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수 나사렛국제병원 신경과  과장
김진수 나사렛국제병원 신경과 과장

아침에 일어나 양치질을 할 때 자꾸 입 한쪽으로 물이 흘러내리며 입꼬리가 비뚤어지는 증상이 나타나 뇌졸중을 의심하며 병원을 찾는 환자들이 있다. 어떤 환자는 눈이 잘 감기지 않을 정도로 한쪽 얼굴이 완전히 움직이지 않고, 식사할 때 마비된 쪽으로 맛도 잘 느껴지지 않으며, 심지어 소리에 과민해지는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흔히 구안와사라고 알려진 이 증상은 얼굴의 운동 기능을 담당하는 안면신경에서 발생하는 마비 증상이다.

안면 마비는 이 병을 처음 발견한 찰스 벨(Charles Bell)의 이름을 따서 벨 마비(Bell’s palsy)라고도 부른다. 일생 동안 60명 중 1명이 경험할 정도로 발생하며, 남녀 간 발생률 차이는 없고 어느 연령에서나 발생하지만 당뇨병 환자에게 조금 더 높은 발생률을 보인다.

# 얼굴의 한쪽에서 갑자기 발생

얼굴 표정을 만드는 안면 근육은 뇌에서 보내는 전기신호를 받아 움직이게 되는데, 내려오는 경로 어딘가에 문제가 생겼을 때 안면 마비 증상이 나타날 수 있고, 증상이 심한 경우 다른 증상을 동반하기도 한다. 주로 바이러스성 염증이 신경의 기능을 약화시켜 발생하는 것이 원인으로 생각된다.

안면 마비는 얼굴의 한쪽에서 비교적 갑자기 시작되며, 발생 후 3~4일 이내에 최고조로 진행되는 특징이 있다. 마비가 시작되기 1~2일 전 귀 뒤쪽에서 통증이 느껴지기도 하며, 이 통증이 수일 이상 지속되는 경우도 있다.

환자의 79~70%는 수주에서 수개월 안에 완전히 회복되며, 운동 기능이 5~7일 안에 호전되기 시작하면 예후가 좋다.

# 나쁜 예후 인자가 있을수록 적극적 치료 필요

안면 마비에 사용되는 약물은 크게 두 가지로, 스테로이드와 항바이러스제가 있다. 여러 연구에서 스테로이드 사용이 10~15%가량 안면 마비의 회복을 도와주는 것으로 입증됐으며, 아직 근거가 부족하긴 하지만 단순헤르페스바이러스가 안면 마비의 원인 중 하나로 알려진 이후 항바이러스 제제 병용투여를 많이 하고 있다. 그 외에도 비약물치료를 진행하며 안면 근육 운동치료, 물리치료, 마사지, 열치료나 전기치료를 많이 사용한다.

여러 논문과 연구에 따르면 나쁜 예후 인자를 많이 가지고 있을수록 회복이 더디거나 후유증이 남을 가능성이 높다. 주로 60세 이상 고령, 고혈압·당뇨병 같은 기저질환을 보유하거나 초기부터 마비가 심한 완전마비 환자 등으로, 이런 환자들은 초기부터 더 적극적으로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

특징적인 안면 마비 양상만으로 중추 및 말초 문제를 감별하기도 하지만, 애매한 경우도 자주 있기 때문에 신경과 전문의의 진찰과 정밀한 검사로 적절한 진단과 치료를 받는 게 중요하다.

<나사렛국제병원 신경과 김진수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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