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도 좀! 살자

김민주/ 지성사 / 1만6천200원

이 책은 자신의 아이가 중2 말께 문이나 쾅 닫고 내 일에 상관 말라는 정도의 귀여운 사춘기가 아닌, 처음부터 무단결석으로 스펙터클하게 사춘기의 문을 연 뒤 며칠 간격으로 빵빵 터지는 사건·사고들로 정신 못 차리고, 아이 앞에서도 울어가며 기나긴 ‘사춘기 터널’을 지나온 저자의 혹독했던 인생 기록이다.

아이의 행동으로 가치관이 송두리째 흔들리고, 밀려오는 배신감과 이제 어떻게 해야 되나 하는 막막함, 앞이 보이지 않는 숲길을 홀로 걷는 듯 두렵고 불안했던 그때의 마음이 자녀의 사춘기를 힘겹게 겪는 부모들을 보면 고스란히 느껴진다며 그들을 위해 이 책을 쓰게 됐다.

특히 자신의 아이처럼 사춘기가 심하게 온 아이들이나 통제권을 벗어난 아이들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내 힘으로 어쩌지 못할 때 무엇을 내려놓고 받아들여야 할지를 이야기해 주고 싶었다고 한다. 그래서 책에는 그때의 생생했던 경험과 더불어 아이와 함께 ‘사춘기 터널 지나가기’에 대한 구체적이면서도 진정성 있는 해법과 멘토링이 가득하다.

저자는 원래 대학에서 기악을 전공하고 20여 년간 아이들에게 피아노를 가르쳤던 사람이다. 그러나 큰아이의 사춘기를 겪으며 어디에 말할 곳도 없이 힘들 때 아무리 찾아봐도 ‘통제 불가의 막 나가는 사춘기 아이들’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실질적으로 알려 주는 책이 없어 직접 아동학을 공부하고 부모교육상담사, 심리상담사, 분노조절상담사 같은 자격증을 따면서 전문성을 쌓았다고 한다.

지금은 그간의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힘든 사춘기맘 마음세움연구소’를 세우고 그때의 자신처럼 힘들어하는 엄마들을 위해 인터넷 포털에 ‘사춘기 자녀 때문에 미칠 것 같은 엄마들의 모임(사미모)’ 카페를 만들어 부모들이 마음 터놓고 소통하는 공간에서 서로 공감하고 위로받도록 돕는다. 친구처럼, 때로는 선배처럼 사춘기 자녀를 둔 엄마들에게 꼭 필요한 현실 이야기들과 직설적이면서도 따뜻한 공감과 위로의 메시지를 이 책에 담았다.  

판타 레이

민태기 /사이언스북스 / 2만7천 원

이 책은 단순히 과학사의 잃어버린 연결 고리인 유체역학의 역사를 말하고자 하는 게 아니다. 과학은 자연현상에 대한 부분적인 해석이 아니라 인간 사회 전체에 대한 이야기다. 물리학에서 잊혀진 유체역학은 20세기 두 차례의 세계대전을 거치며 국가의 존망을 가르는 항공기와 로켓기술로 주목받으며 공학 분야로 자리잡았다. 또 유체의 개념들은 에너지와 경제의 ‘유동성’으로 확장돼 현대사회의 중요한 흐름을 이끌어 왔다.

이처럼 ‘혁명과 낭만의 과학’ 시대의 고민과 논쟁들을 보다 일관된 시각에서 바라보는 하나의 흐름이 바로 ‘유체역학’이기에 과학사에서 가장 치열했던 ‘혁명과 낭만의 과학’의 시기를 주저없이 ‘판타 레이’의 시대라고 부르는 것이다.

지난해 10월 발사한 누리호 로켓 엔진의 핵심 부품인 터보 펌프의 개발자 민태기 에스엔에이치기술연구소장이 쓴 이 책은 ‘보텍스’라는, 과학사에서 단 한 번도 밝혀진 적 없는 놀라운 미싱 링크를 추적하며 유체역학의 역사와 과학의 역사, 그리고 그 과학을 낳은 사회와 사람들의 역사를 추적한다.

저버린 약속

이석삼 / 고려글방 / 1만1천700원

저자는 상대적으로 약자라 하더라도 정의가 이긴다는 것, 아니 이겨야 한다는 것을 입증하고 이 땅의 노동자, 농민 등 ‘약자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고자 글을 썼다. 

지방자치는 지금 토착 비리와 얽히고설킨 지방자치단체장의 불법, 부당, 전횡과 직권남용으로 최대 위기를 맞았다. 개발 지상주위에 편승한 지자체장과 업자들의 야합으로 무수한 역사·문화적 자산이 도륙당했다. 그런데 정부 제재는 없다. 이 또한 문재인정부가 손봤어야 하는 과제였다.

미국 눈치를 보느라 언급하지 못하는 국가보안법 철폐와 미군 철수는 차치하더라도 지금도 눈물이 그치지 않는 ‘세월호’, 1천만 비정규직 노동자, 개성공단, 금강산 관광, 천안함 등. 대통령의 저버린 약속으로 사회적 약자의 가슴마다 응어리진 그 한을 어찌할까. 행여 4기 민주정부에 큰 부담으로 남지 않을까 우려된다.

저자는 해고되고 복직된 후 언론개혁에 투신하기 위해 스스로 걸어 나와 긴 세월 홀로 싸울 때 물심양면으로 기꺼이 도와준 수많은 동지와 선후배, 특히 여전히 사주나 경영인에게 착취당하는 열악한 환경의 언론노동자들에게 용기와 희망이 되는 글이 되길 바란다고 했다.

이창호 기자 ych23@kihoilbo.co.kr

홍봄 기자 spring@kihoilbo.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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