당하는 500만 갤런의 물을 말레이시아로 되돌려 보낸다고 한다. 향후 인구 증가를 고려해 자체적으로 물 확보 대비책을 세우고 있다고 한다. 울릉도의 경우도 현재는 지하에서 용천수가 솟아올라 물 걱정은 없지만 인구 증가와 생수 판매 등으로 계속해 물 사용이 증가할 때에는 언젠가 물 부족 사태가 올지도 모른다. 특히 제주도는 인구 증가로 생수 시판량을 조절할 필요가 있고, 향후 물 부족 사태를 대비해 전남 고흥군에서 파이프로 물을 공급받는 계획을 수립하는 등 다양한 계획을 세워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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