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관의 피

119분 / 드라마 / 15세 이상 관람가

‘경관의 피’는 "법을 어겨서라도 범인을 잡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경찰, 범법자를 잡는다는 명분도 법 위에 설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경찰, 누구의 신념이 옳을까"라는 질문을 던지는 영화다. 이규만 감독은 완전히 상반된 신념을 좇는 두 경찰을 통해 정의란 무엇인지, 관료가 아닌 ‘진짜 경찰’은 어떤 것인지를 파고든다.

신입 경찰 민재(최우식 분)는 동료가 범인을 잡는 과정에서 강압수사를 했다고 증언할 정도로 원칙주의자다. 그런 그에게 서울청 소속 경찰 인호(박희순)가 은밀한 제안을 해 온다. 광역수사대 반장 강윤(조진웅)을 감시해 위법 사실을 캐내라는 것. 제안을 수락한 민재는 강윤의 팀으로 발령 나고, 그의 조원이 돼 밀착 마크에 들어간다.

민재가 본 강윤은 보통 경찰과는 180도 다르다. 공무원 월급으로는 꿈도 못 꿀 고급 빌라에 살면서 외제 차를 타고 명품 브랜드 옷을 걸친다. 강윤은 상위 1%의 귀족을 잡기 위한 유니폼이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민재는 범죄자를 잡기 위해 다른 범죄자와 협력하고 때로는 폭력까지 쓰는 강윤을 이해할 수 없다. 마약 조직 두목 동철(박명훈)에게 돈 가방을 받는 장면까지 포착하면서 민재의 의심은 점점 더 커진다.

강윤의 목표는 단 하나, 국내 최대 마약상 영빈(권율)을 잡는 것이다. 강윤은 그를 잡기 위해선 규칙에 어긋나는 명령도 따라야 하느냐는 민재의 물음에 "범죄 추적은 어떤 경우에도 위법이 될 수 없다"고 되받는다.

강윤은 민재가 자신을 감시하는 ‘두더지’라는 사실을 알게 된 후에도 그를 팀에 남겨 둔다. 민재는 강윤의 방식으로 거악을 깨부수는 데 가까워지는 모습을 보면서 심경의 변화를 겪게 되고, 경찰이자 한 인간으로 성장하기 시작한다.

영화는 범죄와 가장 가까이 있는 경찰이라는 존재를 빌려 ‘거악을 처단하기 위한 소악’이 어디까지 용인되는지를 고민하고, 흑과 백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회색지대에 서 있어야만 하는 경찰의 정체성을 탐구한다. 경찰을 감시하는 경찰, 경찰을 돕는 거대 후원회 등 신선한 소재도 흥미를 유발한다. 5일 개봉. 

이창호 기자 ych23@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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