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례1) 황금순(가명·88)씨는 경증치매 환자다. 거동에 큰 무리는 없지만 2년 전부터 혼자 외출을 못한다. 일주일에 한 번 타 지역에 사는 자녀가 황 씨를 찾아오면 미뤘던 산책을 하고 병원도 간다. 가끔 끼니를 잊거나 생활이 불편할 때가 있지만 집에서 지내는 지금의 삶에 만족한다.

#사례2) 김미선(가명·75)씨는 지난해 심각한 영양실조로 위기 상황에 놓였다. 그때 기초단체에서 배포한 돌봄플러그가 이상을 감지해 동 행정복지센터로 안전 이상 통보를 했다. 통보를 확인한 센터 직원은 현장에서 앙상하게 마른 다리로 옴짝달싹 못하는 김 씨를 발견하고는 곧바로 의료기관으로 이송했다.

황 씨와 김 씨는 인천지역의 홀몸노인이다. 황 씨는 간헐적인 가족 돌봄을 받지만 때때로 고립감을 느낀다. 김 씨는 보다 세밀한 관심과 돌봄이 필요한 위기가구다. 두 시민 모두 고령에 신체적 어려움이 있으나 돌봄서비스가 뒷받침되면 자택에서 지내기에 불편함이 없다는 공통점도 지녔다. 하지만 개인의 사정과 돌봄 욕구가 모두 다른 상황에서 돌봄 공백을 메우려면 지역 구성원의 협력이 필수다. 지역 내 각종 서비스기관과 연계해 집에서 치료를 하고, 사회적경제센터나 지역 복지관이 이동서비스와 건강상태에 맞는 영양식을 제공하며, 이웃들이 말벗이 되는 방식이다. ‘인천이면 어디든지, 누구든지, 내가 살고 싶은 곳에서 사는’ 환경을 만드는 일. 인천형 지역사회 통합돌봄의 지향점이기도 하다. 

인복드림부평종합재가센터 틈새돌봄.
인복드림부평종합재가센터 틈새돌봄.

# 지역사회 안에서 시민이 함께 돌보는 통합돌봄

정부는 2018년부터 지역사회 통합돌봄 시범사업 관련 인프라 구축 등을 추진했다. 2026년부터 지역사회 통합돌봄을 실행한다. 이에 발맞춰 인천시는 지난해 인천사회서비스원과 ‘인천형 지역사회 통합돌봄 모델 개발 연구’를 진행하고 인천시 통합돌봄 체계 구축을 위한 ‘통합돌봄 추진계획’을 수립했다.

인천사서원의 연구에서는 2021년부터 2026년까지 5년간 3단계에 걸친 통합돌봄 구축 청사진을 제시했다. 세부적으로는 ▶통합돌봄 모델 개발 연구 및 기본계획 수립 등 기초 마련(1단계·2021년) ▶통합돌봄 제공 기반 구축(2단계·2022~2025년) ▶군·구 통합돌봄 제공 기반 전면 확대 및 보편화 추진(3단계·2026년)이다.

또 시는 지역사회 역량을 강화하고자 우수 사례 발표회와 심화컨설팅, 통합돌봄 시범(공모)사업 등을 추진했다. 아울러 전문가와 시민 등으로 구성된 ‘인천시 지역사회 통합돌봄 시민지원단’을 출범했다. 지원단은 돌봄 사각지대 발굴, 돌봄서비스 제공 및 제공자 모집·양성을 통한 돌봄 저변 확대, 기타 돌봄 관련 인적 및 물적 자원을 발굴하고 연계해 통합돌봄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팀기반 방문의료사업.
팀기반 방문의료사업.

# 부평형 지역사회 통합돌봄을 통해 본 통합돌봄 사례

지난해 인천에서는 부평구·남동구·동구 3개 지자체를 대상으로 지역사회 통합돌봄 컨설팅이 이뤄졌다. 그 중 부평구는 2020년 행정안전부 공모사업을 통해 인천에서는 한 발 앞서 통합돌봄망 구축사업을 시작했다. 7개 권역의 155개 참여기관과 37개 연계기관이 네트워크를 만들었고, 기관 간 자원과 서비스를 공유하는 온라인 플랫폼을 구축했다.

‘돌봄틈새 제로 서비스’는 중위소득 140% 이하의 돌봄이 필요한 구민을 대상으로 하는 재가방문형 서비스다. 가사나 일상생활, 건강 관련 서비스를 집에서 받는다. 또 ‘따뜻한 동행 이동지원사업’으로 거동이 불편한 저소득 단독가구에게 이동지원 서비스를 하고 재가돌봄가구 영양죽 지원, 건강동아리 사업 등을 진행했다.

의료 지원이 필요하지만 스스로 병원을 찾지 못하는 가구를 방문하는 팀 기반 방문의료사업은 지역 자원인 사회적협동조합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시민 모두가 돌봄의 주체가 되는 통합돌봄 취지대로 지역주민이 돌봄 틈새 가구에 말벗, 병원 동행, 산책 등의 활동을 지원하는 ‘이웃기지 사업’도 추진했다.

인복드림부평종합재가센터 틈새돌봄.
인복드림부평종합재가센터 틈새돌봄.

# 인천형 지역사회 통합돌봄 구체화한다

지난해가 통합돌봄 기반 조성을 위한 사전 단계를 밟는 해였다면, 올해는 지역에서 구축한 돌봄체계를 조금씩 실현해 나가는 단계다.

시는 오는 7월까지 ‘인천시 지역사회 통합돌봄 추진 기본계획’에 관계 기관들의 역할, 단계별 추진 방안, 기반 구축 방안, 인력 확보 방안 등을 담아낼 예정이다. 통합돌봄 체계를 현장에서 실현하는 과정은 시범(공모)사업을 통해 구체화한다. 미추홀구·동구·부평구 3곳에서 지역에 필요한 구체적인 통합돌봄 서비스를 개발할 예정이다. 시민지원단 운영도 본격적으로 시작한다.

이 밖에도 시는 통합돌봄 체계 구축을 위해 인천시 군·구 종합평가에 통합돌봄 사업 참여 여부와 역량 강화 사항 등을 반영해 기초단체의 참여를 유도할 방침이다. 

올해 이뤄지는 모든 추진 과정은 ‘지역사회 통합돌봄 추진성과 보고서’에 담긴다. 인천사서원이 시범사업 추진 과정과 시민지원단 운영, 역량 강화 사업 모니터링의 성과를 분석하고, 통합돌봄 추진 과정에서 나온 문제점과 개선사항 등을 엮어 낼 예정이다. 

# 서윤정 정책연구실 연구위원 인터뷰

"지역사회 통합돌봄은 전달체계 개편의 다른 이름이라고들 해요. 무에서 유를 창조하기보다는 기존의 자원을 연계하고 빈 곳을 채운다고 보면 됩니다. 그 과정에서 조직화된 시민의 역할과 민관 협력이 중요합니다."

 서윤정 정책연구실 연구위원은 지역사회 통합돌봄 추진 과정에서 게이트웨이(관문)의 역할과 대상자 발굴, 시민 참여를 중요한 과제로 꼽았다. 지난해 인천사서원이 수행한 통합돌봄 모델 개발 연구에서는 대도시 인천의 게이트웨이를 읍면동으로 두고 어떻게 인력 보충을 해야 하는지를 중심적으로 분석했다. 통합돌봄에서 시민의 참여가 중요한 이유는 정신질환자나 우울증 환자, 은둔형 외톨이 등 드러나지 않는 대상 발굴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서 연구위원은 ‘조직화된 시민’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조직화된 시민은 대상자 발굴뿐만 아니라 이동서비스를 제공하거나 정서적 말벗이 되고, 간단한 복약지도 등 건강관리를 돕는 역할을 한다. 게이트웨이인 읍면동에서 사례관리를 종료한 이후 사후관리 역시 시민들이 이웃이 돼 담당하게 된다. 이 때문에 지역의 돌봄시민을 양성하는 일이 통합돌봄의 중요한 목표다.

 군·구별로 자원이나 사례가 다른 상황에서 다직종을 연계하고 민관 협력하는 일도 중요한 요소다. 그 역할은 지역케어회의에서 담당한다. 우리 지역의 돌봄 우선순위를 어디에 둘지를 지역주민들이 같이 논의하면서 민주적인 과정을 거쳐 서비스하는 방식이다. 주거 문제나 고난도 사례연구의 경우 광역단위와 협력도 필요하다. 그는 다직종 연계와 관련, 보건과 복지 영역의 연계를 강조했다. 지역케어회의를 통해 사례관리도 같이 해야 한다는 제언이다.

 서 연구위원은 "올해는 시범사업으로 구체적인 서비스계획을 수립하고, 성과평가를 통해 돌봄모델을 개발할 계획"이라며 "군·구별로 사례가 다르기 때문에 지역케어회의를 잘 운영하면서 지역에 맞는 연구개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홍봄 기자 spring@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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