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활사업은 근로능력이 있는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일자리와 급여를 제공하고, 앞으로 자립을 위해 필요한 자산 형성을 지원하는 종합 자립 지원 서비스다. 생활보호법에 따라 취로사업으로 출발한 자활사업은 2000년 10월 1일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시행으로 본격 시작됐다.

인천에는 자활사업 수행기관으로 9개 군·구에 11개 지역자활센터가 운영 중이다. 또 자활근로자가 근무하는 사업장은 2000년 23개로 출발해 최근 130여 개로 성장했다. 자활사업의 규모가 커지는 과정에서 인천시와 군·구들은 저소득층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고 탈수급과 근로 동기 고취 기회를 제공했다. 

하지만 여기서 그치지 않고 전문성과 지역 특성을 살린 ‘인천형 자활사업’을 통해 지역사회 취약계층에게 사회적 경제의 한 축을 담당하려 한다. 자활사업 근로자들에게는 자립의 기반이 되고, 지역 취약계층들은 각종 생활서비스를 저렴하게 이용하는 상생의 구조다.

여성복지관점 꿈이든 the카페 8호점.
여성복지관점 꿈이든 the카페 8호점.

# 고유 브랜드와 기업 육성으로 착한 소비 유도

인천시는 지역 공공기관 및 기업들과 상생 및 협력체계를 유지하며 자활일자리 및 고유 브랜드를 개발해 왔다.

2017년 6월 인천터미널 1층에 전국 최초로 자활생산품 전시·판매·홍보 시설인 자활홍보관 ‘꿈이든(자활근로자의 꿈이 깃든 자활사업장)’이 문을 열었다. 또 인천형 자활카페인 ‘꿈이든 The카페’ 10개소가 운영 중이다. 지난해에는 송도 미추홀타워 지하 1층 입구에 신발 세척 및 수선을 위한 자활사업장인 꿈이든 일터 1호점 ‘착한신발’이 개장했다. 최근에는 인천국제공항공사와 저소득층 일자리 창출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고 공항 주차장에 ‘꿈이든 세차장’을 개소했다. 이로 인해 인천형 자활브랜드 ‘꿈이든’의 사업장은 총 13개로 늘었다.

이 외에도 한국토지주택공사(LH) 인천본부로부터 만수7단지 아파트 지하상가를 무상 임대받아 버섯 재배농장인 ‘인천자활 도시농업센터’를 설치했다. 이는 전국 최초로 아파트 공실 상가에 자활사업을 연계해 상생일자리를 창출한 사례다. LH 인천본부는 지난해 이곳에서 수확한 표고버섯 200팩을 구입해 지역 취약계층 노인들의 집까지 배달하기도 했다. 특히 근로기간 버섯종균기능사 자격증을 취득해 자립에 나선 자활근로자들도 많다. 

인천연수지역자활센터에 개소한 마을커뮤니티센터 ‘우리동네 봄날’.
인천연수지역자활센터에 개소한 마을커뮤니티센터 ‘우리동네 봄날’.

# 수요자 맞춤형 지원으로 저소득층 자활과 취약계층 지원 두 마리 토끼 잡다

자활사업은 참여자를 일방향적인 복지수혜자로 바라보지 않는다. 자활사업의 궁극적인 목표는 근로자의 자립이며, 이를 위해서는 일자리의 지속성이 보장돼야 한다. 각 군·구 자활센터 및 자활기업들은 현장 수요 및 지역별 특성을 적절하게 반영해 다양한 사업 모델을 발굴하는 데 역량을 쏟는다.

지난해 부평구는 인천부평지역자활센터와 복지 사각지대 돌봄서비스 사업을 시작했다. 돌봄서비스 사업은 돌봄 사각지대 18가구에 월 1회 청소와 월 2회 밑반찬 지원, 연 2회 집수리 지원을 통해 안정적인 가정환경을 지원한다. 지원 대상은 부평구 중독관리통합지원센터와 드림스타트팀, 삼산종합사회복지관에서 집중 사례관리를 진행하는 가구를 추천받아 선정했다. 가정환경을 돌보기 어려운 주민들에게 지속적인 돌봄서비스를 지원해 정서적 안정을 모색하고, 돌봄서비스단은 자활근로자로 구성해 일자리를 창출한다.

연수지역자활센터는 관내 아파트 단지 내 마을물류 거점을 마련하고 ‘착한택배’ 서비스를 제공한다. 택배차량이 마을물류 거점까지 물건을 싣고 오면 자활근로사업자들이 맡은 구역별로 상자를 분리하고 친환경 전동카트나 손수레로 고객 집 앞까지 상품을 전달해 주는 서비스다. 그동안 연수지역에서 실버택배 등을 통한 단지 내 배송 사례는 있었으나 지자체와 지역자활센터가 민관 협력을 통해 배송 및 집화 서비스를 구축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아파트 주민들은 단지 내 택배차량 통행으로 인한 불편함과 안전에 대한 우려를 덜어서 만족도가 높고, 일자리를 창출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두게 됐다.

연수구 자활근로기업 착한택배 서비스 배송원들이 연수주공1차아파트 단지 마을물류 거점에서 택배 물품을 날랐다.
연수구 자활근로기업 착한택배 서비스 배송원들이 연수주공1차아파트 단지 마을물류 거점에서 택배 물품을 날랐다.

남동지역자활센터는 정리수납사업단을 운영한다. 여기에 참여하는 자활근로자들은 모두 정리수납자격증을 취득해 전문성을 갖췄다.

정리수납 서비스가 필요한 대상은 주로 우울증과 수집증, 공황장애를 앓는 주거취약계층이다. 저장강박증을 앓는 70∼80대 고령자부터 고립된 생활을 하는 20∼30대까지 이용자들도 다양하다. 특히 최근 코로나19 확산으로 집 안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져 수요가 높아졌다. 자활근로자들은 이들의 집을 방문해 청소 후 안정적인 삶을 이어가도록 정리수납 노하우도 제공한다.

동구지역자활센터는 ‘참여주민 튼튼한 내 혈관 만들기 프로젝트’가 좋은 반응을 얻어 보건복지부 주관 ‘2021년도 자활사례관리 우수 사업’에 선정되기도 했다. 

이 프로젝트는 중장년 1인 가구 비율이 높은 지역 특성을 반영해 고혈압, 당뇨 등의 질환을 앓는 주민들을 대상으로 건강관리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실생활에 적용 가능한 저염·저당식 조리법 교육을 진행한다. 홀로 지내느라 자칫 건강관리에 소홀하기 쉬운 1인 가구 자활참여자에게 호응을 얻었다.

# 일자리를 넘어 사회적 관계 개선으로

연수지역자활센터는 옥련동에 마을커뮤니티센터인 ‘우리동네 봄날’을 지난해 6월 열었다.

청년자립 도전 자활사업단으로 운영되는 ‘우리동네 봄날’은 만 19~38세 청년에게는 공공일자리를, 주민들에게는 소통·복합공간을 제공한다. 특히 카페와 제로웨이스트 상점, 지역주민 교육, 공동체 프로그램, 사무기기 공유 등 기존의 자활사업단과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해 주민의 욕구를 충족할 계획이다. 이들은 주민과 자활참여자가 상생하는 문화 조성을 목표로 활동을 전개한다. 

LH 인천지역본부와 부평지역자활센터가 인천의 자활근로사업장인 ‘송이팜랜드’에서 표고버섯을 수확해 취약계층에게 나눔활동을 펼쳤다.
LH 인천지역본부와 부평지역자활센터가 인천의 자활근로사업장인 ‘송이팜랜드’에서 표고버섯을 수확해 취약계층에게 나눔활동을 펼쳤다.

인천희망지역자활센터에서는 2017년부터 주민자치 경제공동체를 추구하는 한아름주민협동회가 활동 중이다. 

한아름주민협동회는 공제협동조합으로서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미추홀구지역 주민들이 출자금을 조성하고, 조합원이 긴급한 생활자금을 필요로 할 때 신용으로 대출해 협동으로 돕는 자율 조직이다. 이들은 주민들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자금을 스스로의 힘으로 조성하고, 자금을 함께 운용해 지역공동체가 생활안전망을 구축한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 또 조합원들 간 취미별·특기별 조직사업을 꾸리면서 유대관계를 형성하고, 어렵게 생활하는 이웃들에 대한 봉사를 실천하는 등 지역사회와 상생하는 문화를 가꿔 나간다.   

김유리 기자 kyr@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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