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악재는 경험치 못한 강도로 전 세계를 뒤흔들었다. 바이러스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한 집합 금지 등 사회적 거리 두기로 경제는 냉각됐고, 정부가 나서 가계와 기업에 자금을 대규모로 수혈했다. 또한 사회·문화·교육 등 사회 전반에 걸쳐 언택트·비대면 세상이 본격 도래했다. 아울러 가치 공유와 위기 극복을 위한 상생에 대한 관심이 더욱 커지며 기업들도 ESG 경영 등 환경과 사회, 지배구조 등 비재무적 요소의 중요성을 실감했다. 

이러한 변화의 흐름 속에 상대적으로 대도시에 비해 재정자립도와 경쟁력이 낮은 중소 도시나 농어촌지역에서는 위축된 지역경제를 살리고 코로나 위기 극복을 위한 해법으로 지역사회의 다양한 구성원들이 연대의식을 갖고 힘을 합쳐 위기를 극복하고 상생하고자 사투를 벌인다. 2022년 역시 코로나 위협으로부터 얼마나 벗어날지 아직은 불투명한 상황이다. 그럼에도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기대하며 기호일보는 코로나 극복을 위해 지역사회 중심의 상생 전략을 펼치며 최선을 다하는 지역사회 네트워크를 살펴봤다. 

양평군이 진행한 토종벼 손모내기 행사 모습.
양평군이 진행한 토종벼 손모내기 행사 모습.

# ‘신토불이’ 면역력 높이는 토종농산물이 뜬다

신토불이(身土不二)를 표방하는 우리 농산물은 자가 면역력을 키우는 데 긍정적인 요소다. 우리가 태어나고 자란 땅에서 생산한 농작물 또한 우리 몸에 가장 잘 맞는다. 하지만 국내 현실은 수많은 토종 종자들이 사라져 가는 상황이어서 한국의 종자시장은 아쉽게도 다국적 종자기업들이 주도하게 됐다. IMF 외환위기 이후 국내 종자회사들이 외국 농기업에 매각되며 현재 소비자들에게 친숙한 토종 품종들은 외국 소유가 돼 버렸다. 다행히 이를 극복하기 위한 ‘토종 종자 주권 회복’ 움직임도 활발하다. 

토종 씨앗은 오랜 시간 농업인 주도로 지역의 기후와 풍토에 맞게 적응돼 온 씨앗을 뜻한다. 지역별로 품종이 다양하게 유지 및 계승돼 왔다. 지역별 문화와도 밀접하게 연관돼 농가 자체적으로 독특한 방법으로 씨앗을 유지·보존한다. 대한민국 농업의 메카인 경기도 또한 2019년 토종종자은행을 출범시켰다. 경기도종자관리소, 산림청 등 정부기관, 지자체 등과 협업을 통해 토종 씨앗 수집과 보급활동에 적극적이다. 

토종종자은행에서는 지역에서 수집한 토종 종자뿐 아니라 민간단체, 토종도서관 전국협의회 등과 함께 경기도내 시·군에서 수집한 토종 종자를 보존한다. 특히 도내 토종 씨앗 메카를 미래 비전으로 선포한 양평군은 2018년 8월부터 민선7기 주요 공약사항으로 ‘농업기술센터 부속 토종 씨앗 보존기구 설치·운영’ 등을 적극적으로 추진해 왔다. 지난해 3월에는 민간단체인 토종씨드림과 업무협약을 맺고 군내 토종 씨앗 발굴사업을 함께 추진해 왔다. 

또 토종 씨앗 농산물 상품화 및 유통시스템 연계를 위해 제품 개발, 기술이전, 로컬푸드판매장 출하, 친환경 학교급식 납품 등을 추진하며 토종 씨앗 보급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 문화 콘텐츠 개발 및 홍보, 유관기관·단체와 상생 기반 및 네트워크를 구축 중이다. 

경기도 토종종자은행에서 토종자원의 중요성을 홍보하고자 ‘토종 벼 손모내기 시연행사’를 열었다.
경기도 토종종자은행에서 토종자원의 중요성을 홍보하고자 ‘토종 벼 손모내기 시연행사’를 열었다.

# 코로나로 찾아온 지역경제 위기 극복할 ‘기대주’ 로컬푸드가 뜬다 

최근 사회적 문제로 부상한 농촌공동체 및 농업 기반 붕괴, 지역 소농 해체, 밥상안전 위협, 장거리 이동에 따른 지구환경 파괴, 자연생태계 변화 등을 극복하는 새로운 대안이 바로 로컬푸드 산업이다. 로컬푸드(Local Food)는 지산지소(地産地消, 지역생산·지역소비), 신토불이 등과 맥을 같이한다. 로컬푸드의 기본은 지역에서 생산된 농산물을 지역사회가 앞장서 우선 소비한다는 점이다. 때문에 로컬푸드 농산물은 당일 생산과 판매를 원칙으로 하며, 신선한 농산물을 구매하는 이점과 철저한 생산이력제를 통한 품질 보증이 강점이다. 또 생산자가 직접 판매하기 때문에 유통 과정이 짧아 소비자가 저렴한 가격으로 구입하게 된다. 생산자 또한 땀 흘려 키운 농산물을 더 좋은 가격에 판매하며 보상을 받는다. 

이런 패러다임 속에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는 곳이 바로 경기도다. 2020년에는 도내 1만6천여 소규모 농가에서 로컬푸드 농산물을 생산해 60개 직매장을 통해 농가당 평균 1천만 원, 총 1천689억 원을 판매했다. 

도는 2022년까지 직매장을 80개 수준으로 확대하고 휴식과 체험 등을 연계한 교육체험장, 농가레스토랑, 농가카페 등 복합문화공간도 조성할 예정이다. 로컬푸드 지원체계의 효율적 구축을 위해 납품농가 조직화 역량 강화, 재배기술, 경영 개선 등을 위한 컨설팅도 실시한다. 납품농가에 농산물 안정생산과 공급을 위한 작목 선정, 출하시기 조절, 상품 관리와 마케팅 등 교육을 통해 안정된 농가소득이 실현되도록 적극적인 지원을 한다. 

도의 ‘로컬푸드 산업 활력화 정책’은 WTO, FTA 등에 따른 수입개방 파고에 맞서는 지역 농산물의 경쟁력 제고 전략이다. 국민들에게 안전한 먹거리를 제공해 건강한 삶을 영위하도록 돕는 일이다. 이를 통해 농업과 농촌에 활력을 불어넣고, 생산자와 소비자뿐 아니라 지역사회가 원팀으로 상생하는 가치를 실현한다. 

양평군 토종 종자·모종 나눔에 참가한 어린이.
양평군 토종 종자·모종 나눔에 참가한 어린이.

# 지자체-기업-상인회 등 손에 손잡고 농수산물 소비 촉진 

이성희 농협중앙회장은 2020년 4월 농협중앙회 본관에서 열린 ‘2020년도 중앙본부 업무계획 및 비상경영대책 보고회’에서 "전 세계적 팬데믹 영향으로 향후 체감하는 경기 위축이 본격화된다.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도 조직의 모든 역량을 동원해 사업 추진에 최선을 다하고 농업인 지원에 집중해 달라. 위기경영 단계에 맞춰 범농협이 철저한 계획을 갖고 대응해 리스크 관리를 강화하고 농산물 생산·소비 위축, 외국인 근로자 수급 불안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농업인과 취약계층에 구체적 지원 방안을 신속하게 추진해 달라"고 당부했다. 

코로나로 인한 소비 침체로 농어촌이 어려운 상황에 놓였다. 농수산물 출하량이 줄어들며 판매처 확보가 시급한 상황이 계속된다. 대안으로 대형 마트와 홈쇼핑, 온라인몰 등 대기업 유통사들이 농수산물 소비 촉진에 나선 상황이다. 코로나로 농수산물 출하량이 줄어들며 어려움에 처하자 유통업계가 각종 판촉 행사를 통해 농어촌 지역사회 돕기에 적극적이다. 

농협이 공급 중인 상품 중 소비가 부진한 신선상품을 할인 판매하거나 전국농어촌지역군수협의회와 공동 협약을 맺고 전국 농가 지원 행사를 벌인다. 서울시는 지역과 서울을 잇는 로컬푸드 상생상회 전문관을 통해 농산물의 소비 촉진을 돕고 판로를 적극 지원한다. 홈쇼핑 업체들도 지역 농산물 소비 촉진에 힘을 보태는 상황이다. 

코로나19로 인해 농산물 소비가 위축되고 각종 축제 등이 취소되며 관광객도 대폭 줄었다. 이 때문에 침체된 지역경제를 살리려고 도는 상인연합회, 시장상권진흥원 주도로 지역별 상권활성화재단과 연계해 지역 농산물 소비와 골목상권 살리기에 최선을 다해 왔다. 

기초지자체의 움직임도 활발하다. 경기도내 대표적 친환경 농업도시인 양평군도 코로나19 장기화로 위기에 직면한 소상공인에게 경영안정자금을 지원했다. 이 밖에 노점상인 재난지원금, 착한가격업소 지원, 문화예술인 지원, 법인택시 및 전세버스 운수종사자 재난지원금 지급 등을 통해 지역경제에 숨통이 트이게 했다. 

경기도 토종종자은행에 보관된 종자.
경기도 토종종자은행에 보관된 종자.

# 지역사회가 맺은 4각 상생동맹

코로나19로 어려워진 농민들을 위해 지자체, 농·축협, 상인회, 기업인협의회 등이 하나로 뭉쳤다. 위기를 극복하고 상생을 도모하자는 취지다.

양평군의 경우 지난해 9월 저렴한 가격과 친절한 서비스를 제공해 가격 안정에 기여한 착한가격업소 49곳에 인센티브 물품인 착한상자를 건넸다. 이와 관련, 정동균 군수는 "코로나19가 장기화됨에도 저렴한 가격으로 따뜻한 식사를 제공해 주는 착한가격업소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으면 하는 마음에서 추진했다"며 "지역경제 활성화 차원에서 소셜미디어 홍보와 마케터를 활용해 조력하겠다"고 했다. 

군은 또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납세자의 피해를 최소화하려고 지방세 지원 계획을 수립, 경제 회복에 힘을 보탰다. 주요 지원사항으로 취득세·지방소득세 등 신고납부 세목의 신고·납부기한 등을 6개월(최대 1년) 범위에서 기한을 연장한다. 또 자동차세·재산세 등 부과고지 세목에 대해 6개월(최대 1년) 범위에서 고지유예, 분할고지, 징수유예, 체납처분 유예 정책도 시행 중이다.

아울러 코로나19 여파로 난관에 봉착한 상인들을 위해 상인회를 중심으로 지역 농산물 소비하기, 지역업소 이용하기 등 다각적인 노력을 펼친다. 기업인협의회도 지역 농산물 구입, 식당 이용 등 상생을 위한 활발한 움직임이 돋보인다.

  안유신 기자 ays@kihoilbo.co.kr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