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진수 전 인천시교육감 권한대행
권진수 전 인천시교육감 권한대행

우리나라는 불과 반 세기 만에 산업화와 민주화에 성공한 나라이고, 국제사회의 원조 수혜국에서 공여국으로 탈바꿈한 유일한 국가이다. 세계 어디를 가도 예전과 달리 정당한 대우를 받는 자랑스러운 국가로 성장했다. 온 국민의 땀과 피로 이룬 경이롭고 뿌듯한 결과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사회의 안정과 발전의 근간이라고 할 기본과 원칙이 무너지고 비상식이 난무한다. 뿐만 아니라 그 정도가 심화되는 듯해 우려가 크다. 특히 두드러진 현상의 하나는 무조건 불신 또는 묻지마식 믿음이다. 진실을 알아보려는 시도 없이 믿는가 하면 반대로 무조건 믿지 않는 것이다. 둘 다 위험하기는 마찬가지인데, 안타깝게도 이런 현상이 만연돼 있다. 여야는 물론이고 계층 불문으로 보인다. 

선출직 선거 과정의 검증이나 고위 임명직 인사청문을 통해 드러나는 여러 가지 몰상식이나 반칙 또는 부도덕한 사례가 국민들을 실망시키고 있다. ‘어떻게 저럴 수 있을까’ 상상을 초월하는 사례도 있고, 분명 잘못을 범한 당사자인데도 부끄럽지도, 미안해하지도 않는 모습을 보여 할 말을 잃게 만든다. 이유가 뭔지는 모르겠으나 이들에게 환호하는 사람들을 보면 실망을 넘어 절망에 이른다. 정직이 당연하고 규칙과 약속은 지켜야 하는 것이라는 상식을 아예 모르거나 무시하기 때문이리라. 

사실 배우지 않으면 기본적인 것도 모를 수밖에 없다. 뒤늦게 안다 해도 어색해서 실행이 잘 안 된다.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 가정교육의 부재나 잘못을 탓하기도 하지만 사적 영역인 가정사를 규율하는 단기 정책수단은 없다고 봐야 한다. 그러므로 유일한 대책은 공교육일 수밖에 없다. 특히 유·초·중등 교육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명언을 염두에 두며 다음과 같이 세 가지 제언을 하고자 한다. 

첫째, 기본생활습관을 정규교육과정에 포함해 꾸준히 습득시키자. ‘나부터, 지금부터, 쉬운 것부터’를 기본으로 하면 크게 효과적이다. 아이들이 부담을 덜 느끼는 체육·음악·미술 등 예체능 교과를 활용할 필요가 있다. 해당 교과 교사들의 협조를 얻으면 크게 어렵지 않게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예컨대 체육수업 또는 태권도학원에서는 배꼽인사법을 가르치고 무예를 배우는 목적이 약자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가르친다. 자연스레 예절과 인성을 습득게 한다. 각 교과의 특성에 맞는 방식으로 기본생활습관을 익힌다면 같은 덕목이라도 다양한 각도로 보는 깊이 있는 안목도 습득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교육의 내용과 방법을 보다 더 유연하게 확대하자. 지난 2년간 코로나19로 말미암아 시행 중인 비대면 원격수업 방식이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공부라는 것이 꼭 전통적인 ‘수업’을 통해서만 이뤄지는 것이 아님에 주목하자. 각자가 필요로 하는 내용을 편리한 시간과 장소에서 학습하게 허용한 후 엄정한 평가를 통해 관리한다면 전체적인 학습성과가 높아질 것이다. 

마지막으로 기초학력과 연계한 평가체계를 만들자. 기초학력 달성도로 공교육을 평가하는 데서 보듯 기초학력은 중요한 교육지표로 자리매김해 왔고 앞으로도 여전히 중요하다. 그런데 명칭에서 보듯 기초학력은 지식 위주로 구성돼 있는데, 기본생활습관이나 인성요소를 이에 포함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정직함, 협동성 혹은 준법정신 등 기본이 사칙연산이나 상용한자처럼 체화될 수 있을 것이다. 어렸을 때 몸에 배인 이런 덕목들은 성인이 돼 사회생활을 할 때 각종 부조리나 유혹으로부터 자신을 지켜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나아가 따뜻하고 협력적이며 역동성 높은 사회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시급히 기본과 원칙을 중시하는 바른 교육을 시행해 기본을 회복하고 품격 있는 나라, 명실상부한 일류 국가의 문이 활짝 열리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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