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자리를 잡고 적을 기다린다<先處戰地 而待敵者>

허실(虛實)은 병법에 있어서만이 아니라 모든 전략·전술에 있어 백미라고 할 수 있다. 흔히 허허실실이라고 한다. 허(虛)로 실(實)을 감추고, 단단한 실(實)로 상대의 빈틈(虛)을 찌르는 것이 승리의 요체라는 것인데, 상황에 따라 실로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변화하는 전쟁터에서 허실을 간파하는 통찰력은 쉬운 일이 아니다.

노자가 양주라는 사람을 만났을 때 대화 내용은 이렇다. "그대를 만나기 전에는 그대가 이끌어 줄 만한 인물이라 생각했는데, 이제 보니 가르칠 만한 인물이 아닐세. 가르쳐도 소용없겠군." 노자는 이 말을 남기고 가 버렸다. 양주는 놀라 뒤따라가서 공손히 절하고 가르침을 청했다. "저의 허물을 듣고 싶습니다." "그대에는 위엄을 나타내려는 허세가 보였고 남달라 보이려는 총기와 자만이 드러나 있었소. 그런 자세로는 가르침을 얻을 수 없소." 노자의 지적은 ‘겉볼안’이라는 말이다.

겉을 보면 속을 알 수 있다는 뜻이다. 허와 실을 보는 노자의 매서운 통찰을 손무는 높이 받들었던 것이다.  <중국인문학연구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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