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전 세계를 강타한 지 2년여가 흘렀다. 기업들은 곳간의 빗장을 건 지 오래이고, 폭등한 집값에 오르지 않은 그 무엇도 찾기 힘든 극한 상황이 이어진다. 따뜻한 한 끼 식사조차 하기 어려운 우리 주변의 소외된 이웃들에겐 더욱 매서운 재앙으로 다가왔다. 팍팍한 상황의 연속에서 남양주시 화도지역에서는 선물 같은 이야기가 잉태했다. "무료 급식도 하기 힘든 산간벽지 어르신을 위해 따뜻한 밥 한 끼 지어드리고 싶다"는 소박한 꿈을 민관이 힘을 합쳐 이뤄 냈다. ‘기적의 밥차’가 바로 주인공이다. 각계각층의 도움으로 탄생한 ‘기적의 밥차’의 꿈을 들어봤다.

지난해 10월 열린 기적의 밥차 출범식에서 관계자들이 파이팅을 외치는 모습.
지난해 10월 열린 기적의 밥차 출범식에서 관계자들이 파이팅을 외치는 모습.

# 정이 있는 마을

기적의 밥차는 평생 무료 급식을 해 온 윤철환(74)목사와 최재웅(57)화도읍 복지지원과장의 만남에서 탄생 신화가 시작된다.

둘의 최초 만남은 2018년 가을에 이뤄졌다. 윤 목사가 마석광장에서 운영하던 무료 급식소에서였다. 열악한 현실을 두 눈으로 목격한 최 과장이 양성화를 제안했고, 여기에 윤 목사의 ‘순수 봉사정신’이 어우러지면서 구체성을 띠기 시작했다.

1년여 후 호평동 주평강교회에서 후원 음악회를 통해 모금한 1천여만 원을 종잣돈으로 무료 급식소 ‘정이 있는 마을’이 태동했다. 식탁 세트는 식탁회사 ‘비둘기’에서 후원받았고, 하선회와 화도읍 지역사회보장협의체, 화도로타리클럽 등 지역 단체들이 주방기구를 후원하며 발 벗고 나섰다.

그렇게 2020년 3월 문을 열었지만 코로나19가 대한민국을 강타하면서 ‘개점휴업’ 상태를 맞았다. 하지만 귀하게 만든 식당인 만큼 조금이라도 봉사하겠다는 생각에 매일 30여 가구에 정성 가득한 도시락을 배달하며 아쉬움을 달랜다.

간헐적으로 코로나19 확산세가 약해질 때면 마석광장에서 이동 무료 급식소를 열었다. 하선회와 주평강교회의 지속적인 후원으로 무료 급식소를 찾은 200∼300명의 노인들은 마스크와 소독용품, 찬거리 등을 선물로 받기도 했다.

기적의 밥차 출범식에서 다섯소리 국악단이 재능기부의 일환으로 공연을 펼쳤다.
기적의 밥차 출범식에서 다섯소리 국악단이 재능기부의 일환으로 공연을 펼쳤다.

# 소박한 꿈에서 탄생한 ‘기적의 밥차’

하지만 이번에도 맹점은 코로나19였다. 급식소가 정기적으로 운영돼야 마중물 효과가 있었겠지만, 이마저 어려워지면서 후원도 시들해지기 시작했다.

이때 최 과장은 윤 목사의 오랜 꿈인 ‘밥차’의 현실화를 제안한다. 산간벽지에서 버스도 없어 무료 급식소에 오지 못하는 노인들에게 ‘따뜻한 하루’를 선물하기 위함이다.

먼저 차량 구입을 위해 팔당수력발전소의 문을 두드렸다. 다행히 한국수력원자력이 진행한 공모에 선정되면서 지난해 1월 차량구입비 3천만 원을 지원받게 됐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차량 내부 인테리어 비용이 생각보다 만만치 않았다. 다행히 화도지역 단체들이 나서서 차량 래핑과 집기 등을 후원하고, 심향음악단과 다섯소리국악단 등이 재능기부를 결정하면서 지난해 10월 출범식이 열렸다.

기적의 밥차 최초의 목적지는 화도읍 금남리로 정했다. 마을회관 공터에서 급식을 하기로 이장들과 협의도 끝마쳤다. 안타깝게도 코로나19가 맹위를 떨치며 무산됐지만, 기적의 밥차는 노인들에게 행복을 선물할 기회를 손꼽아 기다린다.

# 기적의 밥차를 탄생시킨 주역들

▶최재웅 화도읍 복지지원과장

"열악하고 우울했던 장소를 깨끗한 곳으로 이전하게 된 원동력은 소외계층을 위한 우리 모두의 관심이 모아진 결과다. 기적의 밥차 사례처럼 이웃을 위한 온기는 아직 식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서로 함께 살아가는 화도지역의 온기가 더욱 확산되리라 믿는다. 특히 밥차가 현장을 찾아가면 지역의 관심도가 높아져 파급 효과가 나타나리라 믿는다. 자연스럽게 지역에서 일정 정도 역할을 하시는 분들이 동참하리라는 기대도 있다. 여전히 어려운 분들이 많지만 지역사회의 동참이 다소 미약해 이를 끌어올리는 방안이 필요하다. 공적기관 역시 선행을 하는 단체를 바라보는 시각이 법 테두리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그 한계를 뛰어넘어야 한다. 월세 때문에 고통받아야 하는 소외계층의 현실에 눈높이를 맞춰 공공정책이나 민간 후원기관에서 안정적으로 지원했으면 한다."

▶윤철환 목사

"처음엔 어르신을 위한 무료 급식 하나만 생각하고, 없는 인맥에 주먹구구식으로 쉬지 않고 노력해 왔다. 그런 제게 하나님이 최 과장을 보내 주지 않았나 싶다. 그저 꿈이었던 밥차가 탄생하는 과정을 보면서 무척 행복했다. 특히 하선회, 주평강교회 등은 지역사회의 온기를 느끼게 했다. 저는 하나도 한 일이 없는데 하나님이 좋은 분들을 보내 주셨다. 급식소를 찾는 분들을 위해 밥을 짓게 돼, 도시락을 배달하게 돼 더없이 행복하다. 2020년 쓰러져 하반신 마비가 왔지만 다행히 지팡이만 있으면 움직이는 일은 문제없다. 몸이 아파도 행복하기 때문에 봉사를 한다. 언젠가는 ‘기적의 밥차가 언제 오지?’하며 기다려지는 존재가 되길 소망한다. 지금 가장 큰 바람이 있다면 힘 닿는 데까지 봉사하다 생을 마감하고 싶다. 특히 다양한 계층과 함께 소외된 이웃을 위해 지속적으로 봉사하고 싶다."

▶화도로타리클럽 김영섭(49)회장과 송석부(60)총무

"윤 목사님의 바람이 지역을 돌면서 노인분들께 무료 급식을 하는 일이라고 들었다. 무료 급식은 로타리클럽의 최대 목적인 ‘초아의 봉사’에도 걸맞아 동참하게 됐다. 지역을 사랑하는 입장에서 그늘진 곳, 홀몸노인의 삶의 질 향상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으면 한다. 연초 삼계탕 대접할 때도 15명 정도의 회원들이 동참했으며, ‘나눔의 확산’이라는 공통의 목표를 갖고 노력 중이다. 작은 봉사 하나하나가 모이고 모여 취약계층에게 도움의 손길이 조금이라도 더 가도록 최선을 다할 생각이다. 작은 일부터 실천하는 화도로타리가 되도록 지역 곳곳의 어려운 이웃을 위해 마음을 하나로 모으겠다."

 조한재 기자 chj@kihoilbo.co.kr

사진=<남양주 기적의 밥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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