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순간 인간은 패스트 패션을 대표로 한 과소비 문화에 길들여져 무분별한 배출로 자연을 멍들게 한다.

생산 능력 최대화에 목숨을 건 기업과 ‘트렌드’에 뒤처지지 않으려는 하찮은 욕심으로, 인간은 스스로에게 미세플라스틱 등 신개념 환경오염을 선물했다.

남양주시는 이 같은 위기상황에서 소비를 줄이고, 새로운 제품이 아닌 기존 제품의 선순환 시스템 구축에 주력하며 ESG 행정에 깊이를 더한다.

쉽게 지나치기 쉬운 ‘자원 선순환’에 대한 시의 고민과 폭발적 실행력을 소개한다.

키즈 두 번째 옷장’ 행사에 참석한 조광한 시장.
키즈 두 번째 옷장’ 행사에 참석한 조광한 시장.

# 새로운 시각의 ‘아이스팩, 나이스팩’

시는 2020년 9월부터 폐아이스팩 수거·재사용 정책을 펼치며 지역사회와 타 지자체에 신선한 바람을 불러일으켰다. 

지난해 31일 기준 시민 10만 명 이상이 참여해 1천850여t의 아이스팩을 수거하는 데 성공했다. 이를 지역 소상공인과 중소기업 등 141개 업체에 491회, 224t을 공급했다. 시가 수거한 아이스팩은 시의 연간 사용량 추산치인 2천84t의 88%가 넘는 수치다.

조광한 시장은 환경부에 아이스팩의 재사용을 늘리기 위한 규격화를 정책제안하는 한편, 전국대도시시장협의회에서 아이스팩 재사용 촉진 공동 협력 방안을 제안해 만장일치로 채택하는 성과를 올렸다.

시는 한 발 더 나아가 지역사회와 함께 더 효율적인 아이스팩 처리 방법을 찾고자 다양한 시도를 했다. 그 과정에서 획기적인 처리 방법을 찾아내 다시 한 번 이목을 집중시켰다.

지역 아이스팩 제조업체 ㈜삼송과 협약을 체결하고, 2개월 만에 전국 최초로 아이스팩 재생산 자동화 설비 구축에 성공했다.

이로써 수거한 폐아이스팩 중 파손된 물건을 제외하고 대부분 재생산이 가능해졌고, 아이스팩에 인쇄된 업체명이나 광고 등으로 단순 세척만으론 재사용이 원활하지 않았던 문제도 해결했다.

조광한 남양주시장이 아이스팩 재생산 과정을 살펴보고 있다.
조광한 남양주시장이 아이스팩 재생산 과정을 살펴보고 있다.

설비 투자 역시 전액 업체가 부담하고, 시는 공익적 측면을 고려해 설비 운영 비용과 인건비 등만 지원키로 합의했다.

수거한 폐아이스팩은 설비로 투입돼 외부 오염물을 깨끗이 세척한 이후 추출 작업을 통해 충전재인 고흡수성수지와 SAP, 포장재인 폐합성수지를 각각 회수한다. 이후 분리 추출한 충전재를 섞는 교반 작업 후 새 포장지에 담아 새로운 제품으로 출하하는 방식이다. 특히 거의 모든 과정이 자동화되면서 생산의 효율성도 확보했다.

첫 설비 가동 후 4개월간 208t가량의 아이스팩을 재생산했으며, 생산된 아이스팩은 공급도 원활하게 이뤄지는 상황이다.

조 시장은 "1년 만에 완벽에 가까운 아이스팩 처리 방법을 찾게 됐다. 우리 시의 자동화 생산 기술을 대한민국 표준 모델로 만든다면 환경문제 해결에 큰 도움이 된다"며 "남양주 ESG 행정에 새로운 발자취가 되리라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 두 번째 옷장, 순환의 자유로움

시는 ESG 행정 선포식 이후 환경 혁신에 속도를 내는 동시에 깊이를 더하는 데 집중했다. 다양한 환경정책 과제를 발굴하고, 그치지 않고 끈기 있게 정책을 실천하며 더욱 발전시켰다.

의류를 기부하는 조광한 시장.
의류를 기부하는 조광한 시장.

시의 환경혁신 중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자원의 공유’다. 의류품 재사용 활성화를 통한 자원선순환을 목표로 기획된 ‘두 번째 옷장’이 대표적 사례다. 누구에겐 필요없는 옷을 모아 필요로 하는 ‘두 번째 주인’에게 인도하는 착한 친환경 나눔이라 하겠다.

이 사업은 새 의류를 제작할 때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과 탄소 발생량을 나눔을 통한 재사용으로 줄이자는 간단한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다. 이를 위해 골목길과 도로변에 무단 설치돼 도시미관을 해치던 불법 의류수거함 858개가 전격 철거됐다.

이후 가까운 읍면동 주민센터에 재사용 가능한 의류품 4종(옷, 가방, 신발, 모자)을 가져가면 3㎏당 10L 종량제 봉투 1매나 남양주사랑상품권(Thank You Pay-N) 370원을 지급했다. 접수된 의류는 일정 기간 나눔 공간에 보관해 자유롭게 무료로 가져가도록 했다.

사업 추진 4개월 만에 16개 읍면동 주민센터를 통해 접수된 재사용 의류품은 33t, 그 중 5천여 개가 두 번째 주인을 만나는 데 성공했다.

‘키즈 두 번째 옷장’ 행사장.
‘키즈 두 번째 옷장’ 행사장.

# 시민 모두가 자연스럽게 동참하는 자원선순환

시는 더 많은 시민이 참여하도록 농협중앙회 남양주시지부 및 지역 농·축협 8개소와 사업 운영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현재 별내농협(하나로마트 1층), 진건농협(하나로마트 1층), 진접농협(연평지점 1층), 미금농협(본점 2층), 와부농협(하나로마트 휴게공간), 화도농협(본점 2층) 등 6개소에서 두 번째 옷장과의 만남이 가능하다. 

남양주시와 주민자치위원회가 운영협약을 맺고 키즈 두 번째 옷장을 지원하기로 했다.
남양주시와 주민자치위원회가 운영협약을 맺고 키즈 두 번째 옷장을 지원하기로 했다.

특히 주민자치(위원)회와의 협약 이후 어린이비전센터에 개소한 ‘키즈 두 번째 옷장’이 눈길을 끈다. 아이들 의류나 놀잇감, 유모차 등 물품을 나누는 이 공간은 신체 성장 주기가 빠르고 개인별로 편차가 큰 어린 자녀를 둔 부모들에게 상당히 유용하리라 기대된다.

키즈 두 번째 옷장은 보상에도 차별성을 뒀다. 기부 물품 1점당 스탬프 1개가 적립되는데, 스탬프 9개를 모으면 지역 유료 어린이 놀이체험시설을 1회 무료로 이용할 자격이 주어진다.  

시는 별내북놀이터에 2호점을 개소하면서 이를 더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이후 화도에 소재한 ‘놀자람’이나 호평동 ‘도르르’, 다산동 ‘장난감도서관’ 등에도 공간을 조성할 예정이다.

조 시장은 "환경에 심각한 영향을 끼치는 탄소 배출을 줄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따라서 우리 모두가 소비활동을 할 때 과잉생산이 되지 않도록 인식하고 행동해야 한다"며 "두 번째 옷장은 지속적인 참여와 실천이 핵심이다. 더욱 많은 기관·사회단체 등과 협력하면 좀 더 큰 효과가 있으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남양주=조한재 기자 chj@kihoilbo.co.kr

사진=<남양주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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