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일방직 산업노동유산 보존추진위원회는 30일 ‘도시관리계획 동구 만석지구 단위계획’에 대한 의견서를 인천시에 접수했다. 일제강점기 시대부터 산업화 시대까지 노동의 역사를 고스란히 담은 동일방직을 산업노동유산으로 보존하려는 중요한 발걸음이다.

위원회는 "주거 기능보다 지식산업단지 등 공업시설 존치가 필요하다"며 "동일방직을 포함한 주변 지역은 주거 관련 편의시설, 학교, 병원 등이 부족해 주거 기능이 적합하지 않기 때문에 공업지역으로의 존치를 요청한다"고 밝혔다. 이어 "현재 존재하는 건축자산을 활용한 노동산업역사관 건립 등 시의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며 위원회 의견에 내년 1월 7일까지 답변을 요청하고, 박남춘 시장과 관계자 면담도 요구했다.

위원회는 만석지구를 특별계획구역으로, 동일방직은 건축진흥구역으로 지정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건축자산의 보존계획이 없는데다 보존 범위도 1960년대 기숙사와 강당 등으로 제한된 상황에서 현재 건축물 조사가 진행 중인 공장 건물은 일제강점기 축성된 동일방직의 원형이므로 이에 대한 보존 계획을 세우라는 취지다.

인천 만석동 일대는 일제강점기 공장 노동에 투입된 강제 동원 노동자들의 삶을 드러내는 동양방적, 조선기계제작소, 일진전기 공장, 거주지 등 식민지 시대 조선 민중의 삶과 직결된 역사적 현장이다.

1934년 만석동에서 조업을 시작한 동양방적은 일본의 대자본이 조선에 진출해 방직공업을 시작한 효시로, 해방 이후 재산을 인수해 동일방직으로 재건됐고 이후 국내 방직산업을 이끈 역사성을 지닌 공간이다. 1930년대 축성된 공장과 1950년대 이후 의무실, 기숙사 등 건물들이 더해져 현재에 이른다.

소설가 강경애의 「인간문제」에 등장하는 방직회사와 부두 노동자들의 투쟁은 역사적 사실에 기초한 근대 조선문학의 한 획으로 일제강점기 민중의 삶을 드러냈다. 해방 이후 1960~1970년대 여성 노동자의 희생을 통해 성장한 산업화의 어두운 모습은 우리의 현실이었다. 젊은 여성 노동자들은 단결을 통해 노동조합을 바꿨고, 이 힘으로 독재 권력에 맞서 노동자의 권리를 주장하며 투쟁했다.

이창호 기자 ych23@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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