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현 인천지방법무사회 제3지부장
이대현 인천지방법무사회 제3지부장

최근 한 의뢰인이 법원으로부터 송달받은 소장 부본을 들고 필자의 사무실을 방문해 "아버지 사망 후 상속재산(부동산)에 대한 상속포기는 사해행위 취소의 대상이 아닌 것으로 알고 있는데 사해행위 취소소송이 들어왔다"며 답변서 작성을 의뢰했다. 

이에 필자가 (가정)법원에 상속포기심판 청구를 해 받은 심판정본을 요구하자 의뢰인은 "무슨 말이냐. 내가 대부업체에 진 빚이 있어 상속을 일부라도 받는 경우 금융권의 가압류 등 강제집행을 받을 염려로 형제들과 상속재산분할협의 시 상속을 포기해 협의서에 인감증명서까지 붙여 줬으므로 사해행위 취소의 대상이 아니다"라고 했다.

의뢰인은 인터넷 등을 이용해 나름대로 습득한 지식을 오해하고 있었는데, 의뢰인의 말대로 자기 채무로 인해 추후 채권자들의 집행을 면할 생각으로 상속포기를 한 경우 대법원 판례가 사해행위 취소의 대상이 아닌 것으로 보는 건 사실이다. 그러나 의뢰인은 민법 제1013조의 공동상속인 간 상속재산분할협의 시 다른 형제에게 귀속시키기 위해 자신의 상속분에 관한 권리를 포기하는 것을 민법 제1019조의 상속포기와 같은 개념으로 혼동하고 있었다. 

위와 관련, 필자가 의뢰인에게 사해행위 취소의 대상이 될 수 없는 것은 민법 제1019조의 상속포기의 규정에 의해 (가정)법원에 상속포기심판 청구를 해 수리의 심판정본을 받는 경우이고, 상속재산 분할협의 시 자신의 상속분에 관한 권리를 포기하는 행위는 사해행위 취소의 대상임을 설명하자 의뢰인은 필자의 말을 믿지 못하겠다는 듯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았다. 

우리 대법원은 사해행위와 관련해 "상속포기(민법 제1019조)는 상속인으로서의 지위 자체를 소멸하게 하는 행위로서 ‘인적결단’으로서의 성질을 가지는 점, 상속은 피상속인의 권리, 의무가 포괄 승계돼 다수인에게 이해관계를 가지는데 여기에 채권자, 수익자, 전득자 사이에서만 상대적 효력을 갖는 채권자취소권이 인정되면 상속을 둘러싼 법률관계가 상속인 확정부터 복잡하게 되는 점, 상속포기가 채무자인 상속인의 재산을 현재의 상태보다 악화시키는 것은 아니라는 점 등을 들어 상속포기에 대한 채권자취소권을 부정하여 사해행위 취소의 대상이 될 수 없다(대판 2011다29307)"고 하고, "상속재산의 협의에 의한 분할(민법 제1013조)은 상속이 개시되어 공동상속인 사이에 잠정적 공유가 된 상속재산에 대하여 그 전부 또는 일부를 각 상속인의 단독소유로 하거나 새로운 공유관계로 이행시킴으로써 상속재산의 귀속을 확정시키는 것으로 그 성질상 재산권을 목적으로 하는 법률행위이므로 사해행위 취소권 행사의 대상이 될 수 있고, 한편 채무자가 자기의 유일한 재산인 부동산을 매각하여 소비하기 쉬운 금전으로 바꾸거나 타인에게 무상으로 이전하여 주는 행위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채권자에 대하여 사해행위가 되는 것이므로, 이미 채무초과 상태에 있는 채무자가 상속재산의 분할협의를 하면서 자신의 상속분에 관한 권리를 포기함으로써 일반 채권자에 대한 공동담보가 감소한 경우에도 원칙적으로 채권자에 대한 사해행위에 해당한다(대판 2007다29119)"라고 판시하고 있다. 

현재 법원의 개인회생절차나 개인파산절차에서도 상속재산이 있는지, 상속분에 관한 권리를 포기했는지 등에 대해 진술을 구하고 있는 바, 위와 무관치 않다. 따라서 부모님 등의 사망으로 공동상속인과 상속재산협의에 의한 분할 시 상속인이 자기 채무가 있는 경우 상속포기를 할 것인지 협의분할에 참여할 것인지 등은 위 내용을 참고해 결정하는 것이 좋을 듯싶다.

참고로 사해행위의 뜻은 "채무자가 채권자에게 빚을 갚지 않기 위해 고의로 자신의 재산을 타에 허위로 이전시켜 자신의 재산을 감소시키거나 채무액을 늘리는 행위"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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