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한창 동장군이 기승을 부리는데다 코로나19 탓에 어딘가 훌쩍 떠날 기회가 적어졌지만, 자연에 대한 동경심만은 결코 사그라들지 않는다. 자연은 여전히 우리에게 매력적인 요소임에 틀림없다. 쉼이 있는 삶이라는 개념이 떠오르면서 이른바 ‘녹세권’과 ‘공세권’을 주거지 선호도 평가에서 주요 지표로 여기는 시대가 도래했다. 

시흥시는 이러한 트렌드에 발맞춰 지역 내 자연자원을 활용한 공원도시 조성에 박차를 가하는 중이다. 시를 가로지르는 물길을 따라 문화가 있고 삶이 있는 도시를 만들어 나가겠다는 목표를 설정했다. 물길 따라 피어나는 문화의 정취, 그리고 시민의 삶. 그 시작에는 바로 서해안 생태의 보고, 오이도가 똬리를 틀고 앉았다. 

겨울 호수의 고요함을 느낄 수 있는 물왕저수지.
겨울 호수의 고요함을 느낄 수 있는 물왕저수지.

# 바다와 문화가 함께하는 ‘오이도·월곶’

오이도와 월곶은 전철 타고 떠나기에 제격인 친수공간으로 명성이 자자하다. 시간에 따라 밀물과 썰물이 반복되며 변화를 주는 바다의 모습도 매력을 더한다. 수인선을 따라 당일치기로 훌쩍 떠나도 좋고, 빽빽하게 자리잡은 조개구이 등 맛집을 탐방하기에도 그만이다. 

4호선이나 수인분당선을 타고 오이도역에 내려 조금 걷다 보면 오이도 랜드마크인 빨강등대가 방문객을 반긴다. 시간만 맞으면 물때에 따라 바다와 갯벌을 함께 보는 행운도 누린다. 바다 한가운데 떠 있는 황새바위섬이나 밤이면 조명을 받아 빛나는 생명의 나무도 볼거리 중 하나다.

특히 바다의 움직임을 느끼게끔 다리를 놓아 조성한 황새바위길은 바다 한가운데를 거니는 듯한 특별한 경험을 선사한다.

오이도가 선사하는 풍경은 비단 바다뿐만이 아니다. 오이도에는 사적 제441호 오이도 유적을 중심으로 한 선사유적공원이 조성돼 방문객을 유혹한다. 선사체험마을과 야영마을, 발굴터, 사냥터 등도 여행객들의 발길을 붙잡는다. 이와 더불어 패총전시관, 오이도의 낙조를 감상하는 전망대, 산책하기 좋은 억새길 등 다양한 볼거리를 두리 갖췄다.

덕섬부터 함상전망대까지 이어진 둑길을 따라가다 보면 거대한 토기 모양의 건물이 한눈에 들어온다. 2019년 개관한 오이도박물관이다. 선사시대 해안 생활문화유산을 보존하고자 건립됐으며, 현재는 대면과 비대면 전시를 병행한다. 아름다운 건물 형태 덕에 최근에는 드라마 촬영지로도 각광받는 명소다.

수인분당선을 타고 두 정거장 더 들어가면 월곶포구를 만난다. 포구를 따라 줄지어 정박한 작고 낡은 어선들을 보고 있노라면 마치 시간이 느리게 흐르는 듯한 착각에 빠질 정도다. 밀물 때는 어업에 몰두하던 낚싯배들이 썰물 때 포구로 돌아와 안식을 찾는 모습은 그 자체로 치유가 된다. 항구보다 소박하고 조용하지만 그마저도 풍경이 되는 장소, 월곶포구의 정경이다. 

포구 주변에는 산책로가 조성돼 탁 트인 바다와 갯벌, 두 가지 매력에 한꺼번에 빠져든다. 밤이 되면 시민과 관광객을 위해 설치한 조명이 하나둘 불을 밝히며 또 다른 분위기를 연출한다.

시흥시는 오이도와 월곶을 수도권 거점 어항으로 조성하기 위한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월곶은 총 사업비 749억 원을 투입해 기존 어항의 기능을 강화하고, 관광어항의 역할을 확대하기 위해 국가어항사업을 벌인다. 2024년 준공 목표다. 오이도항은 2020년 지방어항으로 지정·고시되면서 지속가능한 도시어촌의 토대를 마련하는 단계다. ‘지방어항 개발사업’과 ‘어촌뉴딜 300사업’을 추진하며 신성장 동력 창출에 행정력을 집중한다. 

아름다운 낙조로 유명한 배곧한울공원.
아름다운 낙조로 유명한 배곧한울공원.

# 떠오르는 낙조 맛집 ‘배곧한울공원’

월곶에서 조금 더 밑으로 내려오면 시흥 배곧을 만난다. 해외에 온 듯한 인피니티풀, 낙조를 자랑하는 한울공원이 이곳에 자리했다. 

한울공원은 2019년 운영을 시작한 해수풀장으로 먼저 입소문을 탔다. 오이도와 서해바다를 배경 삼아 풀장에서 물놀이를 즐기기에 가족단위 방문객이 줄을 이었다. 현재는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으로 운영을 잠정 중단한 상태지만, 방문하기에 충분한 가치를 지닌 곳이다. 국내에서 가장 멋진 낙조가 여행객들을 유혹하기 때문이다. 

뜨겁게 타올랐던 해가 저물기 시작하면 새파랗던 하늘은 금세 노란 노을빛으로 물들기 시작한다. 맞은편에 보이는 인천 송도국제도시의 풍광과 한울공원 해수풀장이 조화를 이루며 발갛게 물들어 가는 모습이 그야말로 장관이다. 

# 명불허전 시흥시 대표 관광 스폿 ‘갯골생태공원’

경기도 유일의 내만 갯벌, 시흥갯골생태공원은 구불거리는 물길을 따라 내륙 깊숙이 바닷물이 드나드는 독특한 특징을 지녔다. 옛 염전의 정취도 느끼고, 다양한 염생식물들도 직접 관찰이 가능한 자연이 살아 숨 쉬는 생태보고로 그 가치를 가늠하기 힘들 정도다.

아름다운 경관과 생태적 우수성으로 시흥시 생태환경 1등급 지역일 뿐 아니라 2012년 2월 국가 해양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된 곳이다. 

갯골생태공원 중간에 우뚝 선 흔들전망대는 대표적인 볼거리를 제공한다. 정상에 오르면 시흥 전체가 눈 아래 펼쳐지고, 갯골생태공원을 따라 흐르는 물길도 한눈에 들어온다. 흔들전망대에서 감상이 가능한 광활한 풍광 덕인지 드라마나 영화 등 각종 미디어의 주목도도 높다. 

갯골생태공원은 장애인, 노인, 영·유아 동반 가족 등 모든 관광객이 이동의 불편이나 관광활동의 제약 없이 이용 가능한 열린관광지로, 누구나 자유롭게 불편 없이 즐길 만한 환경을 두루 갖췄다. 

시흥 대표 명소 갯골생태공원.
시흥 대표 명소 갯골생태공원.

# 맛과 멋이 있는 물왕저수지…따오기문화공원 조성 ‘한창’

물왕저수지는 한적하게 걷기 좋은 둘레길과 너른 호수의 풍경으로 유명하다. 근처에는 맛집들이 밀집해 시간을 내 찾아가는 관광객도 많은 곳이다. 

잔잔한 호수를 바라보고 있노라면 뒤편의 운흥산 실루엣이 투영된 모습이 마음을 차분하게 만든다. 봄에는 흐드러진 벚꽃길로, 가을에는 오색찬란한 단풍길로 입소문이 자자하지만, 그렇다고 겨울에 찾는 이가 드물지는 않다. 겨울 호수의 고요함이 주는 나름의 운치가 사람들의 발길을 지남철처럼 끌어당기기 때문이다.

시는 물왕저수지의 아름다운 풍경을 더 편하고 안전하게 둘러보게끔 물왕저수지 수변데크 조성사업을 진행 중이다. 현재는 총 4단계 중 2단계 공사(총 610m)가 완료된 상태다. 

해당 사업은 시민들의 안전한 보행권을 확보하고 수변관광벨트를 조성하겠다는 목표로 추진됐다. 데크에 경관조명을 부착해 경관적으로 우수할 뿐만 아니라 야간에도 안전하고 쾌적하게 이용하도록 했다. 

더불어 물왕저수지를 중심으로 문화공원을 조성해 수변과 문화, 그리고 쉼이 있는 친환경 문화공간으로 개발하는 작업도 한창이다. 

그 중 지역의 문화자산인 따오기와 아동문학가 고(故) 한정동 시인의 문학적 업적을 기리는 따오기문화공원은 주목할 만하다. 총면적 4천793㎡ 규모다. 시는 가족이 함께 문화를 즐기고, 자연과 더불어 한껏 여유를 누리는 공간으로 활용되리라고 확신한다. 지역의 문화자산인 따오기를 활용한 아동문화공간이 될 따오기문화공원은 올 여름(6월)이면 ‘꽃단장’을 마치고 시민들에게 첫선을 보인다.

 시흥=이옥철 기자 oclee@kihoilbo.co.kr

사진=<시흥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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