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영철 인천성모병원 간담췌외과  교수
윤영철 인천성모병원 간담췌외과 교수

지난해 말 발표된 국가암등록통계에 따르면 2019년 국내 간암 신규 환자는 1만5천605명으로 갑상샘암, 폐암, 위암, 대장암, 유방암, 전립샘암 다음으로 많았다. 인구 10만 명당 발생 비율을 나타내는 조발생률은 30.4명, 전체 암 발생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6.1%였다.

일반인과 비교해 암환자가 5년간 생존할 확률을 의미하는 5년 상대생존율은 37.7%였다. 간암 환자 3명 중 2명은 5년 안에 사망하는 셈이다. 전체 암 생존율 70.7%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이보다 더 주목할 점은 간암이 한창 경제활동을 하는 40~50대 암 사망률 1위를 차지한다는 사실이다.

# 간암 사망률, 폐암 이어 전체 암 중 2번째

간은 신체의 ‘에너지관리센터’로 불린다. 우리 몸의 기본 기능을 유지하고 외부의 해로운 물질로부터 생명을 지키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장에서 흡수된 음식물을 적절히 변형해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 비타민 등 여러 가지 영양소로 만들어 보관하는가 하면 포도당이나 아미노산, 글리세린, 유산 등을 글리코겐이라는 다당류로 저장했다가 몸이 필요로 하는 물질로 가공해 온몸의 세포로 운반하기도 한다.

또 간은 우리 몸에서 필요한 많은 양의 단백질, 효소, 비타민이 장에서 합성되게끔 담즙산을 만들고, 몸의 부종을 막아주는 알부민이나 혈액 응고에 관여하는 프로트롬빈을 생성한다. 감마글로불린을 만들어 혈액의 살균 작용을 통해 우리 몸의 면역 기능이 원활해지도록 돕는 것도 간의 역할이다.

하지만 간은 ‘침묵의 장기’다. 바이러스, 술, 지방, 약물 등의 공격을 받아 70~80%가 파괴돼도 위험 신호를 보내지 않는다. B형간염 환자와 술 소비량이 많은 우리나라는 간 질환 위험 국가다.

# B형·C형간염 바이러스, 알코올이 주원인

간암은 간에 발생하는 악성종양을 말한다. 간세포암, 담관암, 전이성 간암, 혈관육종 등이 있다. 보통 간암이라고 하면 일반적으로 가장 많이 발생하는 간세포암을 지칭한다.

간암의 주요 위험인자는 B형간염 바이러스(72%), C형간염 바이러스(12%), 알코올(9%)이다. 이 외 약물, 비만, 자가면역 등도 원인이 되기도 한다. 

간경변증 유무 역시 간암 발생에 큰 영향을 준다. 간경변증 환자에서 파괴되고 경화된 간세포는 다양한 요인에 의한 면역반응과 발암 기전으로 간암이 발생할 확률이 크게 높아진다. 

간암의 진행 정도, 즉 병기는 종양의 크기와 종양이 혈관을 침범했는지 여부, 다른 장기로의 전이 여부에 따라 4단계로 나눈다. 치료는 간암의 병기나 간경변 유무에 따라 결정된다.

# B·C형간염·알코올성 간질환 예방 중요

간암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간경변증의 원인이 되는 B형간염이나 C형간염의 예방이 중요하다. 

B형간염은 백신 접종을 통해 예방 가능하다. 아직 백신이 없는 C형간염은 주사침 1회 사용, 부적절한 성접촉 피하기, 문신이나 피어싱 등 혈액이나 분비물을 통한 감염에 주의한다. 여럿이 손톱깎이나 면도기를 사용하는 것도 절대 피한다. 다행히 현재 C형간염 치료제가 개발됐다. C형간염에 걸렸다면 의사와 상담 후 치료를 적극적으로 받는 게 중요하다. 

또 알코올성 간경변증 예방을 위해 과도한 음주를 자제하고, 알코올성 간질환이 발생할 경우 절대 금주해야 한다. 

<인천성모병원 간담췌외과 윤영철 교수>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