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나더 라운드

116분 / 코미디 / 15세 관람가

각각 역사, 체육, 음악, 심리학을 가르치는 고등학교 교사 니콜라이, 마르틴, 페테르, 톰뮈는 의욕 없는 학생들을 상대하며 열정마저 사라지고 매일이 우울하기만 하다.

니콜라이의 40번째 생일 축하 자리에서 "인간에게 결핍된 혈중알코올농도 0.05%를 유지하면 적당히 창의적이고 활발해진다"는 흥미로운 가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마르틴이 실험에 들어간다.

학교 화장실에서 몰래 술 몇 모금을 들이키고 수업에 들어가니 목청부터 높아진다. 학생들이 외면하던 수업에서는 어느새 웃음과 박수가 터져 나오고, 소원했던 아내와 아이들과의 관계도 회복되는 듯하다. 마르틴의 후일담에 친구들 모두 동참하면서 두 가지 조건을 정한다. "언제나 최소 0.05%의 혈중알코올농도를 유지할 것! 오후 8시 이후엔 술에 손대지 않을 것!"

지루한 교사, 따분한 아빠, 매력 없는 남편을 벗어나기 위한 이들의 실험은 유쾌하게 시작해 작은 성과를 얻지만 점점 알코올농도를 올리며 위험한 수준에 다다른다. 

너도 나도 경쟁하듯 즐기는 음주문화 속에서 온갖 종류의 술이 넘쳐나니 애주가를 자처하는 술꾼들의 눈이 번쩍 뜨일 만하지만, 영화는 정신이 번쩍 들 경고로 이어진다. 권태로운 중년 남자들이 더 나은 삶을 위한 발버둥처럼 시작한 실험은 진지하지만 최적의 직업적·사회적 성과를 위해 점차 알코올농도를 올리게 되고, 계속된 실험의 결과는 예상한 대로다. 

폭풍을 겪고 돌아온 마르틴은 졸업생들을 축하하는 자리에서 다시 즐겁게 술을 마시며 춤을 춘다. 아름다운 뮤지컬의 하이라이트 같은 이 마지막 장면에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술과 인생을 긍정하고자 하는 영화의 메시지가 녹아들었다. 과거도 미래도 아닌 현재를 사는 인생과 그 인생에 한 방울의 활력을 더해 주는 술에 대한 진솔한 애정이다.

이 영화는 지난해 영국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과 미국 아카데미 국제장편영화상을 받았다. 19일 개봉.  

홍봄 기자 spring@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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