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석승 ㈔21세기안보전략연구원 원장
강석승 ㈔21세기안보전략연구원 원장

"2022년, 북한은 과연 어떻게 변할 것인가?" 이런 화두(話頭)는 국내외 언론이 크게 주목하는 것으로, 해마다 이맘때가 되면 이와 관련한 보도가 봇물처럼 쏟아져 나온다. 

그 주요 소재는 북한 정권이 매년 1월 1일 발표하는 ‘신년사’에 대강(大綱)이 나타났지만,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이에 갈음한 당 전원회의 결과로 대치됐다.

사상 처음으로 ‘5일간’이라는 장시간에 걸친 협의 끝에 나온 당 제8기 4차 전원회의 결과에서는 그 앞날이 매우 간고하게 나타날 것이라는 예측만 가능하게 했지 대남·대외면의 구체적 청사진은 제시되지 않았다. 

즉, 북한 정권은 비록 대다수의 인민들이 굶주림과 극심한 생필품 부족에 시달리고 있지만, 적어도 대내적인 정치적 측면에서는 안정적인 상황에 이르렀다고 자평(自評)하는 가운데 북한 당국은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와 코로나19 장기화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농촌의 발전을 통한 경제문제 해결에 집중하려는 의도를 표명했다.

이런 차원에서 본다면 북한은 이전부터 줄곧 견지해 왔던 자력갱생 노선을 중심으로 자구책을 모색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특히 김정은 위원장이 이 회의에서 농업 생산을 증대시켜 식량 문제를 완전하게 해결하는 것을 농촌 발전 전략의 기본 과업으로 규정하면서 곡물과 축산, 과일 등과 관련한 향후 10년 생산목표를 밝힌 점은 녹록지 않은 대외 환경 속에서 먹는 문제라도 우선 해결하겠다는 절박한 의지를 피력한 것이라 볼 수 있겠다.

북한이 새로 맞이하게 될 2022년은 얼마 전인 지난해 12월 17일 제2대 권력세습자인 김정일의 사망 10주년과 관련해 대대적인 추모분위기를 띄우며 중앙추모대회를 열었듯이 이들 선대(先代) 절대권력자들의 ‘영명하고도 특출한 업적’을 칭송하면서 그 중심에 김정은을 놓는, 김정은유일영도체제를 더욱 강화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우리는 그 편린(片鱗)을 이날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최룡해가 행한 추모사(위대한 수령 김일성 동지께서 세워 주시고 빛내어 주신 주체의 사회주의조국을 굳건히 수호하신 것은 위대한 령도자 김정일 동지께서 이룩하신 불멸의 역사적 공적이다)에서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이런 선대 수령의 업적을 추모·숭상(崇尙)하면서 집권 11년 차에 접어드는 김정은정권에의 절대적이고 맹목적인 충성을 강요하기 위해 원용될 행사가 바로 김정일의 생일인 ‘광명성절’(2월 16일)과 김일성의 생일인 ‘태양절’(4월 15일)일 것이다. 

이들 ‘민족 최대의 명절’이 2022년에는 예년과 달리 5년이나 10년 단위로 꺾어지는 이른바 ‘정주년’이기 때문이다. 광명성절의 경우 80주년, 태양절은 110주년을 각각 맞이하기 때문에 "우리 당과 혁명의 영원한 수령이자 주체의 태양인 위대한 령도자 김정일 동지와 영원한 수령인 김일성 동지"를 내세우면서 김정은정권의 정당성을 고양하는 가운데 충성을 촉구하는 계기로 적극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인민대중제일주의, 우리국가제일주의"를 내세우면서 ‘위민(爲民)의 지도자, 당당한 핵보유국 지도자’로 자처하고 있는 김정은은 자신의 친정체제를 더욱 강화하기 위해 감시·억압장치를 최대한 원용하면서 핵무력이나 전략로켓 등 최첨단 중장거리 개발과 실험에 진력하는 한 해가 될 전망이다. 

한편, 대내적인 관점에서 볼 때 2022년 한 해는 북한에게 유독 어려운, 이른바 ‘제2의 고난의 행군’을 피하기 어려운 해가 될 것이다.

이런 극심하고도 만성적인 경제난을 의식해서 북한 당국은 지난해 9월 ‘시-군발전법’을 채택하고 "된장, 비누와 같은 소비재 공급부터 관광, 무역까지 지방정부가 알아서 하라"는 조치까지 취하기는 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미봉책(彌縫策)에 불과할 뿐 코로나19 감염을 우려해 국경을 폐쇄하는 등 초강경 조치가 지속되는 한 ‘별다른 묘책(妙策)’을 찾기는 힘든 실정이다.

결국 북한 당국이 아사(餓死) 직전에 있는 거의 대부분 주민들의 생활질(Quality of Life) 향상을 애써 외면하는 가운데 이들의 등을 올라타고 온갖 인권유린을 자행하면서 전 세계가 한결같이 요구하는 핵무력에의 집착과 중장거리 미사일 개발 야욕을 포기하지 않는다면, 국제적 고립과 경제적 파탄이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악화돼 2022년에는 정권 자체의 존망을 위태롭게 할 상황이 도래할지도 모를 것으로 예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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